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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악재 가득한데 잘만 오르는 증시… 올라탈까 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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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조선DB


‘경제는 안 좋다는데 왜 증시는 훨훨 날까?’ ‘상승장 흐름에 올라타야 할까, 또 상투 잡는 게 아닐까?’

요즘 주식 투자자들 머릿속엔 이런 의문들이 자리를 잡고 있을 것이다.

막대한 가계 부채와 내수 침체, 대통령 탄핵에 미국의 보호무역, 중국의 사드(THAD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 사방에 악재가 가득한데, 코스피지수는 쑥쑥 잘만 오른다. 올해 코스피는 7% 상승하면서 역대 최고치(2011년 5월 2228.96)에 바짝 다가섰다. 한국 주식시장에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사장은 “현재 한국 증시는 대세 상승장의 초입 국면이며, 생각보다 길고 가파르게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한다. 가격(실적 대비 저평가), 수급(넘치는 유동성), 심리(세계 경기 회복) 등 증시 향방을 좌우하는 요인들이 모두 우호적이어서 주가 상승은 한동안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면 현재 장세는 글로벌 신흥국 경제 회복에 배팅하려는 외국인 투기 자금의 유입에 따른 일시적 유동성 장세이며, 몇몇 수출 대기업의 선전(善戰)에 따른 착시 효과가 있는 만큼 대세 상승 국면으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외국인 올 들어 한국 주식 5조원어치 쓸어담아

올해 코스피를 2170 언저리까지 밀어올린 동력은 외국인 자금이다. 개인·기관은 주식을 내다팔기 바빴지만, 외국인은 5조원 넘게 한국 주식을 쓸어담았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보유 규모는 올해 처음으로 500조원을 돌파했고, 10년간 33% 수준이던 외국인 투자자 비중은 36%선까지 높아졌다. 남동준 텍톤투자자문 대표는 “기업들의 이익은 계속 늘고 있는데 주가는 멈춰서면서 한국은 세계에서 매우 싼 주식시장이 됐다”고 말했다.

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기준 한국 코스피의 주가이익비율(PER·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값)은 9.84배로, 인도(20.73배)나 미국(18.63배)의 절반 수준이었고, 비교 대상 10개국 중 가장 낮았다. PER은 숫자가 낮을수록 저평가됐다는 의미다. 한국 기업들의 순이익은 작년 109조원이 넘어 사상 최대치를 찍을 전망인데, 주가는 지난 2011년 수준에도 못 미쳐 저PER 국가가 됐다. 최권욱 안다자산운용 회장은 “한국 시장이 박하게 평가받은 이유는 불투명한 기업 지배구조 때문이었는데, 이번 대통령 탄핵 사태로 기업들이 경영 투명성을 강화할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선진국 기업들도 우리처럼 이런 성장통(痛)을 거치면서 주가가 재평가됐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기 회복세는 수출 위주 경제 구조를 가진 한국 경제에 호재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호에서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10년 만에 세계 경제가 상승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언급했다.

◇리서치센터장들 “코스피, 올해 2250~2300까지 갈 것”

미래에셋대우·NH투자·KB·삼성·한국투자증권(자산 규모 기준) 등 국내 5대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도 올해 한국 증시를 매우 밝게 보고 있다. 5명 중 3명(NH투자·KB·한국투자)이 올해 코스피 지수가 현재보다 5~6%가량 상승한 2250~2300수준까지 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300선을 돌파할 것이라는 의견(삼성)도 있었다. 서영호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증시의 호전을 감안하면 코스피의 PER은 11배 정도는 돼야 한다”고 말했다. 센터장 5명 중 3명(미래에셋대우·NH투자·삼성)은 올해 1분기 코스피 상승 폭(+7%)이 “지난해 예상한 수준보다 컸다”고 답했다. 코스피 상승장을 이끄는 대장주 ‘삼성전자’는 현재가(207만5000원·24일 기준)보다 올해 남은 기간 10~20% 정도는 더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주식시장 유망 투자처로는 리서치센터장 5명 모두 삼성전자가 속한 IT를 비롯해 금융과 화학을 꼽았다. 올해 시장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줄 이벤트로는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 5월 국내 대선, 프랑스 대선(4월) 등의 유럽 선거 등을 지목했다.

◇“低평가 이유 있어”… 코스피의 그림자

일각에서는 ‘코스피 랠리’의 지속 가능성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기도 한다. ‘특정 산업 분야에서 대기업이 주도하는 수출 의존 경제’라는 한국 경제의 근본적인 문제가 코스피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 상장사 최대 순익은 모든 기업이 골고루 잘해서가 아니라, 삼성전자·하이닉스·한전 등 일부 회사 효과였다”면서 “경제성장률이 2.6%가 되지 않는 저성장 국가에서 기업 이익이 크게 늘어나긴 어렵다”고 말했다. 강대권 유경PSG자산운용 본부장도 “작년 유가 상승으로 신흥국 경기 회복을 예상한 외국인 자금이 자산 배분 차원에서 한국에 일부 유입되는 것”이라며 “국내 증시가 장기 랠리를 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5대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도 한국 주식 저평가 상황에 대해 “근거 없는 것이 아니다”는 입장을 보였다. 구용욱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은 “한국 주식의 저평가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닌데, 그럼에도 저평가 상태가 지속되는 이유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며 “국내 기업들의 낮은 배당 성향, 경기에 민감한 IT와 자동차 비중이 높은 점 등이 밸류에이션(평가가치)에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이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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