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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중국·대만에 도시바 못 넘겨 … 일본, 매각 중지 명령 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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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공서 대부분 도시바 메모리 사용

데이터 훼손 땐 국가기밀 잃을 우려

일 정부, 주식 매수 직접 나설 수도

“중국으로는 안 돼!”

일본 정부가 분식 회계와 원전사업 실패로 경영난에 처한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부문(도시바메모리) 매각 흐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가 도시바메모리 처리와 관련해 중국이나 대만계 기업에는 팔아서는 안 된다는 방침 권고를 검토 중이라고 23일 전했다.

일본 정부는 필요할 경우 관련법에 근거해 강제력이 있는 매각 중지 명령까지 발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정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배경은 중국 기업이 일본 최대 반도체 업체인 도시바메모리를 인수할 경우 예상되는 안보상의 위기감 때문이다. 지난해 샤프를 인수했던 훙하이정밀공업(폭스콘)처럼 중국에 주력 생산공장을 둔 대만계 기업들 역시 일본 정부의 경계 대상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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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내 상당수 기업과 관공서 데이터센터에서는 도시바의 낸드(NAND)형 플래시메모리를 쓰고 있다. 만일 도시바를 인수한 제조업체가 메모리 제조과정에서 데이터 훼손이 가능하도록 조작할 경우 기밀정보를 잃는 등 심각한 국가 위기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본 외환법은 해외 기업이나 자본이 자국 내 반도체 등 국가 주요 사업을 매수할 경우 사전에 정부 심사를 받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심사 결과 국가 안전을 해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오면 정부가 매각 중지를 권고할 수 있고 강제력이 있는 명령도 내릴 수 있다.

실제 일본 정부는 지난 2008년 영국계 펀드가 일본 최대 전력 도매업체인 J파워의 주식을 대거 사들이려 하자 “공공질서 유지를 방해할 우려가 있다”며 매각 중지 명령을 내린 사례도 있다. 현재 도시바메모리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업체는 10여 개 사다. SK하이닉스와 미국의 웨스턴디지털, 대만의 훙하이정밀공업·TSMC, 중국의 칭화유니그룹 등이 응찰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선 지분 인수 과정에서 여러 기업들이 합종연횡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내다본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중국·대만계 기업이나 컨소시엄이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될 경우 규제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또 미국 등 다른 나라 기업에 팔리더라도 중국 기업으로의 전매는 제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해외로의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주식 매수에 직접 뛰어들 가능성도 있다. 정부 산하 일본정책투자은행과 민관 펀드인 산업혁신기구가 도시바그룹에서 분사된 새 반도체 회사에 함께 출자하는 방안이다. 일종의 공적자금 투입이다.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전체 주식의 3분의 1 이상을 사들인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막대한 적자 상태인 도시바 측은 최대한 비싸게 파는 것이 목표여서 정부와의 협상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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