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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7 (월)

자녀에 전수할 성공법칙 재조합 능력과 좋은 팀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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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이승환 기자


[디지털&휴먼-73]
- 현재 우리 교육은 투자 대비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 인공지능 시대에도 리프레이밍과 연결 능력은 여전히 중요하다.
- 이 두 가지 능력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교육이 도와줘야 한다.


인간만이 교육을 실시하는 것은 아니다. 동물도 마찬가지다. 아기 동물들은 어미로부터 먹이 잡는 법, 뛰는 법 또는 나는 법 등을 배운다. 그러나 인간만큼 교육이 오래 걸리거나 투자가 많이 이루어지진 않는다. 인간은 동물과 달리 어떤 교육을 받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진다. 인성, 직업, 급여 수준 그리고 삶의 방향까지 바뀔 수 있다. 그렇기에 인간에게는 교육이 무척 중요하다. 또한 그렇게 믿어 왔다.

모두 알다시피 우리의 교육에 대한 각 가정에서의 투자는 세계적 수준이다. 대입에서 수시 비중이 늘고 정시 비중이 줄어들면서 소위 주요 과목(국어, 영어, 수학)에 대한 사교육비는 다소 줄었을지 모르겠으나, 여전히 사교육으로 다양한 영역을 해결하고 있다. 교육이 중요하다는 믿음이 어느 나라보다 강한 편이다. 그런데 우리의 교육이 한계에 다다른 느낌이다. 다양한 교육을 오랜 기간 받는데도, 특별히 인성이 나아지지도 않고 무엇보다 삶의 최소한조차 보장되지 않는다. 치열한 교육과정의 가장 끝에 위치했다고 볼 수 있는 대학생들과 대화를 나누어보면 느낄 수 있다. 이들은 항시적으로 불안하다. 세계적 수준의 양과 강도로 교육을 받아왔으나 그에 비례한 보상을 얻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안다. 어떻게든 투자에 대한 보상을 받아내기 위해 안정적인 공무원이 되려고 한다. 교육에 대한 투자와 보상이 비례한다는 기존의 믿음이 깨지고 있다.

왜 그럴까? 시대가 빠른 속도로 바뀌지만, 그에 대한 대비는 빈약하다. 교육이 미래 준비를 시켜주어야 하나 흐름을 따라잡기도 바쁘다. 국내의 한 대기업에서는 세계 각 MOOC(온라인 공개 강좌)의 교육 수준이나 내용 등에 대해 꼼꼼히 검토 중이라고 한다. 언젠가는 대학 졸업장보다 미래를 대비한 필수적인 몇몇 MOOC 강좌 수강을 높게 평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교육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없었지만, 세계적인 석학이나 기업가들의 경고는 귀담아들을 만하다.

영국의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공장 자동화로 제조업의 일자리가 줄었다. 인공지능의 보급은 중산층 직업을 무너뜨릴 것이다. 창의력으로 승부를 걸거나 감독 역할을 하는 직업이 살아남는다"고 내다보았다. 중산층을 떠받쳤던 과거 직장이 필요로 했던 수학, 국어, 영어 실력이 더 이상 소용없게 될 수 있다. 교육에 열심히 투자한 후 그에 대해 보상을 제대로 받으려면 미래에 어떤 과정을 통해 새로운 사업 기회가 생겨나고 부가 창출될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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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인지니어스 표지/출처=출판사 리더스북


첫째, 리프레이밍을 주목해야 한다. 인공지능이 보급되어도, 비즈니스가 사라지진 않는다. 실업자는 늘어도 사업은 여전히, 오히려 더욱 다양하게 존재한다. 미처 인간들이 생각지 못했던 부분까지 사업이 파고들 수 있다. 사업적 사각지대가 없어진다. 인간의 편의를 증가시켜줄 수 있으나 비용적 문제(인건비) 때문에 하기 어려웠던 사업이 가능해진다. 이런 새로운 상황에서 필요한 능력은 리프레이밍이다. 다시 틀을 맞춘다는 의미인 리프레이밍은 실제 사업에서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까? 책 '인지니어스'(티나 실리그 저)에 좋은 예가 나온다.

"문제를 리프레이밍하는 것은 사치스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시장과 기술이 계속 변하는 상황에서 생존하려면 모든 회사들은 자사의 비즈니스를 계속 리프레이밍해야 한다.…문제의 프레이밍과 리프레이밍은 또한 혁신적인 새로운 모험으로의 문을 열어준다. 스콧 슈밋(Scott Summit)은 비스포크(Bespoke)의 창립자로, 팔다리를 잃은 사람들을 위한 보철장비를 만드는 완전히 새로운 방법을 창조했다. '비스포크'는 고어로 '맞춤형'이라는 뜻이다. 그의 회사가 바로 그렇다. 즉 팔다리를 잃은 사람들을 위해 고객맞춤형 팔다리를 만든다.…그는 인공 팔다리를 단지 기능적인 의료장비만이 아니라 패션 액세서리로 바라봄으로써 문제를 리프레이밍했다. 그는 진짜 팔다리보다 더 멋진 보철을 만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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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연결하는 인간 표지/출처=출판사 알에이치코리아


둘째, 기회를 공유할 수 있는 인간과의 연결이 중요하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의 발달로 초연결사회가 되고 있다. 사물과 사물이 촘촘히 연결된다. 사람도 사물과 연결되고, 다른 사람과 이어진다. 그런데 단순한 연결만으로는 아무것도 성사되지 않는다. SNS가 발달되고 사람들끼리 연결이 되었지만 그것만으로 어떠한 비즈니스가 이루어지거나 보상이 발생하진 않는다. 오히려 무의미한 연결은 시간 낭비로 흐를 확률이 있다. 연결 하나하나를 자신에게 유의미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회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과 어울릴 줄 알아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만남을 의미하는 것일까? 책 '연결하는 인간'(리드 호프먼, 벤 카스노카 저)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기회는 구름처럼 공중에 둥둥 떠다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기회는 특정한 사람의 몸에 찰싹 달라붙어 있다. 기회를 찾는다는 것은 사실 사람을 찾는 것이다.…특정한 기회를 추구하기 위해 자원을 끌어모은다는 건, 실제로는 다른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그들의 도움을 받는다는 의미다.…좋은 아이디어와 정보를 지닌 이들은 대체로 서로 몰려다닌다. 따라서 만약 최고의 기회를 제공하는 무리 속에 낄 수만 있다면 결국 남보다 한발 앞서는 셈이다. 실제로 과거 수백 년 동안 남보다 앞서 나간 이들의 비밀도 여기에 있다.…1765년에 아마추어 과학자이자 목사였던 젊은 조지프 프리스틀리(Joseph Priestly)는 영국 시골 마을의 연구실에서 한창 실험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는 매우 영리했지만 다른 과학자들과는 전혀 교류가 없었다. 그러던 중 그는 런던을 방문해 '정직한 휘그당원의 모임'에 첨석하게 된다. 벤저민 프랭클린이 설립한 이 모임은 오늘날의 인맥 구축 모임의 18세기 형태라고 할 수 있다.…프리스틀리는 교류가 거의 없던 상황에서 어느 날 갑자기 '커피하우스라는 자유로운 공간이 만들어낸 끈끈한 인맥과 협력 관계' 속으로 깊숙이 몸담게 됐다. 이후 프리스틀리는 성실하게 과학 연구와 저술 활동에 매달렸고, 결국 산소의 발견이라는 유명한 업적을 남기게 된다."

교육이 무조건 보상을 바라고 이루어지진 않는다. 하지만 지금처럼 얻는 것 없이 많은 자원이 낭비되는 형태가 되어서는 안 된다. 단군 이래 가장 다양한 교육을 많이 받았다는 현재 대학생들의 방황은 문제가 있다. 인공지능이 대세라고 누구나 인공지능을 연구할 수는 없다. 그럴 필요도 없다. 이제껏 보지 못했던 세상이 펼쳐지면 역시 상상을 뛰어넘는 기회가 쏟아진다. 그것을 잡을 준비를 교육이 도와주어야 한다. 기존에 있던 것을 새로운 관점으로 재조합하는 리프레이밍 능력과 좋은 기회를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연결 능력, 우선 이 두 가지를 길러주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교육에 이것을 어떻게 녹여낼지가 관건이다. 다행히 현재의 교육과정에도 접목이 가능한 내용으로 보인다. 교육을 위한 투자가 주요 과목에만 이루어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그것은 투자 대비 효과가 떨어지는 것이 확실히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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