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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패션] 핑크 왕자, 블루 공주…아동복도 `젠더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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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어린이도 어른 못지않게 유행에 민감하다. 그래서인지 최근 패션업계를 강타한 젠더리스룩(성(性)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중성성을 강조한 패션) 바람이 아동복으로 옮겨가고 있다.

오픈마켓 G마켓에 따르면 남녀 구분이 없는 아동공용 의류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G마켓 아동공용 의류 매출은 19% 증가했다.

특히 퍼·가죽외투 1051%, 면바지 128%, 긴팔·맨투맨 티셔츠는 38%로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신발도 상대적으로 남녀 구분이 없는 운동화와 양털부츠가 전년 대비 각각 38%와 117% 이상 신장하며 유아동 전체 신발 평균 신장률(14%)을 크게 웃돌았다. '아이들은 금방 크니까 넉넉한 옷을 사야 오래 입힌다'는 말은 그야말로 옛말이 된 셈이다.

업체들도 남녀 구분 없이 입을 수 있는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G마켓에 입점된 유아동복 의류업체 '밍구키즈'는 성별 관계없이 편안하게 입힐 수 있는 다양한 티셔츠와 후드, 집업점퍼, 청바지, 카고팬츠, 운동복 세트 등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유니키즈12'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디즈니 캐릭터의 상하복을 선보였다.

이처럼 아동복에서도 젠더리스 패션이 각광받는 이유는 한 자녀 가정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과거에는 아이의 실제 사이즈보다 좀 더 큰 옷을 사서 오래 입히고, 동생에게 물려주는 문화가 보편화됐다면 이젠 하나뿐인 자식에게 최신 유행에 맞춰 입히는 것이 트렌드가 됐기 때문이다. 한 자녀 가정이 늘어나면서 아이에 대한 지출을 아끼지 않는 데다 양가 조부모·부모·삼촌·이모 등 8명이 한 명의 아이를 공주·왕자처럼 챙기는 '에이트(8) 포켓' 현상이 심해지고 있는 점도 아동공용 의류가 인기 있는 배경이다. G마켓 관계자는 "다자녀가 일반적이었던 과거에는 동성 간 형제자매끼리 물려 입히는 것이 당연시되다가 자녀 수가 차츰 줄어들면서 새 옷을 큰 것으로 사 오래 입혔다"며 "하지만 한 자녀 가정이 대세인 요즘에는 기간이 짧더라도 딱 맞게 예쁘게 입히고, 대신 다른 사람에게 물려주는 것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출생·사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1.17명으로 전년 1.24명보다 0.07명 떨어졌다. 2009년 1.15명 이후 7년 만에 최저치다.

하지만 이러한 저출산 현상 속에서도 자녀를 위해 과감하게 지갑을 여는 소비자는 많아졌다. 국내 유아용품 시장 규모는 2009년 1조2000억원에서 지난해 2조4000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패션업계 전반에 젠더리스 패션이 유행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 남자들은 핑크톤 라운드티, 리본으로 연출한 셔츠, 액세서리, 클러치백으로 꾸미고, 여자들은 남성 정장스타일, 오버코트, 로퍼 등을 착용하는 것을 젠더리스룩으로 볼 수 있다. 구찌, 디올, 버버리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를 중심으로 지난해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젠더리스룩은 글로벌 패션업계의 가장 큰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박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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