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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김정은의 각별한 '야경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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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15일 완공을 앞둔 평양시 대성구역에 있는 여명거리를 현지지도하고 있다. [사진=노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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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부족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북한이 최근 평양시를 화려한 야경으로 연출하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16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평양 여명거리(55~70층) 건설현장을 현지지도했다는 내용을 보도하면서 야경 사진들을 게재했다. 이 신문은 “김정은이 야경을 이룬 거리의 모습을 환한 미소 속에 바라보았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의 야심작인 ‘여명거리’는 고급 주택단지로 4300 세대가 들어서며 내달 15일 김일성 생일 105주년에 맞춰 완공될 예정이다. 김정은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여명거리 건설을 강조했 다. 그는 “건설부문에서 여명거리 건설을 최상의 수준에서 완공하고…”를 주문했다. 현재 공정률은 98%를 이미 넘었다고 알려졌다.

김정은은 여명거리의 야경을 보며 “불장식(야경)까지 하면 아름답고 황홀함을 말이나 글로써 다 표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고 노동신문은 전했다. 연이어 다음날에도 “김정은이 여명거리 완공에서 불장식 공정에 커다란 중요성과 의의를 부여하며 불장식을 잘 할 것에 대한 강령적 과업을 주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은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불장식 정치’ 방식을 그대로 이어 받아 평양의 밤거리를 환하게 밝히는 것을 선호한다. 김정일은 2001년 신년공동사설을 통해 고난의 행군을 종료하면서 평양시 밤거리를 불장식으로 밝힐 것을 지시했다. 소위 ‘불장식 정치’를 시작한 것이다. 평양의 밤거리를 밝히면서 주민들에게 ‘사회주의 승리에 대한 신심’을 심어주고 세계에 ‘조선식 사회주의의 승리’를 보여주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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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공을 앞둔 평양시 대성구역의 여명거리 야경 장면. [사진=노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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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은 이를 위해 평양시 인민위원회 직관선전국 산하에 ‘불장식 연구센터’를 설립해 밤에도 김일성광장· 주체사상탑· 옥류교 등 평양의 대표적 건축물을 통째로 드러나도록 지시했다. 그리고 그 사업에 많은 돈을 들였다.

평양시는 당시 모든 것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인민위원회 소속 외화벌이 회사의 주요 임무를 평양의 불장식에 필요한 자금을 구입할 것을 지시했다. 그리고 불장식 설비 구입을 위해 중국에 외화벌이 회사 직원들을 보냈다. 그들은 평양시 거리 뿐 아니라 당창건기념탑, 천리마동상 등의 건물을 불장식하여 조명에서 ‘수령영생위업을 달성하라’는 김정일의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서였다.

김정은은 아버지 보다 한 걸음 더 나갔다. 내각 산하에 ‘직관불장식 지도국’을 신설해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그리고 ‘직관불장식 지도국’ 산하에 ‘선경 불장식 연구소’를 만들고 여명거리 건설에서 불장식의 효과를 최대로 높이도록 지시했다.

익명을 요구한 대북인사는 “김정은이 연구소의 이름에 ‘선경’을 넣도록 지시했는데 그 이유는 아버지 김정일의 생각을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김정일은 2001년 황해북도 서흥군 범안리를 현지지도하면서 “여기가 바로 사회주의 선경”이라고 감탄했다. 북한은 그 이후 경치가 신비로운 풍경을 묘사할 때 ‘선경’을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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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공을 앞둔 평양시 대성구역의 여명거리 야경 장면. [사진=노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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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김정은은 조선과학기술총연맹 주최로 해마다 평양에서 열리는 중앙과학기술축전에 ‘불장식 및 조명기구’ 분과를 신설해 불장식 연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는 세계가 깜짝 놀랄 ‘조선식 불장식’을 하자며 평양 야경을 위해 조명기술자들을 외국에 연수를 보내고 있다. 지금도 명절이나 외국인들을 초청하는 북한의 행사 기간에는 평양시 만수대일대의 아파트 외벽을 LED조명으로 도시가 살아 움직이는 느낌을 주는 불장식으로 꾸민다.

하지만 정작 그것을 바라보는 주민들의 마음이 마냥 행복하지만 않다. 평양시에 살다가 탈북한 이모씨는 “명절 등 행사날에만 볼 수 있는 그런 불장식 보다는 그 전기를 아파트·공장으로 돌려 주민들이 잦은 정전에 따른 불편을 없애는 것이 김정은이 말하는 인민생활 향상”이라고 말했다.

김현경 통일문화연구소 전문위원

고수석 기자 ko.soos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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