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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어, 박근혜 뇌물받는 얘기?…뮤지컬 ‘판’으로 들어온 전통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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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프리뷰] 창작뮤지컬 ‘판’

조선의 이야기꾼 전기수 배경

꼭두각시놀음 통해 현실 풍자

사또 검열에 맞서 민중봉기도

서양 기승전결 서사구조 탈피



한겨레

꼭두각시놀음 등 전통연희를 뮤지컬로 끌어들인 창작뮤지컬 <판>.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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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사당놀이, 꼭두각시놀음 같은 우리 전통 연희패들이 뮤지컬 판으로 ‘난입’했다.

꼭두각시놀음 ‘절 짓고 허무는 거리(대목)’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기업들로부터 뇌물을 받는 장면을 비꼰다. 사또가 퇴임 뒤 살 집(절)을 마련하려 장사치들로부터 후원금을 강제로 걷은 뒤 절을 짓는다. 그 절을 사또의 사냥감이던 새들이 공격해서 허물어버린다. 약자의 반격이다.

그런가 하면 사또는 이러한 꼭두각시 풍자극을 벌인 이야기꾼 달수와 호태를 옥에 가둔다. 그들의 이야기에 영향을 받은 백성들은 관아로 들이닥쳐 관아를 허물어버린다. 일종의 민중봉기다. 누가 봐도 문화예술계 검열과 블랙리스트 사태와 대통령 파면을 끌어낸 촛불 시민혁명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23일 미리 본 창작뮤지컬 <판>의 주요 장면이다. 씨제이(CJ)문화재단이 처음으로 제작을 지원한 창작뮤지컬 작품으로 조선시대 이야기꾼 전기수를 배경으로 깔고 인형극 등 전통연희를 접목한 공연이다.

기존 뮤지컬이 기승전결의 드라마 구조에 충실하다면, <판>은 전체 이야기 구조 속에 꼭두각시놀음의 독립적인 에피소드들을 담았다. 전통 바탕의 형식적인 생소함과 함께 창작뮤지컬 <판>이 주는 매력은 동시대를 향한 날 선 비판이라는 ‘칼칼한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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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두각시놀음 등 전통연희를 뮤지컬로 끌어들인 창작뮤지컬 <판>.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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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의 양식은 전통연희를 따르되, 음악은 서양 뮤지컬을 기본으로 했다. 다만, 재담꾼의 이야기 판에서는 우리 전통음악을 쓰고 그 밖의 현실 장면에서는 서양음악을 사용했다. 때로 우리 음악과 서양음악이 서로 넘나들며 섞이기도 한다. ‘산받이’ 최영석이 등장해 전자악기, 장구, 따로 만든 타악기를 연주하면서 연기도 한다. 산받이는 인형과 대화를 하며, 극을 이끌어가는 역할이다.

변정주 연출은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판>은 달수, 호태 등이 살아가고 있는 현실의 상황과 이들이 밤에 매설방(이야기방)에서 펼치는 놀이판 속의 이야기, 이렇게 두 가지의 상황이 교차하며 진행된다. 현실에서 사또는 이야기꾼들을 검열하고 통제하려 들지만, 이야기꾼들은 몰래 매설방에서 사또의 악행을 풍자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크게 보면 서사 형식은 우리 것, 음악 양식은 서양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어쩌면 생소하지만, 흥겹고 가볍고 재미있다”고 부연했다. 변 연출은 2016년 뮤지컬 <아랑가>로 제5회 예그린어워드 연출상을 받았으며,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함뮤(시민들과 함께하는 뮤지컬배우들)의 ‘너는 듣는가, 민중의 함성을’ 등 공연을 연출했다.

정은영 작가가 쓴 <판>은 19세기 말 양반가 자제인 달수가 염정소설과 정치풍자에도 능한 최고 이야기꾼이 되는 과정을 그린다. 박윤솔이 작곡하고 김길려가 음악감독을 맡았다. 뮤지컬 배우 김지철, 유제윤, 김대곤, 김지훈, 최유하, 박란주, 윤진영, 임소라, 최영석이 출연한다. 이달 24일부터 4월15일까지 서울 씨제이아지트 대학로. (02)3454-1401.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주주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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