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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의료빅데이터 분석해 질병 감시·예측 시스템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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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글로벌 시대가 본격화된 이후 사회, 경제, 문화 전반에 걸쳐 많은 변화가 생겼지만 세계적으로 가장 큰 영향력을 미쳤던 현상 중 하나는 '신종플루', '메르스', '지카바이러스'와 같은 '글로벌 감염병'이 창궐한 것이다. 글로벌 감염병의 특징은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예측하기 어렵고 한번 발생되면 무서운 확산세를 보이며 많은 피해를 유발시킨다는 것이다. 2015년 우리나라에 타격을 준 메르스는 격리자 1만6693명, 확진자 186명, 사망자 38명을 기록했으며 경제적 피해규모가 6조3000억원에 달하는 등 인명과 재산 피해 뿐만 아니라 생활경제 침체까지 유발했다. 또 미세먼지, 폭염 등 이상기후 발생과 환경 변화로 인해 새로운 질병 발생 가능성도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예기치 못한 질병으로 인한 피해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자 피해 사례 발생 즉시 대응 및 선제 조치할 수 있는 적극적 체계를 국가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러한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에서는 미래창조과학부, 행정자치부의 지원을 받아 '의료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한국형 질병 감시·예측 시스템'을 구축했다.

감염병 등과 같은 확산 위험이 있는 질병을 대응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요소는 '즉시성'이다. 국내에서의 발생 상황, 확산추세, 피해상황 등을 초기에 신속하게 모니터링 할 수 있어야 정확한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심평원은 국민의료를 심사·평가하는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의료기관으로부터 전 국민의 진료정보를 원천 수집, 관리하는 기관이므로 즉시성이 요구되는 이와 같은 모니터링업무를 담당하기에 가장 최적화되어 있다.

지난 2015년 메르스 확산으로 인한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 심평원은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rug Utilization Review·이하 DUR)를 활용하여 메르스 환자 접촉자 및 이동경로 등의 의심정보를 실시간으로 의료기관에 제공함으로써 메르스 조기 진화에 기여한 바 있다. DUR이란 의사가 처방하고 약사가 조제할 때 함께 먹으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거나 중복되는 약 등을 체크해 의약품 안전성과 관련된 정보를 컴퓨터 화면에 실시간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이러한 정보 확인을 통해 의사와 약사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약물 처방을 취소하거나 부작용이 없는 다른 약으로 변경해 처방할 수 있다. '의약품 부작용 예방' 이라는 원래 목적 외에 DUR 정보가 실시간성이라는 특장점을 활용해 질병 감시 기능까지 수행한 것이다.

그러나 DUR에는 환자의 진단명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심평원이 보유하고 있는 과거 진료정보를 분석하여 환자의 처방정보가 어떤 질환과 가장 연관 있는지 밝혀내고 DUR의 실시간 처방정보에 대입하여 질병 발생 의심정보를 일단위로 파악할 수 있는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했다. 예를 들어 일반인에게 독감으로 알려져 있는 인플루엔자의 경우 과거 5년간의 전국민 진료정보를 분석하여 인플루엔자에 처방된 약을 찾아내고 DUR 시스템에서 인플루엔자 처방 약이 증가하면 감염병을 감지할 수 있도록 구현한 것이다.

심평원은 온도, 습도, 일조량, 미세먼지 등의 환경요인 변화에 따른 잠재적인 질병 발생 예방에 기여하기 위한 프로젝트도 추진하였다. 먼저 기상청의 기상·기후 관측 정보와 심평원의 실시간 의약품 처방정보를 융합하여 날씨와 질병발생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하였으며, 국민관심질병 중에서 환경요인의 변화와 관련이 높은 대표적인 계절성 질병(비염, 아토피 피부염 등)에 대해서 지역별 질병 발생 위험도를 3단계로 예측했다. 또한 각 위험도 단계별로 국민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행동강령을 안내함으로써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예방활동이 되도록 시도하였다. 이와 같은 국민관심질병 위험도 예측 서비스는 올 5월경에 본격 오픈될 예정이다.

현행 국내 감염병 감시체계는 의료기관이 감염병 환자를 진단했을 때 감염병 종류에 따라 전수감시 대상은 지체없이, 표본감시 대상은 주간 단위로 질병관리본부 또는 관할 보건소에 신고하는 감시체계를 갖추고 있다. 따라서 이번에 정부와 심평원이 구축한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운영하게 되면 환자 발생시부터 보건당국에 신고되기까지 최대 1주일이 소요되어 현황 파악이 다소 늦어질 수 있었던 표본감시 대상 감염병 발생 정보를 하루만에 파악 할 수 있게 되어 인플루엔자와 같이 발생 규모가 크고 확산이 빠른 종류의 감염병을 보다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신속한 대응이다. 의료빅데이터에 기반한 신속한 모니터링 체계는 앞으로의 국가방역체계의 패러다임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이며 이번에 정부와 심평원이 협력하여 구축한 '빅데이터 기반 질병 감시·예측 서비스'는 그 첫 걸음으로 평가받고 있다.

향후 타 부처, 기관 및 민간과의 협력을 통해 '국가빅데이터'를 구축하고, 인공지능 등을 활용한 분석기법을 고도화시키면 훨씬 더 강력한 국가방역체계가 구축 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와 심평원은 앞으로도 대한민국이 국민건강의 안전지대가 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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