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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英 심장까지 덮쳤다…브레이크 없는 테러, 피할 곳 없는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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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차량테러 3명 사망…박승철 기자 현장 르포

매일경제

영국 런던이 테러 공포에 얼어붙었다. 최근 유럽 대륙에서 테러가 잇따르는 동안에도 2005년 7월 지하철 연쇄 폭탄 테러 이후 10년 이상 테러 안심지대 자리를 지켜왔던 런던이다. 그러나 좀비처럼 확산되는 테러는 또다시 바다 건너 영국까지 피로 물들였다.

22일(현지시간) 런던 의사당 인근에서 차량과 흉기를 이용한 테러가 발생해 범인을 포함한 4명이 죽고 40여 명이 부상했다. 이날 밤 웨스트민스터 다리와 국회의사당 주변엔 긴장감만이 흐르고 있었다. 사건 현장과 가까운 웨스트민스터 지하철역은 폐쇄되고 영국 의사당 입장이 금지되면서 적막이 감돌았다.

런던의 랜드마크 런던아이(London Eye)와 의사당을 연결하는 웨스트민스터 다리는 트래펄가 광장, 국립미술관 등 관광 명소와 가까워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그러나 이날만큼은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가운데 테러범과의 교전 과정에서 사망한 경찰관 케이스 파머를 추모하는 꽃다발만 거리를 지키고 있었다. 경찰 병력은 대거 증강 배치됐다. 인근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에는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조기가 게양됐다.

이번 참사는 유럽 각국이 벨기에 브뤼셀 자살 테러 1주기를 맞아 테러에 대한 경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발생해 더욱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22일 오후 2시 40분께 런던 의사당 인근 웨스트민스터 다리에서 진회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갑자기 인도로 돌진해 순식간에 20명 이상이 바닥에 쓰러졌다. 불과 몇 분도 지나지 않아 범인은 흉기를 들고 차량에서 뛰어내린 뒤 그를 저지하려는 경찰 두 명을 공격했다.

이 중 한 명은 범인이 휘두른 흉기에 심하게 찔려 목숨을 잃었다. 사건이 발생하고 6분이 지나자 첫 번째 구조대가 사건 현장에 도착했다. 당시 의사당에 있던 테리사 메이 총리는 경호원들에 둘러싸여 즉시 다우닝가 10번지 총리실로 이동했다. 소식을 접한 하원도 곧바로 정회했다.

매일경제

범인은 범행 후 의회에 진입하려다 무장경찰이 쏜 총에 맞아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이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아침(현지시간) 출근길 런던 시민들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분주한 모습이었다. 웨스트민스터 지하철역의 출입이 통제되고 일반인들의 주변 도로 진입이 봉쇄된 것을 제외하면 도시 전체가 일상으로 돌아온 듯 보였다. 영국 국회도 이날 공식 업무를 재개했다. 영국인들은 이날 오전 9시 30분 희생자 추모를 위한 '1분 묵념'에 참여했고 테러범과 교전 과정에서 숨진 경찰관 케이스 팔머의 가족을 위한 모금 운동도 시작했다.

사건 현장을 그대로 목격한 롭 라이언 씨는 "나는 직관적으로 차를 피했지만 사람들이 그대로 차에 받히는 것을 봤다"며 "숨을 돌리고 주변을 돌아보니 충격 그 자체였다"고 전했다.

범인의 신분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경찰은 중동에서 활동하다가 유럽으로 돌아온 이른바 '귀환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프랑스 니스와 독일 베를린에서 일어난 트럭 테러와 비슷한 수법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이후 이슬람국가(IS)는 23일 선전매체 아마크에 "칼리프국가의 전사가 영국 의사당 테러를 수행했다"며 배후를 자처했다.

극단주의 감시단체 '시테'는 테러범이 자메이카 이민자 가정 출신 '아부 이자딘'이라는 이름의 42세 남성이다. 영국 경찰은 23일 "범인이 단독으로 행동했고 테러리즘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히는 한편 이번 테러와 관련한 7명도 긴급 체포했다고 전했다.

이날 테러 사건의 부상자 40명 중에는 한국인 여행객 5명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런던 = 박승철 기자 / 서울 = 김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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