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냉각재 누설’ 고리 4호기, 이틀 늦게 수동 정지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방사선 누출 등 안전 문제 없다” 불구 허술한 대응 비판

당국, ‘원자로 정지’ 신속 공개 않고 ‘가동 중’ 엇박자도

탈핵 의원 모임 “이미 대형사고의 목전에 있다” 성명

경향신문

냉각재 과다 누설로 28일 일시 정지된 고리원전 4호기. 이상훈 선임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부산 기장군에 있는 고리원전 4호기가 원자로의 냉각재 과다 누설로 인해 28일 일시 정지됐다.

원전 당국은 방사선 누출 등 안전 문제는 없다고 하지만, 냉각재 누설이 확인됐음에도 원전을 즉각 멈추지 않는 등 허술하게 대응해 비난을 사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는 이날 오전 5시11분쯤 고리 4호기를 수동으로 정지했다.

원자로 내부 냉각재가 일부 누설돼 바닥에 있는 저장탱크(수집조)의 수위가 비정상적으로 올라간 데 따른 것이다.

한수원에 따르면 고리원전은 지난 26일 수집조의 수위 증가를 감지했고, 이후 현장검증으로 27일 증기발생기 하단의 배수밸브 부위에서 냉각재가 누설된 사실을 확인했다. 징후가 나타난 지 이틀이 지나서야 원전을 멈춘 것이다. 누설된 냉각재 양은 모두 306ℓ로, 한수원은 “냉각재 누설에 따른 방사선 누출은 없고 원자로는 안전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사성물질이 포함된 냉각재는 원자로 내부를 순환하면서 열과 방사선을 내뿜는 핵연료를 식히는 역할을 한다. 허용치 이상으로 누설되면 냉각기능이 떨어져 미국 스리마일이나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같은 대형 참사가 빚어진다.

원전을 멈출 정도로 냉각재가 누설됐지만, 당국은 신속히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가 하면 원전 가동 현황 파악에도 엇박자를 보였다.

인터넷 공개의무 대상인 ‘원자로 정지’ 상태가 발생했음에도 한수원은 이날 언론이 보도하고 나서야 홈페이지에 관련 내용을 올렸다. 또 원전사고 결과를 알리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원전안전운영정보시스템’(OPIS)은 고리 4호기가 정지된 이날 오후까지도 ‘가동 중’이라고 표시해놨다.

최근 노후원전의 격납 철판이 심하게 부식된 사실이 드러난 데 이어 27일엔 월성 4호기에서 새로 장착 중이던 핵연료 1다발이 바닥에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에너지정의행동 관계자는 “ ‘원전에서 중대사고가 일어날 확률은 양키스타디움에 운석이 떨어질 확률보다 낮다’며 자신감에 차 있던 상황에서 터진 스리마일 사고는 안일한 인식이 얼마나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말했다. 고리 4호기가 정지한 이날은 마침 스리마일 원전사고 38주기가 되는 날이다.

탈핵에너지전환 국회의원 모임도 이날 성명을 내고 “큰 사고 전에는 경미한 사고와 징후가 반드시 존재한다는 ‘하인리히의 법칙’에 따르면 한국은 이미 대형 원전사고의 목전에 있다”며 “한 치의 의문도 남기지 않는 철저한 진상조사와 결과 발표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고영득·권기정 기자 godo@kyunghyang.com>

▶ 경향신문 SNS [트위터] [페이스북]
[인기 무료만화 보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