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8 (토)

27년전 동맹국 맹비판한 트럼프…"美, 한국·일본의 호구 전락"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1990년 플레이보이 인터뷰, 트럼프 만나는 각국 정상들 '필독 자료'돼

"15분 만에 사라질 나라들이 미국 뜯어내 큰돈 벌어"

연합뉴스

1990년 인터뷰 당시 사진
[플레이보이 웹사이트 캡처]



(서울=연합뉴스) 이준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려면 플레이보이를 읽어라."

지난 1990년 승승장구하던 부동산재벌 도널드 트럼프는 성인잡지 플레이보이와 장문의 인터뷰를 했다. 사업·가정 얘기부터 인생철학, 정치관, 국제관계까지 자신의 가치관을 가감 없이 풀어냈다.

방대한 분량의 인터뷰는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을 앞둔 해외 정상들의 '필독' 텍스트로 부상하며 새삼 주목받고 있다.

지난주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지난달 미국을 찾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인터뷰 발언을 사전에 탐독했다고 미 시사지 애틀랜틱은 전했다.

국방예산을 대폭 증액하고 '미국 우선주의'를 전면에 앞세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밑그림이 27년 전의 인터뷰에 모두 담겼다는 것이다.

◇ "日·獨·韓 등 동맹국, 미국 뜯어내 큰돈 벌어"

트럼프는 "인생은 심리 게임이자 도전의 연속"이라며 "상대를 최대한 밀어붙여 한계에 이르게 만들어야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자존심을 키울 필요가 있다"며 "미국이 이른바 동맹국이라 불리는 일본이나 서독, 사우디아라비아, 한국 등과 같은 나라들의 호구가 되고 있다(being ripped off)"고 비판했다.

그는 "그 나라들은 말 그대로 미국을 상대로 제 이익만 챙기고 있다. 그들이 미국을 상대로 막대한 돈을 끌어모으고 있다"면서 "그들의 제품이 더 나은 것은 엄청난 보조금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부자 나라들을 공짜로 지켜주면서 매년 1천500억달러를 잃어 전 세계의 비웃음을 사고 있다"며 "미국이 없다면 지구 상에서 불과 15분 만에 사라질 수 있는 나라들인데도, '동맹'들이 미국을 뜯어내 막대한 돈을 벌고 있다"고도 말했다.

특히 일본에 대해선 여러 번 직설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우리의 보호 아래 수입한 원유를 이용해, 일본은 미국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 "美 망가지면 대선 출마…공화보다는 민주"

트럼프는 이미 이때부터 대권에 대한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유권자를 사로잡으려는 대선 후보처럼 말한다"는 인터뷰어의 지적에 "대통령이 되고 싶지 않다. 100% 확신한다. 남의 떡이 항상 커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만약 미국이 계속 망가져 가는 것을 목격한다면 마음을 바꿀 것"이라고 여지를 남기며 "출마하게 되면 공화당보다는 민주당이 나을 것이다. 내가 보수적이긴 하지만 노동자들이 날 좋아해 뽑아줄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이 되면 가장 먼저 추진할 정책으로는 "미국에 달리는 모든 메르세데스-벤츠와 일본산 제품에 세금을 물릴 것"이라며 "그래야 훌륭한 동맹들을 되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 구상을 밝히며 '강한 미국' 비전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조지 H.W. 부시 당시 대통령을 매우 좋아하지만, 그가 부드럽게 얘기할 때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미국이 더 친절하고 부드러워진다면 그대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칼 아이컨이나 로스 페로 같은 사업가들이 외교 정책을 협상한다면 전 세계의 존재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썩어가면서 지옥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방식으로 사형제를 되살려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 "핵전쟁 늘 생각"…완벽한 무기체계 강조

'트럼프 대통령'의 장기 전망을 묻는 질문에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종종 핵전쟁도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핵전쟁은 내 사고 과정의 중요한 요소"라며 "궁극적인 재앙이고 역대 가장 큰 문제지만 아무도 세밀하게 집중하지 않는다. 핵전쟁이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것이 가장 어리석은 일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핵능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할 것이라는 보고서들을 많이 접했다. 엉망이다"라고도 덧붙였다.

국방력 강화의 소신도 일찌감치 드러냈다.

그는 "소련도, 동맹국도, 그 누구도 믿지 않을 것"이라며 "철저히 군사적 본때를 보여주고 완벽한 무기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jun@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