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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미래 대비해야"...보험 가입자 빠르게 늘어나는 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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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사진출처=/t-l.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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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김지수 기자 = “직장 동료가 3달 전 대장암으로 갑자기 죽었어요. 그는 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었는데 다행히 생명보험을 가입해 있어서 어머니에게 1억 동(약 500만 원)을 남겨줄 수 있었죠. 어머니가 먹고 살 만한 조그마한 가게를 열 수 있는 돈이에요.”

베트남 호치민시티에 사는 트린 팜(25)은 자신이 보험을 가입하기로 결심한 계기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고 일본 닛케이아시안리뷰는 23일 전했다.

트린은 자신을 위한 건강보험과 생명보험 가입을 준비하고 있다. 그녀는 “만약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길 경우엔 부모님에게 돈을 좀 남겨주고 싶어요. 다행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 돈은 내 미래를 위한 저금이 되는거죠”라고 덧붙였다.

보도에 따르면 아시아에서 최근 트린과 같이 보험에 가입하는 사람의 수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재보험사인 스위스리에 따르면 인도네시아·태국·필리핀·베트남·말레이시아의 총영업보험료 기준 보험 시장은 2010년부터 2015년 사이 41.9% 성장해 총 규모가 595억 달러(약 67조 원)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중국 시장은 80% 성장해 3865억 달러(약 434조 원)에 달했다. 이는 일본이나 미국보다 훨씬 빠른 성장속도다.

이러한 추세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동남아시아의 생명보험시장 성장 속도가 2020년까지 8%~13%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생명보험 이외의 보험 시장은 7%~11%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 보험시장이 이러한 성장세를 보이는 배경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가계소득이 늘어나면서 사람들이 미래를 위해 돈을 저축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저금하는 대신 보험을 들고 있다. 또한 여윳돈이 있는 가계들이 자동차와 같은 고가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늘면서 이를 위한 화재보험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도시화도 보험 가입을 증가시키는 요인 중 하나다.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과거처럼 가족 구성원들에게 노후를 의존하기 어려워지자 미래를 위해 보험을 통한 노후 준비가 늘어난 것이다.

예컨대 세계은행(WB) 자료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에서는 2010년부터 2015년까지 도시인구가 약 15% 증가함에 따라 생명보험 마켓은 32% 성장했다. 태국에서도 도시 인구가 16% 증가하면서 생명보험 시장은 66% 커진 것을 볼 수 있다.

게다가 1997년 발생한 금융위기 이후 은행에 대한 신뢰도가 전반적으로 하락하면서 보험은 투자 수단의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동남아시아에서는 보장상품과 투자상품을 결합한 형태의 보험이 각광받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이러한 상품은 은행에 예금하는 것보다 낮은 이율을 제공하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은 이러한 상품을 선호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자신들의 상품이 아시아의 혼란스러운 사회적·경제적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한다. 마이클 렐로사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보험 위원회 의장은 “많은 나라들에서 공공 사회 보장 시스템은 아직 후진국 수준”이라면서 “보험은 헬스케어, 은퇴 후 노후 대비, 혹은 재난 구호 측면에서 기본적인 사회적 안전망의 역할을 보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빠르게 성장한 아시아 보험시장의 자금은 아시아의 인프라 증강의 자금원으로도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아시아가 현재의 경제 성장률을 유지하려면 2030년까지 26조 달러의 자금을 인프라 구축에 투자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밤방 브로조네고로 인도네시아 국가개발계획부 장관은 지난해 아세안 보험 컨퍼런스에서 “국가 예산으로 정부가 공공 투자를 진행할 수 있는 데는 한계가 있다”면서 민간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이러한 인프라 사업들 중에는 부실하거나 연기되는 것들이 많아 보험업계는 투자에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보험 시장의 급속 성장으로 인한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중국 보험업계에서는 정부가 생명 보험의 보장성 비율 제한을 완화해준 탓에 새로 등장하는 보험들이 너도나도 높은 수익률을 강조하며 보험이 투자상품화 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고수익 상품의 경우 투자로 인한 손실 위험도 늘어나게 되지만 이 부분은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

보험사들의 신뢰성 확보도 문제가 되고 있다. 필리핀에서는 한때 자녀의 교육이나 상조 서비스 등을 미리 준비하는 ‘프리니드(Pre-need)’ 분야가 각광을 받았지만 2005년 무렵 이 상품을 제공하던 많은 보험사들이 재정 문제로 무너지면서 가입자들이 많은 금전적 피해를 입는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이로 인해 필리핀의 보험 산업에 대한 신뢰는 땅으로 추락했다.

또한 가입자가 건강상의 문제가 생겨 보험금을 청구한 경우에도 보험사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지급을 거절하는 것도 문제다. 호치민시티의 보험가입자 추이 차우는 “보험사에 돈을 주는 것은 쉽다. 그런데 다시 받아내기는 매우 어렵다”고 밝혔다. 그녀는 간 문제로 치료를 받아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새로운 질병이라 보장해줄 수 없다는 답변만을 들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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