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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보아오 포럼, 한국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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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다보스 포럼으로 불리는 중국 보아오 포럼이 23일 열린 가운데, 아시아를 넘어 세계의 미래를 조명하는 거대한 '판'에 한국의 자리가 없어 씁쓸함을 자아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등장으로 세계적 화두로 부상한 보호 무역주의에 대한 담론, 나아가 다양한 경제적 협력의 가능성 타진이 연속적으로 벌어지는 거대한 축제의 장에 한국은 없다.

올해 보아오 포럼은 세계의 정재계 및 학계 인사 20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중국 하이난성 보아오에서 23일부터 시작됐다. 핵심은 세계화의 정의와 새로운 패러다임의 제시다. '세계화와 자유무역이 직면한 미래'를 중심으로 치열한 논의를 시작했다는 후문이다. 브렉시트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 등으로 일종의 역 세계화 기조가 강하게 감지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경제 아젠다를 바탕으로 미래를 도모하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보아오 포럼에 초대받지 못한 한국이다. 지난해 보아오 초럼에 참석해 나름의 존재감을 보였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 회장은 올해 보아오 포럼에 갈 수 없다. 최순실 비선실세 논란에 휘말려 구치소 수감, 출국금지를 이유로 발이 묶였기 때문이다.

이코노믹리뷰

최태원 회장. 출처=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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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오너 일가 중에서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가 유일하게 보아오 포럼에 참여한다.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가 보아오 포럼에 모습을 드러낸 바 있으나 최근 보아오 포럼에는 김동원 상무가 더 많이 등장하고 있다.

비 오너 일가 중에서는 유정준 SK수펙스추구협의회 글로벌성장위원장이 참여하지만 아무래도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말이 나온다. 엘리 킴 삼성전자 상무는 핀테크와 관련된 세션에 등장할 전망이며, 국내 공직자 중에서는 유정복 인천시장이 참석해 도시의 특성 토론 세션에 참석한다.

보아오 포럼은 중국 정재계 인사는 물론 세계의 기업 인사들이 대거 참석하는 곳이며, 자연스럽게 경제외교의 창구로 여겨지곤 했다. 그런 이유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보아오 포럼에 참여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리커창 중국 총리 등을 만나는 등 현지 네트워크를 다지며 나름의 존재감을 보여주기도 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2005년부터 보아오 포럼에 참여했으며 2007년 총회에서 이사로 선출되어 활동하다가 2013년 후임 이사로 이재용 부회장을 추천하기도 했다. 최태원 SK 회장이 이사로 활동하던 시기, 그는 중국 현지에서 공격적인 사업을 펼치는 한편 민간 외교관으로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한국은 사드 배치에 따른 한중 외교 분쟁에 최순실 게이트까지 겹치며 아시아를 넘어 세계 경제의 축제로 여겨지는 보아오 포럼을 사실상 놓치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사드 배치로 얼어붙은 양국의 관계를 경제적 관점에서 살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는 말까지 나온다.

올해 보아오 포럼 자체가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보호 무역주의 및 역 세계화에 대한 담론속에서 '협력과 화합의 장을 추구한다'는 아젠다를 택한 상태다. 이는 역으로 생각하면, 역 세계화의 흐름속에서 사드로 양국의 관계가 악화되고 있으나 경제적인 측면에서 나름의 여지를 타진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한중 경제협력의 일정정도 타협의 물꼬를 트일 수 있는 기회였다는 것.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지만, '그래도 아쉽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올해 보아오 포럼의 경우 기조연설을 장가오리 중국 부총리가 맡는 등, 지난해보다 격이 낮아진 분위기도 연출되지만 이런 현상이 진한 아쉬움을 지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최진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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