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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아키에 스캔들’ 위기의 아베.. "국유지 헐값 매입, 정치권 관여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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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에 여사가 강연때 아베 총리 돈 봉투 줬다"
모리토모학원 이사장 참의원 청문회서 폭로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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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장기 집권 계획이 거대한 암초를 만났다. 연관성을 부정해오던 '아키에 스캔들' 핵심 당사자가 아베 총리를 정조준하면서 사태는 겉잡을 수 없는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국회에 출석한 모리토모학원 이사장은 아베 총리측으로부터 기부금을 받았다고 재확인했다.

자민당 총재 3선 연임을 가능케 하도록 당칙을 바꾸며 장기 집권을 꿈꿨던 아베 총리는 조기 총선을 통한 재신임을 고민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그의 '숙원'인 평화헌법 개정도 그만큼 미뤄질 전망이다.

■ 이사장 "아베에게 기부금 받았다"

23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가고이케 야스노리 모리토모학원 이사장은 이날 일본 참의원(상원) 예산위원회 증인환문(청문회)에 출석, 아베 총리의 부인 아키에 여사에게 기부금 100만엔(약 1000만원)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이 자리에서 가고이케 이사장은 "아키에 여사가 2015년 9월 5일 강연을 와 '아베 총리가 보낸 것'이라며 봉투를 줬다"며 "(아키에 여사는) '전혀 기억이 없다'고 하지만, 이는 매우 명예로운 일이었기 때문에 선명히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국유지를 평가액보다 싸게 구입한 데 대해 "정치권의 관여가 있었던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키에 스캔들'은 오사카에 위치한 사학재단 모리토모학원이 국유지를 평가액(9억5600만엔)의 14% 수준인 1억3400만엔에 매입한 경위에 아베 총리와 아키에 여사가 관여했다는 의혹이다. 지난달초 아키에 여사가 명예 교장에 올라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혹이 시작됐다.

아베 총리는 지난 1일 "아내만의 인생이 있다"며 "학원이 (아키에 여사를) 어떤 직함으로 쓰는지까지 책임질 수는 없다"며 의혹과의 연관성을 지속적으로 부인해 왔다.

그러나 가고이케 이사장이 "총리측으로부터 100만엔을 받았다"고 폭로하며 사태는 '아베 스캔들'로 급속히 전환됐다. 사태가 커지며 5년만에 증인 청문회도 열렸다. 집권여당인 자민당도 결국 가고이케 이사장 소환에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 아베 내각 지지율 폭락

이번 스캔들로 아베 총리의 지지율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니혼TV가 이달 18~19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지지한다'는 의견은 47.6%로 두달만에 10% 가까이 하락했다. 요미우리신문 여론조사에선 한달만에 10%가 떨어지기도 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10월 자민당 3선 연임이 가능해지면서 사실상 장기집권 체제에 들어갔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스캔들로 인해, '컨벤션 효과'가 오래가지 못하고 기세가 꺾인 것이다.

'모르쇠'로 일관하는 아베 총리의 대처는 신뢰 하락의 기폭제가 됐다.

아베 총리는 "국유지 매각에서 부당한 움직임은 전혀 없다고 보고받았다"며 "토양이 오염되고, 폐기물도 있어 감액됐다"는 해명을 내놨지만, 일본 국민을 이해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지난 11~12일 마이니치신문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내각의 해명을 납득할 수 없다'는 응답이 75%로 '납득한다'는 의견(8%)을 압도했다.

■ 중의원 해산해 정국 전환하나

이런 상황이다 보니, 자민당 내부에선 중의원(하원) 해산을 통한 재신임 주장이 나오고 있다. 최근 산케이신문은 다음달 23일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거를 실시해 새 정권을 출범시키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다고 전했다. 민진당 등 야당 지지율이 지지부진해 정권 교체 우려는 없기 때문에, 선거를 통해 아베 정권을 다시 추스르자는 주장이다.

그러나 개헌선(3분의 2)을 확보중인 자민당.공명당 연합 의석이 줄어들 수도 있어 위험하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고 산케이는 전했다. 개헌선이 깨지면 아베 총리가 추진중인 '평화헌법 개정'도 차질을 빚게 된다.

다만, 아베 총리가 무리 없이 내각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자민당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데다 아베 총리가 당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권 심판의 장으로 평가되는 참의원 선거까지 2년 넘게 남은 것도 이점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참의원 선거가 많이 남았다는 점에서 지금이 '정변'의 시기는 아니다"며 "자민당내 파벌도 약화돼, 아베 총리에 대항할 힘도 더 이상 없다"고 전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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