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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기고] '메이크 위드'로 우리와 손잡는 인도네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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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김재홍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사장


바둑과 체스는 앉아서 하는 게임이라는 공통점 빼고는 상극(相剋)에 가깝다. 바둑은 무(無)에서 시작하지만 끝날 때는 바둑판이 돌로 가득 찬다. 상대방을 잡아먹는 것이 아니라 집을 많이 늘려야 이긴다. 반면 체스는 말을 가득 채워 시작하지만 게임이 끝날 때쯤 말 대부분이 사라진다. 이긴 쪽도 막대한 피해를 본다.

요즘 주요국과의 무역 환경은 격렬한 체스판을 연상시킨다. 미국은 다양한 통상 압력을 행사하면서 전통적 무역 파트너들을 옥죄고 있다. 중국은 우리에게 사드(THAAD) 보복을 다각도로 가하고 있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역 전쟁까지 불사하겠다는 태도다.

고도화될 대로 고도화된 국제무역 환경 속에서 상대방 말을 쓰러뜨리면 내 말도 피해를 본다. 무역 전쟁에선 어느 쪽도 승전가를 부를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그래서 반(反)세계화 경향이 일시적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에겐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무역 시장이 체스판처럼 거칠 때 우리 기업들에 필요한 전략은 바둑처럼 집을 키우는 것이다. 최적의 협력 파트너를 발굴하고, 해당 국가와 '상생'과 '호혜'에 기반을 둬 이익을 나눠야 한다. 메이크 위드(Make With) 전략이다.

조선일보

14일 한-인도네시아 비지니스 서밋이 열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샹그릴라호텔 그랜드볼륨에서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연설하고 있다. /자카르타=조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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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코트라(KOTRA)·인도네시아투자조정청이 지난 1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주최한 '한·인도네시아 비즈니스 서밋'은 그런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도네시아는 현재 천연자원·경공업 위주 경제에서 벗어나 산업구조를 고도화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한국의 경험과 기술을 배우기 위해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직접 우리 기업인들을 만나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다.

인도네시아와의 경제협력 확대는 우리에게도 큰 의미가 있다. 인도네시아는 2억5000만 명의 인구에 동북아와 인도를 잇는 지정학적 이점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최근 G2(미국과 중국) 시장의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 속에서 한국과 인도네시아 두 나라가 서로 약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극대화하면 전략적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이번 한·인도네시아 비즈니스 서밋에 1000명 넘는 양국 경제인이 모여 투자 및 경협 확대를 논의한 만큼 많은 후속 성과가 기대된다.

필자가 해외 무역 현장을 다니며 피부로 느끼는 사실이 하나 있다. 일방적으로 우리 물건을 파는 시대가 끝나간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대체 시장'이라고 부르는 국가들도 이미 자국의 산업 발전과 일자리 창출에 도움을 주는 국가와 기업들에 손을 내민다. 인도를 중심으로 한 서남아 지역을 보자. 인구 17억 명의 서남아는 평균 7%대로 경제성장을 하는 거대 소비시장이다. 이 중 인도는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로 대변되는 제조업 육성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우리는 소비재 등 서남아 시장의 유망 분야에 진출해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는 노력과 함께 기술이전 및 공동 제조 등 현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 상생과 호혜를 다지는 전략적·포용적 파트너십을 펼쳐야 한다.

미래는 협력이 곧 생존인 시대이다. 상생과 호혜는 신(新)보호주의의 격랑을 넘어 우리의 무역 투자를 밝은 미래로 이끄는 등대 역할을 할 것이다.

[김재홍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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