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1 (수)

[김지연의 미술 소환]고통의 무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천경우, 고통의 무게, 2013, 퍼포먼스, 가변설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고통을 계량화하기 위해 ‘고통지수’가 등장했다. 이때 고통의 원인은 ‘경제’다. 인플레이션율, 실업률, 국민소득증가율 등 일반 국민들이 느끼는 경제적 체감도, 경제적 삶의 질을 계량화해서 수치로 나타낸 것이 고통지수다. 한 나라의 1년간 경제성과를 가늠하는 척도로 널리 활용되는 이 수치는 그 무엇보다 경제적인 삶의 질을 중요시하는 근래 들어 사용이 늘어나는 추세란다.

천경우는 ‘고통지수’와는 다른 방식으로 고통을 계량화하는 작업을 시도했다. 이때 고통의 원인은 개인에 따라 다르다. <고통의 무게>라는 이름으로 진행한 이 작업은 개인이 안고 있는 고통의 무게를 돌로 표현하는 것이다. 합천 해인사 경내에서 펼쳐진 이 퍼포먼스에는 사찰을 오가는 관광객, 불자 등 다양한 이들이 참여했다. 사람들은 붉은 천을 받아, 그 안에 자신이 느끼는 고통의 무게만큼 선택한 돌을 담아 묶었다.

참가자들은 고민해야 했다. 나는 고통스러운가. 그렇다면 그 원인은 무엇인가. 주관적인 내 고통의 정도를 어떤 수량의 돌로 표현할 수 있는가. 그들은 작업에 참여하는 과정 속에서 각자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들은 타인의 고통 역시 외면하지 못했다. 많은 참가자들이 그 자리에 없는 이를 대신하여 그들의 ‘고통의 무게’를 사찰 마당에 내려놓고자 했다. 하지만 프로젝트의 규칙상 참가자는 타인의 고통을 대신 표현해줄 수는 없었다.

고통은 일종의 도덕 감정이고, 타인의 고통을 지각하는 과정은 공감의 과정이다. 타인이 고통을 겪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면 사람들은 그의 상황을 염려하고, 정서적 측면을 공유한다. 퍼포먼스 참여자들이 꺼내놓은 붉은색 고통의 무게로 채워진 해인사의 대적광전 앞마당은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서로의 고통에 공감하는 장소가 되었다.

<김지연 전시기획자>

▶ 경향신문 SNS [트위터] [페이스북]
[인기 무료만화 보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