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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韓 바둑랭킹 1위 박정환 9단, 일본 알파고 딥젠고 상대 '불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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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젠고, 중후반 이후 실수 연발 끝내기에도 약점 드러내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한국 바둑랭킹 1위 박정환 9단이 22일 일본 오사카 일본기원 간사이 총본부에서 열린 월드바둑챔피언십 2회전에서 일본판 ‘알파고’인 ‘딥젠고’를 이겼다. 6시간 반만의 흑 불계승(기권승)이다.

딥젠고는 중후반 끝내기에 약점을 보이며 전날(21일) 중국랭킹 2위 미위팅 9단에 이어 두번째 패배를 당했다.

KBS 바둑해설위원 박정상 9단은 “딥젠고의 후반이 불안했다”며 “이런 상태에서는 초일류 기사를 이기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바둑TV에서 해설을 맡았던 이세돌 9단도 “전날보다 후반에 문제를 보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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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딥젠고는 중후반까지 박정환 9단을 앞서 나갔다. 축구로 비유하면 후반 중반까지 2대1로 앞선 것. 당시 딥젠고 내부 승률 집계 72%까지 올랐다.

그러나 이후 중앙에서 박 9단이 승부수를 냈다. 박 9단은 예상하지 못한 수를 중앙에 놓으며 딥젠고를 찔러 들어갔다. 계산 밖의 수가 나오자 딥젠고가 터무니 없는 수를 뒀다. 지난해 3월 알파고가 이세돌9단과의 대전에서 실수를 연발했을 때와 비슷한 모습이다.

딥젠고의 실수 연발로 중후반 이후 승부는 박 9단에 유리하게 돌아갔다. 박정상 해살위원은 “뒤집는 힘은 인간이 더 강한 것 같다”며 “인간의 입장에서 이해가 안되는 실수가 있어 의아했다”고 말했다.

딥젠고는 끝내기에서도 약점을 보였다. 더이상 이길 수 없는 수에도 의미없는 교환을 했다. 인간의 관점에서는 ‘비매너’였던 셈. 국내 해설진들은 “너무하다”며 “인간 바둑 기사였다면 퇴출당했을 것”이라고까지 전했다.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딥젠고의 수 놓기는 대국 후반 30분 정도 이어졌다. 박정환 9단은 침착한 모습을 보이며 딥젠고를 압도했고 끝내기를 주도했다. 박정상 해설위원은 “축구로 비유하자면 후반 종반 딥젠고가 자살골을 남발하며 무너진 셈”이라며 “후반 이후는 박 9단이 (축구 스코어) 7대 2로 앞섰다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더 이상 수를 놓는 게 의미없어진 뒤에야 딥젠고는 돌을 던졌다. 기권을 선언한 것. 박정상 해설위원은 “중후반까지의 경기 운영은 딥젠고가 예상보다 탄탄했다”면서도 “후반 끝내기에서는 생각보다 약했다”고 평가했다.

박 9단은 이번 승리로 월드바둑챔피언십 2연승을 달리며 선두로 나섰다. 전날 박 9단은 일본 바둑 6관왕인 이야마 유타 9단을 7시간 가까운 접전 끝에 승리했다.

딥젠고는 일본 IT 기업 드왕고의 지원으로 도쿄대 연구진이 모여 만든 바둑 AI다. 딥젠고는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개발된 ‘줴이’와 함께 세계 3대 바둑 AI로 꼽힌다.

한편 이세돌 9단은 알파고와의 재대결 의향을 묻는 바둑 캐스터의 질문에 “지금의 알파고는 이기기 쉽지 않다”며 “다시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글쎄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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