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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강적 만난 미 트럼프 …공화당내 프리덤 코커스 '트럼프 케어'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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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원 표결 앞두고 법안 통과에 빨간불

1호 법안 좌절되면 국정장악에 상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친정인 공화당의 초강경파 의원 모임인 프리덤 코커스 때문에 기로에 섰다. 23일(현지시간) 밤 예정된 ‘트럼프케어(미국건강보험법안)’의 하원 표결을 앞두고 프리덤 코커스가 반대 표를 던지겠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위협하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23일은 운명의 날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은 물론 대선 승리 직후에도 ‘오바마케어’를 폐지하겠다며 집권 공약으로 내걸었다.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만들었던 건강보험인 오바마케어를 없애고 대신 더 좋은 개혁안을 내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25일 한 방송 인터뷰에서 ”오바마케어는 너무 비싸서 끔찍한 보험“이라며 ”나도 알고 당신도 아는데 이건 재앙“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더 적은 비용을 들여 더 좋은 혜택을 내겠다”고 약속했다.

이렇게 해서 오바마케어를 대체할 보험 개혁안으로 나온게 트럼프케어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의회에 올라가는 1호 개혁 법안이기도 하다. 그러나 프리덤 코커스가 반대를 선언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시험대에 올려 놨다. 프리덤 코커스의 회장인 마크 메도즈 하원의원은 22일 “당엔 법안을 저지할 충분한 의원들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 21일 트럼프 대통령이 프리덤 코커스 지도부를 직접 찾아 설득을 시도했고 이날도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프리덤 코커스의 일부 의원들을 만났는데도 반대를 고수했다.

트럼프케어가 하원을 통과하려면 최소 216표가 필요하다. 현재 하원 의석은 공화당 237명에 민주당 193명으로 전체 과반수가 216표다. 공화당이 똘똘 뭉쳐 트럼프 대통령을 밀면 216표를 너끈히 넘기지만 프리덤 코커스가 반대하고 있어 표결 결과가 예측불허다. 뉴욕타임스(NYT)는 “프리덤 코커스는 최소 30명 이상”이라고 보도했다. 지도부를 제외하면 회원 명단을 비공개하는 프리덤 코커스에서 반란표가 22표 이상 나오면 공화당의 나머지 의원들이 모두 찬성해도 법안은 부결된다. 22일 오후까지 CNN과 NYT가 자체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공화당 하원의원중 반대를 표명한 이는 22명을 넘는다. 이들 사이에 프리덤 코커스가 대거 포함됐을 것으로 추정한다.

프리덤 코커스는 초강경 보수의 신념으로 무장한 공화당 하원의원들로 당 지도부도 그간 설득을 포기해온 당내 당이다. 이들은 2013년 오바마케어의 백지화를 요구하며 새해 예산안 처리를 무산시켜 연방정부 셧다운(업무정지)이라는 충격적인 사태를 초래했다. 2015년에도 오바마 대통령의 이민개혁안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예산안 처리를 지연시켜 관련 예산을 집행하는 국토안보부가 셧다운 직전까지 갔다. 그해 7월엔 자기 당의 수장인 존 베이너 당시 하원의장이 오바마 정부와 타협하고 있다며 하원의장 해임안을 발의하는 반란을 일으켰다. 결국 베이너가 물러났다.

이번에도 프리덤 코커스는 마이웨이 트럼프 대통령조차 노심초사해야 하는 강적으로 떠올랐다. 프리덤 코커스는 작은 정부, 세금 감면, 시장 불간섭 등을 철학으로 내건 이들이다. 풀뿌리 보수를 지향했던 티파티 운동과 맥이 닿아 있다. 프리덤 코커스는 정부가 제공하는 건강보험에 대해 개인이 각자 알아서 책임질 건강 관리를 정부가 왜 간섭하느냐는 입장이다. 프리덤 코커스가 트럼프케어를 반대하는 이유는 오바마케어를 완전히 지우지 못했다는데 있다. 이들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제공하는 핵심적인 보험 보장 범위를 정부가 강제로 지정하는 오바마케어의 ‘독소 규제’를 트럼프케어는 철폐하지 않았다고 반발한다. 또 오바마케어의 극빈층 보험지원(메디케이드) 혜택은 당장 없애야 하는데 트럼프케어는 이를 2020년으로 늦췄다고 분노한다. 그래서 프리덤 코커스는 트럼프케어를 ‘오바마케어 아류(Obamacare Lite)’라고 비난하고 있다.

트럼프케어가 하원에서 부결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국정 운영에서 치명타를 입는다. 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도 지나지 않았는데 자신의 ‘1호 입법’이 좌절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야당의 반대가 아닌 집권 여당의 반란표로 백악관의 입법이 무산되는 결과가 돼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은 심각한 내상을 입는다. 임기 말이었다면 법안 처리 실패는 곧바로 레임덕으로 연결됐을 사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호 입법의 의회 통과를 시작으로 자신의 야심작인 세제 개혁안 처리를 시도하려 한다. 트럼프 정부가 전세계에 알린 국경세 도입과 법인세 대폭 인하가 골자다. 따라서 트럼프케어 부결은 곧바로 세제 개혁안 처리에도 악영향을 미치며 트럼프 정부는 출발부터 꼬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과의 전쟁을 불사하며 오바마 전 대통령의 도청 의혹을 제기해 파란을 일으켰고 반이민 행정명령으로 전세계를 충격과 공포에 빠뜨렸지만 프리덤 코커스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트럼프케어가 부결될 경우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어떻게 될지 지켜보자”라고만 밝혔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채병건 기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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