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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기술 빼갈라…美국방부, 中 벤처투자도 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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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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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국방부가 중국의 미국 내 첨단 스타트업들에 대한 투자를 우려하는 내용을 담은 공식 보고서를 내놓은 사실이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최근 일본 도시바 반도체 매각을 둘러싸고 일본 정부가 중국 기업은 지분을 매수할 수 없도록 강제 조치까지 검토하는 등 기술 유출이 국제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 점과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 국방부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내 고위 인사에게만 최근 배포한 이 새 백서는 중국의 미국 스타트업 투자가 경제적인 목적도 있지만 첨단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백서는 이를 방치하면 미국의 군사 관련 주요 기술 자원이 해외로 유출돼 안보 위험이 가중될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처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중국의 미국 내 첨단 기업 투자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이처럼 공식 문서에 경계감을 표현하는 대목이 들어가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일본 정부가 자국 대표 기업인 도시바의 매각을 놓고 기술 유출을 우려해 중국에는 넘기지 않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과 맥을 같이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정부가 여기서 내세운 것도 '국가 안전'이다.

일본에 이어 미국까지 중국의 기술 탐욕에 제동을 걸 준비를 함에 따라 '기술패권'을 놓고도 미국과 일본, 그리고 서방 중심의 글로벌 중국 포위망이 가동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NYT는 이와 관련해 "막강한 자금을 앞세운 중국 투자회사들은 이미 첨단 기술을 가진 미국 스타트업들의 주요한 투자자가 되고 있다"면서 "이들이 주로 관심을 갖는 기업들은 로켓 엔진, 자동운항센서, 휘는 스크린을 만드는 프린터 등 군사적 용도로 전용이 가능한 기술을 확보한 스타트업들"이라고 보도했다. 이들 중 일부는 공군, 항공우주국(NASA) 등 미국 주요 기관들도 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NYT는 "베이징은 경제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중국의 군사적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한 미국 스타트업에 투자하라고 정부와 밀접하게 연계된 투자회사에 촉구하고 있다"는 백서 내용을 소개했다. 사실상 1당 독재국가인 중국의 금융산업은 정부 주도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언급된 기술을 가진 미 스타트업에 투자한 중국 투자기업들이 중국 정부의 지시하에 움직였다는 것이다.

NYT는 이 같은 정황을 들어 "중국의 스타트업 투자는 첨단 기술이 어떻게 개발되는지 쉽게 알 수 있는 경로가 되고, 결국 지식재산권이 넘어가는 통로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지난해 말 NDG(National Defense Group)란 민간 전문연구기관은 중국 국영기업에서 투자받은 인공지능·딥러닝 스타트업인 뉴랄라의 사례를 들어 중국 자본 유입으로 기술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졌다는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한 바 있다.

로봇 자율 주행 등에 사용되는 딥러닝 기술 연구에 특화된 뉴랄라는 미 공군이 기술에 관심을 갖던 기업이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투자요청에 대해 묵묵부답이었다. 이런 가운데 중국 기업인 하이얀캐피털이 손을 내밀어 부족한 자금을 조달했다. 나중에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 회사는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왕광잉이 이끄는 그룹의 자회사였다.

이처럼 중국은 미국 스타트업 투자에 광범위하게 나서고 있다. 리서치 회사인 CB인사이트는 "2015년 중국 기업이 미국 내 스타트업에 투자한 금액은 99억달러(약 11조1097억원)로 이는 전년도에 비해 4배 넘게 증가한 수치"라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 기업들이 군 관련 첨단 기술에 얼마나 투자했는지는 정확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NYT는 "중국 기업과 스타트업들 간 거래 규모와 범위 등은 공개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숫자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백서에 정통한 한 인사는 "중국 자본은 미국 대표 보안 회사인 시만텍에도 접근했었다"고 전했다.

물론 중국의 미국 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무조건적으로 비난할 수는 없다. 문제는 국영 투자기업들의 경우 정부가 내세운 일종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투자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다.

제임스 루이스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시니어연구원은 "중국의 테크 기업 투자가 우려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그들이 우리의 군사적 경쟁자이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미국 정부도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펜타곤이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위해 출범한 국방혁신실험사업단(DIUX)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시행착오를 겪었던 이 사업단은 올해 적극적 행보를 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문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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