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약속 깨고 17개월만 지원
‘밑 빠진 독 물 붓기’ 안 되려면
최소한 노사 고통분담 있어야
정부는 이번 지원이 고육책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당장 내달 21일 도래하는 회사채 4400억원을 막지 못하면 대우조선은 부도를 맞게 된다. 부도가 현실화하면 우리 경제에 최대 59조원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한다. 경기 침체 상황에서 경제계 전반에 대우조선발 ‘4월 위기설’마저 고조되고 있는 실정이다. 급한 불이라도 끄고 봐야 하는 상황에 몰린 것이다.
그렇더라도 정부의 무능력과 무원칙한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정부는 2005년 지원 당시 “더 이상의 지원은 없다”고 했다. 정부 스스로 약속을 어긴 부분에 대해선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 정부의 안이한 상황 인식도 마찬가지다. 2016년 수주 예상치를 115억달러로 잡았으나 실적은 8분의 1 수준인 15억4000만달러에 그쳤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채권단이 조선업의 장기시황 부진, 대우조선의 내재적 위험요인을 보다 보수적으로 판단해 대응하지 못했던 점 대단히 죄송하다”고 말했다. 천문학적 혈세가 투입되는 대형 사고를 그냥 어물쩍 넘기려 해선 안 된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그동안 대우조선에 대한 자금지원만 했을 뿐 제대로 된 구조조정을 하지 않았다. 조선업을 ‘빅2’ 체제로 재편해야 한다는 쓴소리에 귀 닫은 채 비교적 수주전망을 높게 본 보고서만 믿고 구조조정안을 확정했으니 당연하다. 현재 대우조선의 자구안 이행률은 29%에 불과하다. 현대대중공업 56%, 삼성중공업 40%의 절반 수준이다. 이러니 벌써 “이번 지원으로 몇 개월 더 갈까”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게 아닌가.
유일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제 “끝까지 책임을 지는 자세로 구조조정에 대한 소임을 다하겠다”고 했다. 임기가 채 두 달도 남지 않은 장관이 무슨 수로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더구나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는 “근로자가 고통분담해선 안 된다”고 소리친다. 이러다가는 정말 배가 산으로 갈지 모를 일이다. 언제 또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어야 하는 상황이 오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이번만큼은 제대로 된 자구·회생안을 마련해 국민 앞에 제시해야 할 것이다. 대마불사 신화는 더 이상 없어야 한다.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