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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치료제들에 내성 생긴 결핵’ 신약 이중심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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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질병관리본부 심사 뒤 다시 심사평가원 거쳐

승인-불승인 엇갈려 혼란 생겨 의사들 사용 주저

다른 치료제 등에는 두 기관에 걸쳐 심사 없어

의료계 “혼란 생기지 않도록 이중심사 개선해야”



30대 중반인 김아무개씨는 2년 전 여름 여러 결핵 치료제를 써도 듣지 않는 ‘다제내성’ 결핵을 진단받았다. 3~4가지의 결핵 약을 동시에 처방받아 6개월 이상 먹었지만 소용 없었다. 또 결핵 약을 먹으면 소변 색깔이 변하거나 구토를 하는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았다. 결국 약을 끊었다 먹기를 반복해 최근까지도 서울시에 있는 한 공공병원에서 치료를 받는다. 김씨를 담당하는 내과 전문의는 23일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여러 결핵 치료제를 한꺼번에 써도 치료가 잘 되지 않는 ‘다제내성’ 결핵의 경우 치료 성공률이 40%를 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최근 비용이 무척 비싸지만 효과가 크다고 알려져 있는 신약들이 있는데 써 보지는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문의가 신약 사용을 주저하는 이유는 이 약에 대해 보건당국과 건강보험당국의 심사가 일치하지 않은 경우가 있어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다제내성 결핵에 쓰이는 신약은 현재 국내에 2가지가 허가를 받아 쓰이고 있는데, 6개월을 쓰면 2600만원 이상이 들 정도로 비싸다. 조준성 국립의료원 호흡기내과 전문의는 “기존의 결핵 치료제는 대부분 한 알에 100원을 넘지 않을 정도로 싸지만, 신약은 이에 비교할 수 없이 비싸다”며 “이 때문에 질병관리본부에서 지난해 9월 신약 사용에 대해 사전심사제를 도입해 심의위원회에서 심사해 약을 쓰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질본의 심의위원회를 통과해 신약을 처방했는데, 이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심사하는 과정에서 신약 처방이 불승인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데 있다. 지난해 9월부터 현재까지 질본의 심의위원회에서 신약 처방이 필요하다고 판단된 환자 107명 가운데 7명이 심평원 심사에서 불승인됐다. 다제내성 결핵 신약처럼 두 기관이 심사를 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 심사평가원 관계자는 “백혈병 환자들에게 하는 조혈모세포이식이나 혈우병 등 몇몇 희귀질환에 쓰이는 치료제 등에 대해 심사평가원에서 사전심사제를 하지만, 다제내성 결핵 신약처럼 두 기관이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임재준 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관련 분야 교수 등 전문가들이 모인 질본 심의위원회가 심의한 뒤 승인을 낸 사례에 대해 심평원이 불승인하면 일선 의료계에서는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이중심사가 생기지 않도록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2016년 세계보건기구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는 결핵 발병률과 사망률이 모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또 2016년 결핵환자 신고연보를 보면 한해 다제내성 결핵 환자는 모두 852명으로 다제내성 결핵의 발병률도 오이시디 회원국 가운데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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