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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벽안의 女화가가 화폭에 담은 아이돌 `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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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모크린의 `헌터`. [사진 제공 = Nik Massey ⓒThe artist and Night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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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홍콩에서 열린 '아트바젤 홍콩'에는 빅뱅 멤버 태양이 방문해 화제가 됐다.

수년 전 같은 그룹 내 지드래곤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큐레이터로 변신해 전시를 열었고, 또 다른 멤버인 탑 역시 소더비 홍콩 경매 기획자로 참여했다.

대중문화와 미술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서울 삼청동 페로탱 갤러리에서 개막한 미국 화가 제시 모크린(36)의 개인전 '소소(Xo Xo)'전 역시 K팝 열풍이 그림의 모티브가 돼 주목을 끌고 있다.

제시 모크린은 미국 메릴랜드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때부터 그림을 그렸다. 2012년 어느 날 친구가 슈퍼주니어 뮤직비디오를 보여줘 K팝 현상을 알게 됐다는 그는 2년 전 LA 코리아 타운에서 엑소 멤버들의 스티커 사진을 보고 그들을 그리기로 결정했다.

최근 전시 개막 차 한국을 방문한 작가는 "미국 보이그룹은 많아야 5명인데, K팝 그룹은 멤버가 많아 놀랍다"며 "그들의 스타일과 패션이 큰 리본이 달린 소매를 입었던 1900년대 옛날 남자들과 비슷해 흥미롭다"고 밝혔다.

"그들의 피부가 백옥처럼 하얗다는 데 주목했어요. 마치 렘브란트 초상에 나오는 것과 같은 매끄러운 피부와 여성인지 남성인지, 또 청소년인지 어른인지 모를 그 경계에 놓인 모습이 영감을 자극했죠."

실제 작가는 가느다란 손가락과 꽃 장식이 도드라진 옷을 입은 그들의 패션과 자태에 집중한다. 작가는 특히 미술사에서 장식적이기로 유명했던 '로코코' 양식을 차용해 오늘날 K팝 스타들을 재해석했다.

그는 왜 경계에 집중할까. "젠더 경계를 넘는 것은 중요해요. 지금 이 시대 화두이기도 하죠. 미술사를 봐도 시대에 따라 남성성과 여성성이 달라지죠. 시대의 가치관에 따라 달라질 뿐 우리가 절대적으로 뭔가를 규정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전시를 기획한 김기범 '소더비 인스티튜트 오브 아트' 교수는 그를 앤디 워홀과 비교하기도 했다.

"워홀 자체도 유명인에 집착했어요. K팝 팬들 역시 가상의 판타지를 흠모할 뿐 그들과 직접 데이트를 원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요."

작가는 "현실은 아닌데, 흠모하고 애타게 갈망하는 그 진심을 담고 싶다"며 "한국 관람객들이 내가 그린 그림이 실제 누구인지 알아볼까 궁금하다"며 수줍게 웃었다. 전시는 4월 8일까지.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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