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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J report] 보릿고개 넘고 있는 조선업계 … 대우조선 홀로서기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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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교체기 다가와 시장에 온기

LNG추진선 등 발주 조금 늘었지만

수주 규모 4년 전에 비해 20% 수준

경쟁사들 “과도한 보호” 볼멘 소리

“대형 조선소 3개는 과잉” 지적도

“일본 구조조정 서둘다 주도권 뺏겨

수혈 끊기보다는 시간 줘야” 반론

23일 대우조선해양의 수명 연장이 최종 결정됐다. 2015년 10월 이후에만 4조2000억원을 투입했지만 유동성 위기가 다시 불거지면서다. 이번 처방으로 대우조선해양은 다시 테이블 데스(수술 중 사망)의 위기를 면했다. 이제 남은 질문은 하나다. 과연 이 정도 처방으로 대우조선해양은 병상을 떨치고 일어날 것인가다.

대우조선해양의 완치 여부는 무엇보다 세계 조선 업황에 달려 있다. 일감을 따낼 수 없으면 아무리 많은 지원과 구조조정을 해도 소용이 없다. 김영훈 경남대 조선·해양 IT 학과 교수는 “조선 시황이 바닥에서 조금씩 다시 올라가는 있어 수주 여건도 개선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자료: 클락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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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의 말대로 실제로 시장엔 미약하나마 온기가 돌고 있다. 호황이었던 2013년 세계에선 신규 선박 총 3052척이 발주됐고 이 중 한국이 500척을 넘게 수주했다. 하지만 지난해는 수주 절벽이 극에 달해 2013년의 6분의 1 정도인 513척만이 새로 만들어졌다. 이 중 한국 조선업체들이 수주한 선박은 61척에 불과해 1년 내내 배를 곯았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천연액화가스(LNG)추진선과 같은 친환경 선박 발주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한동안 뜸했던 대형 유조선 발주와 해양플랜트 프로젝트 계획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국 조선업체들은 단 3척의 선박을 수주했다. 하지만 올해 같은 기간엔 12척을 주문받았다. 업황이 가장 좋았던 수퍼사이클 때만큼은 아니지만, 적어도 보릿고개를 넘길 힘이 생긴 것이다. 올 1~2월 세계 선박 수주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점유율도 전년 동기 7%에서 21%로 뛰었다. 반면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의 점유율은 떨어졌다.

중앙일보

자료: 클락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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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회생에 대한 기대도 지난해를 저점으로 업황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에 근거를 둔다. 시장조사업체인 클락슨은 노후 선박 교체기가 다가오고 있어 15년 이상된 선박의 약 10%가 새 배로 교체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럴 경우 올해 발주량은 2011~2015년의 약 80%까지 회복될 수 있다.

이렇게 업황이 좋아지는 상황에서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수혈을 끊기보다는 몇 년 시간을 벌겠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너무 일찍 구조조정을 시행해 글로벌 조선 시장의 주도권을 한국에 넘겨준 일본의 선례도 대우조선을 살려야 한다는 논리에 힘을 실어줬다.

대우조선해양이 무너졌을 때 발생할 경제적 충격, 특히 실업문제를 걱정해온 정치권에서도 반대 목소리는 거의 없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산업은행의 추가지원 발표 이후 “조선업이 지금은 한국 경제에 많은 어려움을 주고 있지만 아직은 한국이 기술 우위에 있고 고용 집약적 산업이기 때문에 훗날 다시 한국 경제의 효자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도 “회사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자구 노력, 요구 사항 모두 이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국고가 계속 들어가고 있는 만큼 이들이 느끼는 압박감도 남다르다. 24일 정성립 사장이 직접 나서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물론 비관적인 전망도 많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수주 상황이 좋아지고 있긴 해도 내년까진 획기적인 개선은 어렵다”며 “이런 전망이 현실화되면 대우조선의 완전 회복을 기대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2015년부터 수조원을 투입하고도 정부 당국자들, 금융기관, 대우조선 경영진 노조에 대한 책임 규명은 전혀 없어 실망스럽다”며 “지금 졸속 처리보다 차라리 5월 대선 후 조선산업정책과 구조조정을 함께 처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공식적인 논평은 내놓지 않았지만 경쟁사들은 볼멘 소리다.

중앙일보

자료: 클락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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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절벽 속에서 똑같이 분투하는 데 대우조선만 과도한 보호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1~3위 업체가 다 한국 업체인 상황에서 한 곳에만 정부 지원이 계속되고 있는 게임 자체가 공정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보원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대학 교수는 “그동안 소나기만 피하자는 생각이 상황을 악화시켰다”며 “유가가 회복되면 1~2년 안에 조선업이 다시 살아난다는 기대나 희망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과거와 똑같은 노동집약적 기업으로는 희망이 없어 지금 상태의 대우조선은 지원을 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고 설명했다.

한국 경제 규모에 대형 조선소 3개는 공급 과잉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선박 운항률이 72%까지 떨어지고 있어 노후 선박을 교체하는 대신 폐선을 택할 수도 있다. 세계 유력 해운사들이 어렵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실제로 중고 선박 매물이 많이 나와있다. 올해 수주도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에서 자산인수 방식으로 대우조선해양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조정을 하고, 정부가 그런 과정을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대우조선을 안고 가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까지 망가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영선·문희철 기자 azul@joongang.co.kr

전영선.문희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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