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세월호 희생 교사들 '순직군경' 준하는 예우 합당

CBS노컷뉴스 구민주 기자

세월호 참사 당시 학생들의 대피를 돕다 숨진 교사들에 대해 순직군경이 아니라는 국가보훈처 결정이 잘못됐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수원지법 행정2단독 김강대 판사는 안산 단원고 교사 고(故) 최혜정(당시 24·여) 씨 등 교사 4명의 유족이 국가보훈처 경기남부보훈지청을 상대로 낸 '국가유공자(순직군경) 유족 등록거부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보훈처의 처분을 취소했다고 23일 밝혔다.

최 교사는 지난 2014년 세월호 침몰 당시 "너희들 내가 책임질 테니까 다 (갑판으로) 올라가라"고 하며 바닷물이 차오르는 상황에서도 동료교사와 함께 객실을 돌아다니며 상황을 점검하고 구조활동을 했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너희부터 나가고 선생님 나갈게"라는 글을 남겼다.

최 교사는 탈출이 쉬운 5층에 숙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4층으로 내려가 학생들의 탈출을 돕다가 구명조끼를 입지 않은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됐다.

다른 3명의 교사들도 사고 당시 부모와의 통화에서 "학생들에게 구명조끼를 입혀야 한다"고 말하며 급히 전화를 끊고, 남자친구에게 "구명조끼를 입지 않고 있어 미안하다"는 연락을 남긴 뒤 학생들의 탈출을 돕다 빠져나오지 못했다.

또 탈출 기회가 있었지만 물이 찬 선내로 돌아가 학생들에게 구명조끼를 입히고 탈출시킨 뒤 정작 자신들은 빠져나오지 못하고 다른 학생들과 함께 선내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이들 교사는 2014년 7월 순직공무원으로 인정됐지만 국가보훈처는 2015년 6월 유족들의 순직군경유족 등록을 거부하고 교사들을 순직군경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국가보훈처는 국가유공자법에 따라 순직군경의 직무가 국가의 수호·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재산을 보호하는데 목적이 있거나 고도의 위험에 지속적·반복적으로 노출되는 직무를 수행하다 사망한 경우로 한정한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이들을 '순직군경'으로 봐야한다고 판결했다.

김판사는 판결문에서 "특별한 재난상황에서 자신의 생명이나 안전을 돌보지 않고 학생들의 구조활동에 적극적으로 매진한 것은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라고 설명했다.

또 "순직군경이 되려면 군인이나 경찰·소방공무원이라는 신분이 반드시 필요한 것처럼 보이나 국가유공자법 시행령에 따라 이에 준하는 행위 중에 사망한 사람도 순직군경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고인들과 같은 특별한 희생에 대해서는 국가의 수호·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을 하다가 사망한 군인이나 경찰 또는 소방공무원에 준하는 예우가 주어져야 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판시했다.

한편 세월호는 침몰 1,073일 만에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으며, 인양이 완료되면 목포 신항으로 이동돼 거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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