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4 (토)

[연합시론] 안보 불안 덜어줄 대선후보가 안 보인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한반도의 안보 위기 지수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북한은 26일 느닷없이 '우리 식의 선제적인 특수작전'에 나서겠다고 위협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등 북한 수뇌부를 겨냥한 한미 군 당국의 특수작전 훈련에 대응하는 차원이라고 했다.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임의의 시각에 사전경고 없이 우리 군대의 섬멸적 타격이 가해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런 식의 위협이 한두 번은 아니지만 '최고 존엄'으로 떠받드는 김정은을 위해서라면 어떤 무모한 짓도 서슴지 않는 북한의 속성을 생각하면 그냥 허투루 넘길 일도 아니다.

이달 1일부터 시작한 올해 한미 연합 독수리 훈련에는 오사마 빈 라덴 사살작전에 투입됐던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 실'을 포함해 역대 최대 규모의 미군 특수전 전력이 참가했다. 이들은 유사시 북한의 전쟁지도부를 제거하기 위한 특수훈련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일 미군기지에 배치된 최신예 F-35B 스텔스 전투기도 지난주 한반도에 처음 출격해 정밀폭격훈련을 했다고 한다. 대북 선제타격에 동원될 수 있는 무기로 꼽히는 F-35B는 이번 훈련에서 북한 지역의 폭격지점 위치정보를 부여받고 가상의 폭격 훈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미군의 최첨단 전력이 김정은에게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고 보고 북한군이 어떤 기습도발을 감행할지 모른다. 우리 군의 군사적 대비 태세에 한 치의 빈틈도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북한의 6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미국발 언론보도는 한반도의 긴장을 더욱 고조시킨다. CNN과 폭스뉴스 등은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주변에서 최근 몇 주 동안 차량, 인력, 장비 등이 대규모로 움직이는 모습이 포착됐다면서 지난해 9월 5차 핵실험 직전 때와 비슷한 양상의 변화라고 보도했다. 이르면 이달 내로 핵실험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우리 군 당국도 김정은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핵실험을 할 수 있는 상황으로 판단하고 있다.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한다면 내달 초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 전후나 김일성 생일(4월 15일) 또는 북한군 창건기념일(4월 25일)에 맞춰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미국 본토를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감행할 수도 있다. 이런 북한의 도발이 미 트럼프 행정부가 설정한 '금지선'을 넘을 경우 한반도에서 군사적 충돌이 벌어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이달 중순 방한했을 때 "군사적 갈등까지 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전제하면서도 "우리가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하는 그 수준까지 (북한이) 간다면 그 옵션(군사적 행동)이 검토될 것"이라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 궐위 상태에서 참으로 안타깝고 불안한 것이 우리의 안보 현실이다. 그런데 국가를 경영해보겠다고 나선 대선 주자들도 국민의 불안감을 덜어주지 못하고 있다. 저마다 쏟아내는 공약에서 안보 공약은 뒷전으로 밀렸고, 국정 최고 책임자가 되면 국가를 수호하고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의지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한반도 평화를 지킬 수 있는 전략과 비전을 제시하는 후보도 눈에 띄지 않는다. 지금 한반도 주변 환경을 볼 때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든 당장 풀어야 할 숙제는 안보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대선의 본선 무대가 곧 열린다. 이제부터라도 각 후보들은 안보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비전이 담긴 공약을 국민 앞에 제시해야 한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