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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추가지원 없다더니 17개월만에 또…국민에 손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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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우조선 구조조정안 확정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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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채권단이 1년5개월 만에 대우조선해양 추가 지원을 결정하면서 '국민 혈세로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제대로 된 예측을 하지 못한 정부와 채권단의 무능, 그리고 사태가 악화되는 데도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이 미흡했던 대우조선해양 노사 모두 이 같은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진단이다. 당초 장밋빛 수주 전망을 토대로 묻지마 혈세 투입 결정을 내린 당시 서별관회의(경제현안회의) 멤버들에 대한 책임론도 재차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2015년 10월 22일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과 최경환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 임종룡 금융위원장,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홍기택 당시 산업은행 회장,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은 서별관회의를 열고 국책은행 위주의 4조2000억원 혈세 투입을 결정했다. 이듬해인 2016년 수주를 115억달러로 전망한 삼정회계법인의 낙관적 실사 결과를 금융위와 산업은행은 그대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실제 수주 실적은 전망치의 10분의 1 수준인 15억4000만달러에 그쳤다. 그런데도 정부와 채권단은 서별관회의 후 대우조선에 대한 4조2000억원 규모의 자금 지원 방안을 발표하면서 "앞으로 추가 지원은 없다"고 못 박은 바 있다. 이 정도 지원이면 대우조선 유동성 문제가 해결되고 업황이 개선되면 대우조선해양이 살아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앞으로 추가 지원은 없다" "P플랜은 현재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발언을 국회에서 공식적으로 한 임 위원장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말 바꾸기 책임 논란을 피해가기 어렵게 됐다.

고동원 성균관대 교수는 "금융위원장은 말 바꾼 것에 대한 정치적 책임이 불가피하다"며 "산업은행은 당시(2015년 10월) 정책결정자들, 대출 결정 당시 이사회 이사들에 대한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산업은행 이사회 사내이사인 홍 전 회장에 대한 책임 소재를 분명히 가려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대규모 손실이 불거지기 직전인 2015년 3월 취임한 임 위원장과 달리 홍 전 회장은 박근혜정부 1년 차인 2013년부터 산업은행 회장을 맡았고 자회사 부실관리 책임을 피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전직 정부 고위 관료는 "서별관회의에서 다른 참석자들이 강압적으로 산업은행 위주의 혈세 지원을 요구했다는 게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이사회를 거쳐 자금을 지원한 주체가 산업은행이고 이 결정의 최종 책임자가 홍 전 회장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며 "2014년 이전 부실 자회사 관리와 부실 회계처리 과정에서 회장으로서 책임 있는 조치를 다했는지 따져보는 절차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과 진 원장을 제외한 서별관회의 멤버들은 모두 대우조선해양 의사결정 라인을 떠난 상태다.

최순실 게이트 관련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안 전 수석을 빼고는 본격적인 책임 논의가 없었다. 홍 전 회장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로 갔다가 이른바 '인터뷰 논란'으로 해외로 도피했다 최근 귀국했고, 금융당국과 잇단 불협화음으로 논란을 빚은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은 유럽의 한 대학으로 떠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확증편향에 따른 의도적인 정보 무시도 문제였다.

지난해 8월 컨설팅회사 맥킨지는 조선 경쟁력 강화 방안 보고서 초안을 통해 "5년간 조선업 수주 절벽이 계속될 테니 대우조선해양을 매각 또는 분할해 조선업을 '빅2' 체제로 재편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작년 10월 나온 정부의 조선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는 이 같은 내용이 빠졌다가 이번에 2조9000억원의 신규 지원 방안을 마련하면서 포함됐다. 정부와 채권단이 보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시행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5년 당시에도 '2016년 4월 총선을 앞둔 청와대가 정부를 압박해 국책은행이 지원하는 손쉬운 방식으로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대우조선해양 노사도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전·현직 경영진은 줄줄이 분식회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인적 구조조정을 하면서 수치상 목표 달성을 위해 비정규직과 계약직 출신 정규직에게 희망퇴직을 강요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사무직과 달리 생산직은 임금 반납이나 무급 순환 휴직을 전혀 하지 않았다. 대우조선해양의 지난해 자구계획 이행률은 29%로 현대중공업(56%), 삼성중공업(40%)보다 낮다.

[조시영 기자 / 정석우 기자 / 노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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