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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자유한국당 팟캐스트 진행자를 ‘선거방송 심의위원’ 위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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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대선 선거방송심의위 위촉된 류여해 수원대 겸임교수

자유한국당에서 만드는 팟캐스트 <적반하장> 진행

류여해·자유한국당·방심위 “당적 없어 결격사유 없다”

언론계 “선거운동하는 사람이 선거 방송 심의” 비판

“당적 유무만 따지는 법·규정 자체가 문제” 비판도



한겨레

자유한국당 누리집에 <적반하장> 콘텐츠가 실려있다. 자유한국당 공보실 미디어팀에서 제작하고 류여해 수원대 겸임교수가 진행하는 팟캐스트다. 자유한국당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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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팟캐스트를 진행하는 인사가 제19대 대통령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으로 위촉되어 논란이 일고 있다. 대선 국면에서 특정 정당의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대변하고 있는 사람이 선거방송의 공정성을 심의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문제 제기다. 현재 법·규정은 공정성이나 중립성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이 정당에 가입했는지 여부만 따지고 있어, 심의위원 위촉 기준 자체가 너무 헐겁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지난 20일 제19대 대통령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거방송심의위) 위촉식을 열고, 위원장인 허영 경희대 석좌교수를 비롯한 9명을 심의위원으로 위촉했다고 밝혔다. 선거방송심의위는 선거방송의 공정성 여부를 심의하기 위해 ‘공직선거법’ 규정에 따라 구성·운영되는 합의제 기구다. 국회에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대한변호사협회, 방송사, 언론인단체 등이 추천한 9명으로 이뤄진다.

자유한국당에서는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 윤리위원인 류여해 수원대 법학과 겸임교수를 추천했는데, 류 교수는 현재 자유한국당이 만들어 배포하고 있는 팟캐스트 <적반하장>의 진행을 맡고 있다. “야권 편향으로 기울어진 언론 운동장을 극복하겠다”는 것이 팟캐스트 제작의 취지다. 당 공보실 미디어팀이 제작을 맡고 있으며, 지난 6일부터 시작해 21일까지 모두 12화가 업로드됐다. 자유한국당 누리집과 유튜브 등을 통해 전파된다. 자유한국당에서 직접 만드는 콘텐츠이니만큼 다른 정당과 후보에는 비판의 각을 세우고 자유한국당을 ‘띄우는’ 것이 <적반하장>의 주된 내용이다. 당에 대한 이른바 ‘가짜 뉴스’를 바로잡는다는 취지의 ‘오리발’, 당 대변인들이 출연해 자유한국당의 주요 논평을 소개하고 다른 당의 논평을 비판하는 ‘디스전’, 당원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너의 목소리가 들려’ 등의 코너로 이뤄져 있다. 예컨대 20일치 ‘디스전’ 코너에서는 검사 출신인 정준길 당 대변인이 출연해,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인 안희정 충남지사의 과거 정치자금법 위반과 관련된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나눴다. 앞선 14일치 ‘오리발’ 코너에서는 강지연 자유한국당 미디어팀장이 출연해 ‘문재인 치매설’을 다뤘는데, “‘문재인 치매설’은 ‘가짜 뉴스가 맞다’”면서 전문가에게 ‘치아 개수와 치매의 상관관계’를 듣기도 했다. 류 교수는 진행자로서 시종일관 출연자와의 대화를 주도하는데, 자유한국당을 “우리 당”으로 지칭한다.

이처럼 류 교수가 실질적으로는 정당 활동을 하고 있지만, 법과 규정으로는 그가 선거방송 심의위원에 위촉되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형식적으로 당적이 있느냐 없느냐만 결격사유로 따지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 제8조에는 선거방송 심의위원의 자격 조건으로 “정당에 가입할 수 없다”는 조항만 있다. 류 교수는 새누리당 시절 부대변인직까지 맡았었지만 당원으로 가입한 적은 없다. 그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당적을 가진 적이 한 번도 없고, 현재 진행하는 팟캐스트는 선거방송심의위의 심의 대상도 아니다. 따라서 심의위원 활동을 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만약 개인의 정치적인 활동을 가지고 심의위원 위촉의 결격사유로 삼는다면, 오히려 그것이 위헌적인 조처”라고 말했다. 방심위와 자유한국당 관계자도 “심의위원 추천 전에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이미 검토를 마쳤다”고 밝혔다. 류 교수는 “앞으로 심의위원 활동과 <적반하장> 진행을 병행하겠다”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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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반하장>을 진행하고 있는 류여해 수원대 겸임교수는 최근 제19대 대통령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심의위원으로 위촉됐다.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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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법과 규정을 떠나 상식적인 수준에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창룡 인제대 교수는 “특정 정당에서 언론 대응을 위해 만드는 미디어를 진행하는 사람이 그 정당의 이해관계를 좌우할 선거방송 심의에 참여한다는 것은 언론윤리나 상식적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선거 기간 동안 특정 정당이 수행하는 미디어 활동은 사실상 선거운동과 다를 바 없는데, 거기에 참여하는 사람이 선거방송의 심의를 맡는다는 것은 이율배반”이라고 비판했다. “방송이 아닌 팟캐스트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 없다”는 류 교수의 입장에 대해서도, 김 교수는 “매체의 구분이 사라져 여러 플랫폼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시대다. 자신이 진행하는 팟캐스트와 자신이 수행하는 방송 심의 내용이 연관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지적했다.

제도적으로 볼 때 선거방송심의위 관련 규정이 너무 헐겁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선거방송심의위 구성 때마다 심의위원의 공정성, 중립성 문제가 자주 불거졌던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때에는 국민의당이 자기 당의 공천관리위원회 대변인을 지냈으며 ‘안철수의 최측근’으로 평가받았던 정연정 배제대 교수를 심의위원으로 추천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심의위원의 과거 발언 등으로 드러난 정치적 편향성이 논란이 되기도 한다. 윤성옥 경기대 교수는 “심의위원 위촉에 정당 추천 몫을 넣은 이유는 정당에 대한 미디어의 공격에 대해 ‘방어권’을 준다는 취지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그래도 심의위원에게 최소한의 공정성, 중립성을 요구하는 장치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각 정당들이 최대한 골고루 심의위원을 추천할 수 있도록 하되, 심의위원의 공정성이나 중립성이 문제될 때에는 추천 단체들 사이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해줘야 한다는 대안도 제시했다.

최원형 김남일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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