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9 (월)

[사설]저질·편파 TV조선을 재승인한 방통위는 뭐하는 기관인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TV조선·JTBC·채널A 등 종합편성채널 3개사의 재승인을 의결했다. 재승인 기준점수에 크게 미달해 퇴출이 예상됐던 TV조선은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다. 오보·편파·막말 보도로 지탄을 받아온 불량 종편을 퇴출시켜달라는 시민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또다시 3년간 면죄부를 준 방통위에 실망과 개탄을 금할 수 없다.

방통위는 24일 전체회의를 열어 1000점 만점에 기준점수(650점)를 넘어선 JTBC(731.39점)와 채널A(661.91점)는 재승인을 하고, 기준점수에 미달하는 625.13점을 받은 TV조선에 대해서는 조건부 재승인을 의결했다. TV조선에 불합격 점수를 매기고도 재승인을 결정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억지에 불과하다. 종편의 저질·편파·막말 방송은 종편을 시청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일이다. 재승인은 편파적인 봐주기 행정이자 부실 심사의 결과물이다.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처사다.

방통위는 지난달 24일 종편채널 3개사의 재승인 심사를 마쳤으나 채점표를 공개하지 않았고, TV조선에 대한 청문을 실시하고서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방통위가 재승인 낙제점을 받은 TV조선을 봐줘야 한다는 명분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샀다. 이런 행위는 3년 전 재승인 과정에서도 똑같이 반복됐다. 2014년 종편 재승인 당시 방통위는 사실상 봐주기 심사로 TV조선에 대한 조건부 재승인을 의결하면서 여러 가지 개선방안을 요구했다. 하지만 TV조선은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오보·편파·막말 보도로 심의 제재를 받은 건수가 2014년 95건에서 지난해에는 161건으로 크게 늘었다. 특히 <장성민의 시사탱크>는 막말·편향 프로그램의 대명사로 꼽히며 2015년 97건의 민원이 제기되기도 했다. TV조선은 또 보도 편성비율을 낮추라는 방통위의 요구를 무시하고 전체 편성의 절반가량으로 늘렸다. 2014년 재승인 당시에 밝힌 투자계획을 이행하지 않아 지난해 8월에는 4500만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지난달 언론단체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참여한 시민 1만여명은 ‘퇴출되어야 할 종편’ 1순위로 TV조선을 꼽기도 했다.

재승인 심사에서 낙제점을 받은 종편 채널조차 퇴출시킬 수 없다면 방통위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규정과 원칙을 어긴 방통위는 방송 규제기구로서의 자격과 역할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번 재승인 심사로 방통위는 ‘종편의 비호세력’이란 불명예를 벗을 기회마저 걷어찼다. 정치적 셈법과 종편 채널의 사익을 위해 공익을 저버린 방통위에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 경향신문 SNS [트위터] [페이스북]
[인기 무료만화 보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