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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세계 석학에 듣는다]생산성 다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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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드포드 디롱 美 캘리포니아 버클리대 경제학 교수


파이낸셜뉴스


오늘날 전 세계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이전의 오랜 농업시대에 비해 약 20배 부유해졌다. 기원전 7000년~서기 1500년 자원은 희소했고, 기술발전은 더뎠으며, 맬서스적 인구문제로 인류는 일인당 하루 1.50달러도 안 되는 소득으로 생존만 하는 정도였다.

2017년 전 세계 인구 가운데 약 7%만이 빈곤층이다. 예전 기준으로 보면 하루 평균 전 세계 생산가치는 일인당 30달러 수준이다. 생산성 열매가 어떤 측면으로도 평등하게 분배되지는 않지만 우리 사회 전반의 부는 농업시대 선조들의 입이 쩍 벌어질 만하다.

게다가 우리는 가까운 선조들이 그랬던 것과 같은 것들을 생산하고 소비하지 않는다. 2017년 기초곡물을 통한 하루 40㎉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 반면 지금 우리가 소비하는 흔한 재화와 서비스는 농업시대에는 아예 구경도 못했을 가능성이 높고, 있다 해도 말도 못하게 비쌌을 것이다. 티베리우스 클로디어스 네로(로마 네로황제)는 기원전 1세기 기간 딸기와 크림을 곁들인 정찬은 받아보지 못했을 것이다. 16세기 튜더왕조의 토머스 울시 추기경 이전에는 누구도 두 가지 조합을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606년 마녀에 관한 선혈이 낭자한 시청각 드라마를 집에 앉아 볼 수 있었던 이는 오직 한 사람밖에 없다. 그는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왕이었던 제임스 스튜어트다. 그에게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와 그가 속해 있던 킹스멘 극단이 있었다. 오늘날 40억명 넘는 사람이 스마트폰, 태블릿, 텔레비전으로 한때는 오직 절대군주를 위해 준비됐던 주문형 엔터테인먼트를 즐긴다.

예를 하나 더 들자면 19세기 초 가장 부유한 인물이었던 네이선 마이어 로스칠트(로스차일드)는 감염성 종양으로 50대에 사망했다. 그가 전재산을 넘기는 대신 현대 항생제 1회분을 얻을 수 있었다면 목숨을 구했을 수도 있다.

따라서 그저 현대인이 농업시대 선조들에 비해 20배 부유해졌다고 말하는 건 틀린 말이다. 현재 소비자에게는 당시 광범위하게 가능했던 재화와 서비스보다 훨씬 더 큰 폭의 선택지가 있기 때문이다. 현대인은 그저 풍요로울 뿐만 아니라 전례없는 선택의 다양함을 향유하고 있다. 이는 전반적인 부를 크게 끌어올리는 토대다.

그렇다면 과연 얼마나 끌어올리고 있을까. 미 상무부 경제분석국(BEA)과 각국 통계청은 생산성에서 '다양성' 향상이 차지하는 역할을 측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표준적 추산에 따르면 북대서양 지역의 연평균 노동생산성 증가는 1800~1870년 1%였던 것이 1870~1970년에는 2%가 됐고, 그 이후에는 1.5%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생산성은 이보다 더 낮았을 수 있다. 그렇지만 이는 대부분 우리가 전 세계 빈곤층의 생필품 수요를 충족하는 면에서 어떻게 개선을 이뤘는지를 추산한 것이다. 생산성 향상으로 우리의 삶이 얼마나 풍요로워졌는지를 측정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풍요로움은 주로 인류 문명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은 혁신 덕이다. 수세식 화장실, 자동차, 전력, 장거리 통신, 현대 정보처리 등이 그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인류 역사 초기에 지금 같은 능력을 갖춘다는 것은 말도 못하게 비싸거나 아예 불가능했을 것이다. 로마제국 말기에는 부유한 귀족만이 노멘클라토르-이름과 얼굴을 기억하는 일을 맡은 노예-를 소유할 수 있었고, 이들은 귀족들이 사람들의 이름과 얼굴을 기억해내도록 해줬다. 지금은 간단한 스마트폰을 갖는 게 노멘클라토르 같은 측근 한 다스 또는 수천명을 데리고 있는 것보다 낫다.

성장의 미래, 또 지속적인 성장이 인류 모두에게 열리게 될 것이라고 생각할 때 우리는 우리가 얼마나 이뤄냈는지를 돌이켜봐야 한다. 지난 200년간 북대서양 지역의 경제성장을 정확히 측정하는 것은 실패했지만 30배 이상은 된다고 나는 확신한다.

얼마나 더 성장할까. 그리고 그게 우리 미래나 후손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과거 경험으로 볼 때 우리는 결코 알 수 없다. '미래의 크림에 찍어 먹는 딸기'는 아직 발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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