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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소년중앙] 가상현실 체험해보니 내가 만들고 싶은 콘텐트 떠올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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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인터넷·가상현실·인공지능·빅데이터…. 앞으로 정말 많은 미래 직업들이 이 같은 기술 분야에서 탄생할 전망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까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소중에서는 미래형 신직업의 현장을 학생기자들과 함께 직접 찾아가보기로 했습니다. 신직업의 현장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고, 미래를 어떻게 예측하는지 직접 알아보기로 한 거죠. 소중이 살펴볼 첫 번째 미래 직업은 'VR 콘텐트 개발자'입니다. 전 세계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VR 콘텐트를 선뵈고 있는 기업 '매크로그래프'의 VR 콘텐트 개발자들을 만나 직업의 이모저모를 살펴봤습니다.

글=이연경 프리랜서 기자 sojoong@joongang.co.kr

사진=김춘식 기자 kim.choonsik@joongang.co.kr

동행취재=김지만(서울 온곡중 3)정의찬(서울 계성초 6) 학생기자

참고도서=『가상현실』

도움말=김선민 브로큰브레인 이사

가상현실(이하 VR)은 요즘 가장 뜨겁게 떠오르고 있는 첨단 기술 중 하나입니다. 여기서 가상현실이란 HMD(Head mounted Display 줄임말로 머리에 쓰고 영상을 즐길 수 있는 기기) 등을 이용해 현실에는 없는 가상 공간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보여주고 조작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을 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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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크로그래프가 개발한 시뮬레이터에 앉아 VR 라이딩 콘텐트 'Time of Dice'를 감상하고 있는 정의찬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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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 학생기자들이 방문한 시각특수효과(VFX) 전문기업 '매크로그래프'는 2010년부터 VR 콘텐트를 제작해왔습니다. 이날 두 학생기자는 세 개의 콘텐트를 직접 체험했습니다. 의찬 학생이 체험한 것은 'Time of Dice'란 제목의 VR 라이딩 콘텐트입니다. 배경은 깎아지른 돌 봉우리로 유명한 중국 장가계. HMD를 쓴 사용자가 화면 속 유리큐브 안에 들어가면 봉우리 사이사이를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짜릿한 라이딩이 시작되죠.

지만 학생은 'Sweet rolling sky'란 VR 관광 콘텐트를 체험했습니다. 예쁜 캐릭터가 된 걸그룹 '트와이스'의 멤버들과 함께 남산 타워 등 서울의 명소를 직접 운전을 하는 것처럼 빠르게 돌아볼 수 있었죠. 마지막 체험은 지진체험입니다.가상의 공간을 직접 걸어다니면서 화재가 난 곳에 소화기를 분사하고 책장이 넘어질 땐, 빠른 속도로 몸을 피하는 지진을 경험했죠.

VR콘텐트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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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이 일어난 현장을 가상현실로 제작한 콘텐트를 체험하고 있는 정의찬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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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이 끝난 학생기자들은 이창효 VR본부 팀장에게 VR 콘텐트가 만들어지는 6가지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첫 단계는 콘텐트의 내용과 구성을 기획하고 어떤 식으로 화면을 꾸밀지 콘셉트를 정하는 '기획'입니다. 이 과정은 프로젝트 실행의 전 과정을 책임지는 프로젝트 매니저가 주도하죠. 또한 이 단계부터 프로그래머들은 영상 제작에 필요한 기술 개발을 시작합니다. 다음은 화면에 등장할 캐릭터와 배경을 만드는 '디자인' 단계입니다. 원화 디자이너들이 새롭게 창조하거나 사진 등 각종 자료를 참고해 기획의도 콘셉트에 맞는 캐릭터와 배경을 그려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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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 콘텐트는 기획·디자인·3D 모델링·리깅·애니메이션·프로그래밍이라는 여섯 단계에 걸쳐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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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는 '3D 모델링' 단계입니다. 3D 모델러들이 3D-맥스·마야 등 3D 영상 제작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이전 단계에서 만들어진 평면 디자인을 입체 디자인으로 변환시키는 작업을 하죠. 다음은 '리깅'입니다. 리깅이란 캐릭터에 뼈대를 붙이는 작업입니다. 하나의 캐릭터는 화면 안에서 앉기, 달리기, 물체 들기 등 수많은 동작을 취하죠. 이를 일일이 그린다면 너무 많은 시간이 들 겁니다. 그래서 입체 캐릭터에 뼈를 만들어 넣은 다음, 그 뼈를 움직여 캐릭터가 특정 포즈를 취하게 하죠. 이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은 애니메이터입니다.

다섯 번째인 '애니메이션' 단계에서 애니메이터들은 이전 단계까지 만들어진 그림들을 이어 붙여 하나의 애니메이션을 만들죠. 다음은 '언리얼 엔지니어링' 단계입니다. '언리얼 엔진'이란 게임 제작 소프트웨어의 하나인데요. 이것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언리얼 아티스트들은 애니메이터가 만든 영상을 이 프로그램을 통해 VR 화면으로 변환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마지막 단계는 '프로그래밍'. 프로그래머들은 VR 영상을 최종적으로 확인하면서 영상이 매끄럽고 생생하게 재생될 수 있도록 기술적인 보완 작업을 거듭하며 작업을 합니다.



VR 콘텐트 만들려면 적성에 맞는 직무부터 발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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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 본부의 신현규 언리얼 아티스트와 오영경 애니메이터가 VR 콘텐트 제작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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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VR 콘텐트는 프로젝트 매니저·프로그래머·디자이너·3D모델러·언리얼 아티스트 등 수많은 사람의 협업으로 탄생합니다. 다시 말해, 현재 VR 콘텐트 개발자라는 일은 독립적인 직업군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기존에 영상을 만들던 사람들이 자신들의 기술력과 노하우로 VR 콘텐트를 새롭게 개발하는 것이죠.

이 팀장 역시 VR 콘텐트를 개발하고 싶다면 위 직무들 가운데 자신의 적성에 맞는 것 하나를 선택해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합니다.

"프로젝트 매니저는 책을 정말 많이 읽어야 해요. 팀원 개개인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들과 소통하는 능력이 중요하거든요. 디자이너는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야 하죠. 또 관찰력과 자신이 보고 느낀 것을 창의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이 있어야 해요. 그림 그리는데 필요한 자료조사도 집요하게 하는 게 좋죠. 3D 모델러의 경우 공간지각능력이 필요해요. 캐릭터·아이템·건물 등을 적절하게 배치에 그럴듯한 입체 공간을 만들어내야 하니까요. 애니메이터에게는 움직임을 포착하는 능력이 요구됩니다. 캐릭터의 표정·동작들을 생생하게 그리려면 실제 사람이나 동물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섬세하게 관찰해야 하죠. 프로그래머에게는 자료 조사 능력과 함께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이 요구됩니다. 수학이나 과학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도전하기 좋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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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 콘텐트 개발자들에게는 각기 다른 역량이 요구된다. 소통능력과 자기계발 능력은 모두가 갖춰야 할 기본 자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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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역량도 있습니다. "전 과정에서 협업이 일어나므로 다른 팀원들과 의사소통을 잘하는 게 매우 중요해요. 또 디자인이나 기술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계속 변하죠. 이 흐름을 계속 관찰하고 따라가는 등의 자기계발을 열심히 해야 합니다."

매크로그래프는 '명량' 등 다양한 영화의 특수효과(VFX)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박선형 FX 실장은 "특수효과 역시 VFX 아티스트·테크니컬 디렉터·애니메이터 등 다양한 직무를 가진 많은 사람들의 협업으로 만들어진다"며 "한 작품을 맡을 때마다 120명 팀원 전체가 그 작품에 필요한 일을 맡아 움직인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좋은 특수효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끊임 없이 기술과 디자인 능력을 키워야 한다"며 "좋은 특수효과 개발자 역시 의사소통 능력과 자기계발 능력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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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유기'의 특수효과 장면을 감상하는 소중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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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할 수 없는 VR 콘텐트 시장 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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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매크로그래프는 영화 '미인어'에서 매우 복잡한 문어 인간의 움직임을 VFX로 정교하게 표현해냈다. 2. 갑판 위 병사들의 모습, 출렁이는 바다의 물결, 부서지는 포말 등 해상 전투 장면이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실감나게 표현된 영화 '명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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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게임·의료·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가상현실 콘텐트들이 만들어지고 있죠. 하지만 이 팀장은 "MWC(Mobile World Congress 준말, 세계 최대 규모의 이동·정보통신 산업 전시회) 2017 등에서 최신 VR 콘텐트 기업 동향을 살펴보면 이 가운데 살아남는 기업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도 많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VR 시장이 이런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식의 뚜렷한 예측을 내놓기 어려운 시기가 앞으로 5년 동안은 계속될 것"이라 덧붙였죠. 『가상현실』 저자 김선민 브로큰브레인 이사 역시 "VR 콘텐트 시장이 어떤 분야까지 확대될 수 있을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합니다. 또 "VR 콘텐트를 바라볼 때 생기는 멀미 현상, HMD의 비싼 가격과 무게 등 넘어야 할 산들도 많다"고 지적했죠. 하지만 이 팀장은 "지금이야말로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는 시기"라고 평가했습니다. "'어디로 발전할 지 모른다'는 것은 아이디어만 있다면 누구에게나 기회가 있다는 것이기도 하니까요." 김 이사 역시 "어릴 적부터 1인칭 시점 게임 등 입체 영상 콘텐트를 지속적으로 접해온 10대들이야말로 VR 콘텐트를 가장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세대가 아닐까 싶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VR 콘텐트 개발을 꿈꾸는 학생들은 앞으로 어떤 대비를 해나가야 할까요? 김 이사는 "막연히 VR콘텐트를 만들겠다고 생각하기보단, '어떤' VR 콘텐트를 만들 건지 명확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실제로 취재 현장에서 지만 학생과 의찬 학생은 'VR과 드론, 홀로그램 기술을 이용한 영상 패션쇼를 만들고 싶다', 'VR과 증강현실 기술을 이용한 가상 도시를 만들고 싶다'며 구체적인 계획을 말하기도 했는데요. 이 팀장은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만들 수 없다"고 평가하면서 다음과 같이 덧붙였습니다. "그렇다고 포기할 필요는 없어요. 지금보다 기술이 발전할 미래에는 가능할 수도 있잖아요. VR 콘텐트 개발 기술이 어디까지 또 얼마나 발전했는지 꾸준히 살펴보는 게 중요한 이유죠. 또 여러 개발 사례들을 살펴보면서 기술적인 부분 외에도 다른 부작용 등이 발생할 가능성은 없는지 확인하세요."

매크로그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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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학생기자가 매크로그래프가 특수효과 작업을 한 영화들의 포스터를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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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명량', '미인어', '서유항마', '부당거래', '와호장룡', '더 테러 라이브' 등 특수효과를 담당한 특수효과 제작 전문업체입니다. 개발한 VR 콘텐트로는 국내 최초로 360도 촬영기술이 도입된 '번개맨', VR 영화 '대폭격', 관람객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인터랙티브 VR 콘텐트 'Dream Walks' 등이 있습니다. MWC 2017에 KT의 협력사로 참여해 VR 콘텐트를 출품했으며, 동대문 K-live와 광화문 KT 스퀘어에 오프라인 체험존을 운영 중입니다.



학생기자 후기

김지만 학생기자(서울 온곡중 3) "'영상 패션쇼 개발자'라는 막연한 꿈을 현실로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알아 볼 수 있는 무척 도움이 많이 된 취재였어요. 최고의 실력을 가진 개발자들이 일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어 짜릿했죠."

정의찬 학생기자(서울 계성초 6) "하나의 VR 콘텐츠를 만드는 데는 정말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하단 사실이 놀라웠어요. 현장에서 본 VR 콘텐츠들은 게임 좋아하는 친구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을 만큼 몰입감이 대단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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