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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현장+]다음 퍼스트펭귄 찾아야 하는 동국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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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


"4차 산업혁명을 공장에 제대로 도입한 곳을 알고 계십니까? 대한민국 제조업종에서 적용하고 있는 곳이 어디인지 궁금합니다"

22일 당진 후판공장에서 열린 브라질 CSP 제철소 슬래브 입고 기념식. 4차산업혁명 시대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냐는 기자단 질문에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은 "아직 과제 주제로 있을 뿐 준비가 안돼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직접적 언급은 없었지만, 기자단 질문은 최근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2기 체제의 핵심 사업으로 추진 중인 '스마트산업'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사물인터넷 운영체제에 기반한 스마트 공장 솔루션을 자체 브랜드로 세계시장에 판매해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것이 포스코의 전략이다. 포스코의 이 같은 행보에 경쟁사 대표로서 장 부회장의 시각이 궁금했던 것. 장 부회장은 이에 대해 "전부 로봇이 와서 한다는 게 말 그대로 공장에 적용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의 지적처럼 전통적 제조업종인 철강업계가 당장 미래 먹거리인 4차산업 혁명에 몸을 싣기는 쉽지 않은 일일 수 있다. 기나긴 구조조정의 막바지 단계에 와 있는 동국제강의 체력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할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한국 철강사에서 '최초' 기록을 써 온 동국제강의 DNA를 떠올리면 "준비가 안돼 있다"는 그의 대답은 다소 아쉽다.

동국제강은 1954년 고 장경호 창업주가 설립한 우리나라 최초 민간 자본 철강회사다. 1970년대 현대식 전기로 제강법을 국내 최초 도입했고 1990년대 100톤급 직류전기로를 최초 가동했다. 이날 당진에 입고된 슬래브를 생산한 브라질 CSP제철소 역시 동국제강이 한국 기업으로서는 최초로 현지 합작 설립했다.

이 같은 '최초 DNA'를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이 장 부회장이다. 장 부회장은 이날 입고식 축사에서 "동국제강은 불확실한 상황에 도전해 생존을 개척하는 퍼스트 펭귄"이라고 말했다. '퍼스트 펭귄'은 머뭇거리는 다른 펭귄들에 앞서 가장 먼저 먹이를 찾아 바다로 뛰어드는 도전자를 뜻한다.

그의 지적처럼 제대로 도입한 곳은 없을지언정, 4차 산업혁명은 이미 국내에서도 화두다. 경쟁사인 포스코는 이미 '4차 산업혁명 전도사' 제프리 이멜트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을 만나 미래를 위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한화와 현대중공업, 효성 등 '중후장대'를 대표하는 기업들이 4차산업혁명을 미래 먹거리로 얘기한다. 장 부회장은 "벤치마킹할 곳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말했다.

어쩌면, 그가 형인 장세욱 회장의 부재중 '구원투수'로 투입됐기에 모두가 준비하는 미래에 대해서조차 자신 있게 청사진을 그리지 못했을 수도 있다.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짓고 있다는 평을 듣는 장 부회장이지만, 구조조정 그 이상은 말하기 힘든 셈이다.

"벤치마킹할 곳을 알려달라"는 말 대신 "또 다른 최초를 찾고 있다"는 말이었으면 어땠을까. 장 회장도 회사를 훌륭하게 챙기고 있는 동생의 패기를 더 기대했을 수 있다.

안정준 기자 7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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