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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문형표가 장관인지 안종범이 장관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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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전 복지부 관료 증언

박 전 대통령의 지시가 안종범 통해 문 전 장관에게 전달 의심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유리하도록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 개입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문형표(61)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지시를 받는다고 복지부 직원들이 판단했다는 취지의 증언이 나왔다.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조의연) 심리로 열린 문 전 장관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태한 전 복지부 인구정책실장은, “복지부 공무원 사이에 ‘문형표 장관은 안종범 청와대 수석과 하루라도 통화를 안 하면 입에 가시가 돋는 것 아니냐’, ‘안종범이 장관인지 문형표가 장관인지 모르겠다’는 말이 돌았다고 하는데, 맞는가”라는 특검의 질문에 “그런 말이 돌았었다”고 답했다. 그는 또 ‘문 장관이 업무를 독자적으로 결정하지 못하고 안 수석에게 물어서 결정한다’는 말도 들었다고 했다.

이 전 실장은 이날 문 전 장관이 장관직 사퇴 직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직을 염두에 뒀다고도 증언했다. 이 전 실장은 “2015년 명예퇴직을 앞두고 장관실을 찾았는데 문 전 장관이 ‘나도 그만두게 될지 모르겠다.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 갔으면 좋겠다. 공단 이사장이 장관보다 훨씬 좋은 자리’라고 말했다”고 했다. 문 전 장관은 메르스 질병관리 실패의 책임을 지고 2015년 8월 복지부 장관직에서 물러난 지 불과 4개월 만인 2015년 12월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특검팀은 문 전 장관이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 힘쓴 ‘포상’으로 이사장직을 얻었는지 주목하고 있다. 이 전 실장은 “복지부 산하기관인 공단 이사장이 장관보다 좋은 자리라고 표현하는 걸 보고, 내가 모신 장관이 산하기관장보다 못한 자리였나 싶어 자괴감을 느꼈다”고 했다.

이날 재판엔 조남권 전 복지부 연금정책국장이 나와 문 전 장관이 국민연금공단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을 직접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2015년 6월 문 전 장관이 ‘삼성 합병 건은 성사되는 게 좋겠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조 전 국장은 이후 홍완선 당시 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을 찾아 “삼성 합병 건을 (합병 찬성을 설득하기 어려운 전문위원회가 아닌) 투자위원회에서 결정하라”고 주문했다. 그는 또 “문 전 장관이 삼성 합병 건이 전문위원회에 부의되더라도 찬성 의결될 수 있도록 대응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해 위원 성향을 중간중간에 보고했다. 찬성 여부가 불투명한 위원에 대해선 문 전 장관이 ‘내가 아는 사람이다. 직접 확인해보겠다’고 말한 걸로 기억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문 전 장관 쪽은 ‘복지부 공무원들이 청와대에 잘 보이기 위해 합병 건을 찬성했던 것’이라는 취지로 혐의를 줄곧 부인하고 있다.

허재현 현소은 기자 catalunia@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주주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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