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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푸드 & 프랜차이즈] 나만의 레시피 뚝딱…당신도 모디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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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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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준비생 함 모씨(25)는 '마크 정식' 마니아다. 마크 정식은 인스턴트 떡볶이, 스파게티 컵라면, 소시지, 스트링 치즈 등을 조합해 먹는 음식이다. 아이돌그룹 갓세븐 멤버 '마크'의 팬 중 하나가 레시피를 개발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 올린 후 유명해졌다. 함씨는 "SNS상에서 마크 정식을 본 후 편의점으로 달려가 똑같이 따라 먹었는데 너무 맛있었다"며 "인스턴트 떡볶이 대신 매콤한 불닭볶음면을 넣어보거나 기존 재료에 캔옥수수를 추가하는 등 내 취향에 더 맞는 조합을 모색하며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 먹는다. 요즘 나만의 레시피를 개발하는 데 재미를 붙여 블로그까지 시작했다"고 밝혔다.

대학생 윤 모씨(24)는 스스로를 '편의점 덕후'라 부른다. 이틀에 한 번꼴로 편의점에 방문해 끼니를 때우기 때문이다. 그는 "음식을 하나만 먹기에는 뭔가 아쉽고 심심해 이것저것 섞어 먹었는데 가끔 엄청난 '꿀조합'이 만들어졌다"며 "특히 요즘에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오레오 신즈와 오리온 초코 샌드를 부숴 먹는 레시피에 푹 빠져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인스턴트 식품을 자신만의 차별화된 조리법으로 즐기는 소위 '모디슈머'가 늘어나고 있다. 과거에는 '마니아' '별종' 등으로 치부됐던 모디슈머가 이제는 SNS상의 대세이자 '트렌드 리더'로 떠올랐다. 덕분에 모디슈머 레시피에 자주 등장하는 인스턴트 식품의 매출은 고공 행진하는 중이다. 편의점 업계는 이에 발맞춰 모디슈머를 잡기 위한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편의점 음식에 대한 '먹설팅'을 펼치거나, 아예 모디슈머 레시피를 하나의 제품으로 개발하는 게 대표적이다.

BGF리테일 CU에 따르면 모디슈머 레시피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뿌려 먹는 치즈' 제품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22.4%나 올랐다. 인스턴트 떡볶이, 냉동 만두, 참치 통조림, 비엔나 소시지 등 주요 모디슈머 상품과 치즈의 동반 구매율은 32%에 이른다.

샤오롱만두 등 냉동간편식의 지난해 매출 신장률은 23.3%에 달했다. 샤오롱만두는 만두와 떡볶이의 줄임말인 '만떡이'란 모디슈머 레시피로 지난해 불티나게 팔린 바 있다. 그 외에도 레토르트 제품, 소시지 가공류 등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17.2%, 16.6% 늘어났다.

모디슈머 관련 상품의 매출이 급증하자 CU는 지난해 6월부터 개그맨 김준현과 손잡고 소비자들에게 '먹설팅(먹을거리와 컨설팅의 합성어)'을 제공하고 있다. 인스턴트 순대에 당면과 김가루를 뿌린 '누들 순대', 인스턴트 라볶이에 카레와 계란을 넣은 '카라볶이' 등이 먹설팅 결과 탄생한 레시피다.

먹설팅은 모디슈머의 마음을 단단히 사로잡았다. 먹설팅에 소개된 자이언트 시리즈의 매출은 작년 7월부터 지난 2월까지 직전 같은 기간에 비해 40% 이상 증가했다. 마크 정식의 주재료이기도 한 자이언트 떡볶이의 매출은 먹설팅 후 37.7%나 급증했다. 자이언트 라볶이는 24.1%, 자이언트 빨간순대는 20.7%의 매출 상승을 각각 보이기도 했다.

GS25는 다른 편의점 식품과 조합해 먹기 좋은 '중간 재료'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비빔반숙란과 참치 김치찌개 도시락 등이다. 비빔반숙란은 계란을 프라이 정도로만 익혀 밥에 비벼 먹거나 라면에 넣어 먹을 수 있도록 만든 제품이다. 계란비빔밥을 즐기는 사람이 많다는 것에 착안해 간장과 참기름도 동봉했다. 김치찌개에 참치를 넣어 먹는 소비자들을 고려해 캔참치를 찌개 도시락에 그대로 담아내기도 했다. 참치 김치찌개 도시락이 그 주인공이다. 캔참치는 찌개에 넣지 않더라도 기호에 따라 반찬으로 먹거나 밥에 비벼 먹어도 좋다.

공식 홈페이지에 '푸드 공작소'란 코너를 마련해 이색 레시피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지금까지 약 50개 레시피가 소개됐으며 대부분의 게시글이 조회 수 수천 회를 기록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아예 모디슈머들의 취향을 그대로 반영한 제품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 대표 상품으로는 죠리퐁라떼, 불닭볶음밥 삼각김밥, 동원참치라면 등이 꼽힌다. 죠리퐁라떼는 죠리퐁 과자를 우유에 말아 간식으로 먹는 사람들에게서 아이디어를 얻은 상품이다. 불닭볶음면과 삼각김밥의 동반 구매율이 높다는 점에 착안해 아예 '불닭볶음밥 삼각김밥'을 내놓기도 했다. 동원참치라면은 참치를 라면에 넣어 먹는 모디슈머 레시피를 참고해 만든 제품이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기존 상품에서 진부함을 느낀 소비자들이 직접 만든 조리법을 SNS상에 공유하며 재미를 느끼는 듯하다"며 "업계에서는 빅데이터를 분석해 소비자의 구매 패턴을 파악한 후 다양한 관련 상품을 개발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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