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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美, 北노동자 고용만 해도 제재…외화벌이 원천봉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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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간51 / 23일 국민보고대회 ◆

김정은정권 숨통 조이는 초강력 제재법안

매일경제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권의 초강경 대북제재의 일단이 드러났다.

21일(현지시간)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이 공동 발의한 새 대북제재법안은 북한의 자금원을 원천 봉쇄함으로써 김정은 정권 유지와 핵·미사일 개발의 숨통을 조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존의 제재가 북한으로 유입되는 자금의 경로를 가로막는 데 무게가 실렸다면 이번 법안은 북한의 수익원을 원천 차단하고 여기에 협조하는 외국 기업들까지 강력히 제재하겠다는 방침을 담았다.

北 자금줄 새는 구멍 막았다

새 대북제재법안의 가장 큰 특징은 북한의 자금줄을 조이기 위해 마련된 기존 제재의 허점을 철저하게 막았다는 점이다. 지난해 미국 의회를 통과한 대북제재이행강화법(H.R.757)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안에 담기지 않았던 강력한 신규 제재를 담고 있다.

법안은 북한으로의 원유 및 석유제품의 판매·이전을 금지 대상에 포함시켰다. 북한에 항공유 수출을 금지한 지난해 3월 제정된 유엔 안보리 결의안 2270호보다 한층 강화된 조치다. 인도적 목적의 중유는 제외했지만, 군사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북한의 경제적 숨통까지 조이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북한의 주요 자금줄 중 하나인 국외 노동자 급여와 관련해서도 기존 제재에서는 급여를 북한으로 송금하는 것을 차단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번 법안은 북한 노동자를 고용만 해도 제재 대상에 포함시킴으로써 북한의 외화벌이 원천 봉쇄를 시도했다. 북한의 온라인 상업행위도 가로막았다. 이는 북한이 해외 IP를 이용해 운영하는 글로벌 도박 사이트와 음란 사이트를 겨냥한 것이다.

세계 각국으로 하여금 안보리 제재를 철저하게 이행하도록 강제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안보리 결의가 북한 선박과 항공기가 실은 화물을 검사하도록 명시하고 있지만 이를 강제할 수단이 부족했다. 하지만 이번 법안에서는 북한 선박은 물론 북한 선박과 항공기를 충분히 검사하지 않은 국가의 선박에 대해 미국 항행 수역 진입과 활동을 금지시켰다.

또 기존에는 북한에 방산물자를 제공하는 국가에 대한 미국의 대외원조를 금지했지만, 새 법안은 북한과 방산물자를 거래만 해도 대외원조 금지 대상에 해당된다.

이와 함께 법안은 신포해운, 금강그룹, 조선중앙은행 등 6개 북한 관련 기업과 단체를 대북제재 명단에 추가하는 것을 검토하도록 행정부에 요구했으며, 법안 통과 이후 90일 이내에 북한이 테러지원국인지를 결정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중국 정면으로 겨냥 제3국 제재 명시

이번 대북제재법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외국(foreign)'이라는 표현을 명시한 것이다. 기존 미국의 대북제재법이나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은 제재 대상을 '개인(person)' '단체(entity)' 등으로 기재해 해석상 제3국 정부와 기업이 포함되는지가 모호한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법안에는 '북한 노동자를 고용하는 외국 기업' '북한 계좌를 유지하는 외국 금융기관' 등으로 분명히 적시함으로써 논란의 여지를 없앴다.

특히 북한과의 무역거래, 금융거래는 중국 기업과 단체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법안은 중국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산 식품, 농산물, 직물 구매와 획득을 금지한 것은 북·중 접경지역의 중국 기업과 주민들을 타깃으로 한 내용이다. 접경지역 주민과 영세 기업은 북한과의 거래 규모가 크지 않아 중국 정부조차 감시와 단속을 소홀히 했던 대상이다.

어업권 거래를 막은 것도 서해의 북한 영해에서 조업하는 중국 어선에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중국 어선들은 해역을 감시하는 북한 군에 일정한 금품을 제공하고 자유로운 어획 활동을 보장받고 있다. 또 안보리가 정한 한도를 초과하는 북한산 석탄을 수입하는 경우 자산 동결 등의 제재를 가하도록 했다. 중국은 북한산 석탄 최대 수입국이다.

강도 더하는 美 대북제재

북한의 핵·미사일 기술 진전과 지속되는 도발에 발맞춰 미국의 대북제재 수위 역시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강력한 독자 대북제재법을 통과시킨 지 1년 만에 강도를 높인 별도의 추가 법안을 내놓은 것이다. 특히 올해 들어서만 상·하원 북한 청문회 개최, 상·하원 북한 테러지원국 지정 법안 발의, 하원 대북규탄 결의안이 이어졌다.

미국 의회 관계자는 "백악관, 행정부와 별도로 북한 핵·미사일 문제에 대해 의회 차원의 강력한 대응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정권 출범 후 미국의 여야 대립이 극심한 상황에서 공화당 소속의 에드 로이스 외교위원장이 대표 발의하고 민주당 소속 엘리엇 엥겔 외교위 간사가 공동 서명한 초당적 법안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연방 하원의 이번 대북제재법안으로 인해 미국의 대북제재가 이란제재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석유, 직물, 농산물, 교통, 금융 등 북한의 핵심 경제 분야에 대한 섹션별 제재를 내놓은 점이나 제3국 제재를 명시한 점, 의회의 제재 감독 기능을 강화한 점 등이 과거 이란에 대한 제재와 형태가 유사하다는 설명이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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