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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安·李 "文측 지역위원장들이 흘려"…투표결과 유출 일파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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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선 D-46 ◆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이 현장투표 결과가 사전 유출되면서 초반부터 얼룩지고 있다. 특히 단체 카카오톡에 개표 결과를 올린 지역위원장 6명의 신상이 당 선거관리위원회에 의해 파악된 가운데 이 중 대다수가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측 인사라는 주장이 제기되는 등 파문이 커지고 있다. 네거티브 선거전 논란에 이어 이번 유출 파문까지 겹치면서 모바일 투표를 놓고 '진흙탕 싸움'을 벌였던 2012년 경선 상황이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복수의 당 관계자에 따르면 민주당은 경기, 대구·경북, 전북 등 지역위원장 6명이 전날 전국 동시 투표소에서 현장투표가 끝난 뒤 지역위원장 대화방에 각 후보의 득표 수를 집계한 결과를 올린 것으로 파악했다. 당사자들은 대부분 개표 결과를 올린 사실을 인정했다.

이 가운데 한 위원장은 "최초에 한 지역의 개표 결과가 올라오길래 나도 참관인이 전해준 개표 결과를 올렸다"며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일부 후보 캠프에서는 개표 결과를 올린 지역위원장들의 경력 등을 토대로 문 전 대표와 가까운 지역위원장들이 투표 결과를 의도적으로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이번 사건에 연루된 경기도 지역위원장 등 다수가문재인 캠프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주장이 경쟁 후보 캠프 쪽에서 제기된 상태다.

당이 전날 투표 마감을 앞두고 개표 결과를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지침을 내렸는데도 결과가 누출된 데 대해선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안희정 충남지사 측에서는 당 선관위에 수사 의뢰를 요청하는 한편 추미애 대표의 사과를 요구했다.

강훈식 안희정 캠프 대변인은 "문 전 대표가 부산 현장투표에서 압승했다는 내용의 22일 오후 7시 8분 최초 보도를 보면 뭔가 조직적 움직임이 아니면 불가능하다고 보여진다. 민주당 지역위원회에서 (투표 결과를) 카톡방에 올린 사람들이 있는데 (당에) 수사 의뢰를 요청하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사태 초반에는 전혀 신뢰할 수 없는 자료라며 서둘러 진화하는 데 급급했지만 실제로 지역위원장들이 자료를 유출한 것으로 확인되자 신뢰성에 타격을 입게 됐다.

민주당 선거관리위원회가 23일 긴급 개최한 대책회의에서 양승조 진상조사위원장은 "전혀 신뢰할 수 없는 근거 없는 자료로 인식해주셨으면 한다. 어깨너머로 본 정도의 의미"라고 의미를 축소했지만 이후 이 자료의 내용이 사실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안 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 측은 공정성을 문제 삼으며 즉각 반발했다. 안희정 캠프 전략기획실장인 박용진 의원은 광주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민주당이 정말 정권 운영 능력을 갖췄는지 국민이 의심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안 지사 측 변재일 의원은 "처음부터 보안이 안 됐고 결국 (중간에) 공개될 수밖에 없는 투표였다"며 "안희정·이재명은 조직이 없고, 문재인 캠프에 조직위원장 다 있는데, (문재인 캠프 쪽이) 유출을 통해 대세론을 강화하려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시장도 "경선 주자의 한 사람으로서 당이 편향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정성호 이재명 캠프 총괄본부장 역시 "민주당 지역위원장 단체카톡방에 선거 결과가 여러 개 올라왔다. 그 결과 유출된 내용이 일치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시장 측은 홍재형 당 선관위원장의 사퇴 카드도 접지 않았다.

문 전 대표는 다소 당을 감싸고 있다. 그는 이날 전주에서 기자들과 만나 "축제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해쳐서는 안 된다"며 "지나고 보면 룰은 늘 아쉬움이 남는다. 개표 참관인들이 있어 결과가 조금씩은 유출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민주당 대선 주자들은 당 경선 첫 번째 결전지인 호남 민심을 사로잡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또 문 전 대표는 24일 오전 10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동영상을 공개하는 형식으로 출마 선언을 한다고 밝혔다.

[광주 = 정석환 기자 / 서울 =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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