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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대출해준다더니” 나도 모르게 보이스피싱 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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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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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을 미끼로 일반인을 속여 보이스피싱에 가담시킨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하지만 대출은커녕 보이스피싱 조직에 자신의 통장만 빌려준 꼴이어서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대출을 받으려던 A(52)씨가 경찰서를 찾은 것은 지난 3일. A씨는 “이상한 대출업체가 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해당업체로부터 “신용등급이 문제니 은행의 입출금 거래내역을 추가로 만들자”는 제안을 받았다. 입출금 거래내역이 있으면 신용등급이 올라간다는 논리였다. A씨는 자신의 계좌에 1,000만원을 입금 받았고, 곧바로 이를 현장에 있는 대출업체 직원에게 건넸다. A씨는 이 돈이 대출업체의 돈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A씨는 대출을 받지 못했고 이후 대출업체와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A씨의 이야기를 들은 경찰은 대출사기로 보고 수사에 나섰다. 경찰 수사관이 A씨에게 받은 연락처로 대출업체에 연락하자 답이 왔다. A씨와 같은 수법이었다. 지난 8일 경찰 수사관이 업체에 계좌번호를 알려주자 1,500만원이 입금됐다. 경찰은 현장에 있던 대출업체 직원 문모(26)씨를 긴급체포해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22일 밝혔다.

조사결과 A씨와 경찰 수사관의 계좌로 입금된 돈은 회삿돈이 아닌 보이스피싱 피해금으로 나타났다. 수법은 이랬다. 보이스피싱 조직이 제3의 피해자를 속여 돈을 입금 받는데, 이때 대출을 문의한 일반인의 계좌번호를 알려주는 것이다. A씨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보이스피싱 조직에 자기 명의의 통장을 빌려준 셈이 됐다. 그러나 경찰은 사전에 보이스피싱이라는 것을 몰랐기 때문에 A씨를 입건하지는 않았다.

문씨는 대출업체 직원이 아니라 보이스피싱 조직의 송금책이었다. 문씨는 실직 후 단기간에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광고에 혹해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신용도와 상관 없이 저렴한 이자로 대출해주겠다거나 회삿돈을 빌려줄 테니 입출금 내역을 만들자는 것은 전형적인 보이스피싱 수법”이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경찰은 문씨 외에도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부산=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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