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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中 공한증 극복에 '감격'…반한감정 표출은 당국 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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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사·베이징·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김진방 특파원·차병섭 기자 =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갈등 속에 중국 창사(長沙)에서 치러진 한중 월드컵 예선전에선 우려됐던 중국 관중들의 반한 감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지는 않았다.

허룽(賀龍) 스타디움 4만 좌석을 붉은 색으로 가득 메운 중국 관중들은 이날 경기에서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해선지 응원 열기만 뜨거웠을 뿐 사드 갈등이나 반한 정서 등은 크게 눈에 뜨이지 않았다.

경찰 1만여명을 동원한 중국 당국은 스타디움 출입구나 관중석 곳곳에 공안을 배치하고 관중들을 통제하는 듯 했다. 반한 감정을 자극할만한 플래카드도 내걸리지 않았고 격앙된 감정에 빚어질 뻔한 불상사도 나타나지 않았다.

한국대표 선수들이 입장할 때나 중국 골문 앞에서 슛을 터뜨릴 때 야유가 쏟아지긴 했으나 우려할 만한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애국가가 울려 퍼질 때 중국 관중들의 야유는 매너가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경기 전 스타디움 앞 광장에서는 일부 중국인들이 사드 갈등을 거론하는 플래카드를 내걸기도 했다. 이들은 "소매를 걷고 응원하자. 한국을 괴롭히고 롯데를 뒤집자"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이 플래카드는 경기장 내에선 보이지 않았다.

중국인들은 '공한증'(恐韓症)을 극복한 이번 경기의 역사적 승리에 의미를 부여하며 감격해 했다.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등 온라인에서도 중국인들의 감격스러운 반응이 쏟아졌다.

전반 34분 중국 대표팀 위다바오(于大寶)가 헤딩으로 선취점을 성공시키자 경기를 중계하는 CCTV5의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계정에는 수백개의 댓글이 순식간에 달렸다.

연합뉴스

삼엄한 허룽스타디움과 텅빈 한국 관중석[창사=연합뉴스]



중국 누리꾼들은 "역시 '다바오'(큰 보배)다. 이름값을 한다", "다바오로 한국을 눌러줘라", "5대 0으로 이긴다던 한국 응원단 코를 납작하게 해줘라", "오늘은 꼭 이길 것 같다" 등 실시간으로 흥분된 반응을 보였다.

1골 앞선 상황에서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중국 축구팬인 추미(球迷)들은 현장 응원단이 승리의 감격에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공유하며 서로 기쁨을 나눴다.

중국 누리꾼들은 "드디어 한국을 이겼다", "오늘은 경기 내용도 좋았고, 화이팅도 좋았다", "너무 기뻐서 거의 울뻔했다" 등 뜨거운 반응을 보냈다.

웨이보 핫이슈 순위에선 한중전을 의미하는 '중한대전'(大戰)이 1위였다.

이날 경기에서 중국 관중의 응원을 주도한 것은 한국의 붉은악마 격인 '룽즈두이(龍之隊)'였다. 젠만건(簡滿根) 룽즈두이 회장은 "전국에서 5천명의 회원이 이 경기를 보러 창사에 왔다"며 "룽즈두이 축구팬들은 비교적 이성적이고 이들이 승패가 어떻든 비이성적으로 행동할 것으로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룽즈두이는 지난해 9월 서울에서 열린 한중전에 1천명의 팬을 이끌고 가 응원전을 벌이기도 했다.

전날 한국대표팀 훈련장을 찾은 유명 축구해설가 류자위안(劉嘉遠)은 중국중앙(CC)TV에서 한국대표팀 선수들이 잠자지 못하도록 밤새 한국팀 숙소 앞에서 폭죽을 터뜨리자고 선동했다가 네티즌들의 비판을 한몸에 받기도 했다.

한편 주중 한국대사관 영사부는 지난 20일에 이어 이날 다시 한 번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 한중전 관련 신변안전 유의를 재공지했다.

한국대사관측은 중국 내 체류 또는 방문 중인 국민을 가급적 공공장소에서 단체 응원 등을 자제하고, 불필요한 언동으로 중국인과 마찰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했다.

베이징의 한인 밀집지역인 왕징(望京)에서도 최근 중국 내 반한 감정을 우려한 듯 영사부 공지에 따라 공공장소 등에서 단체 응원을 하는 모습은 눈에 띄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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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 앞의 중국 응원단[창사=연합뉴스]



jo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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