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6 (목)

`63년 이어진 염원` 동국제강 고로의 꿈 완성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이 22일 동국제강 당진공장에서 열린 '브라질 CSP제철소 슬래브 입고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출처 = 동국제강]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장경호-장상태-장세주·장세욱 3대 63년에 걸친 '고로의 꿈'이 드디어 완성됐다.'

'철강종가' 동국제강이 63년 역사상 처음으로 자체 고로에서 생산한 슬래브(쇳물로 만든 철강 반제품)를 들여와 후판 생산에 돌입했다. 동국제강은 지난 1954년 고 장경호 창업주가 설립한 우리나라 최초 민간 자본 철강회사다.

전기로는 고철을 녹여 재활용하지만 고로는 용광로에 철광석과 유연탄을 넣어 순도가 높은 쇳물을 뽑아낸다. 고로에서 나온 제품은 전기로 제품보다 품질이 좋아 선호가 높고 가격도 잘 받을 수 있다. 국내에서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포항, 광양, 당진에 고로를 가동 중이다.

장세주 회장 장남 장선익 동국제강 이사는 22일 당진공장에서 기자와 만나 "(고로가 없어서) 그동안 일본 등에서 슬래브를 조달했다. 고급 재료를 잘 내주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동국제강의 고로제철소 도전은 196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동국제강은 재계 10위권 기업으로 중형 고로 제철소 건설을 추진했으나 정부 방침이 대형 고로제철소로 바뀌면서 포스코에 첫 고로제철소 자리를 내줬다.

1978년 동국제강은 인천제철(대한중공업공사) 민영화 과정에서 다시 한 번 고로제철소에 도전했으나 현대(현대제철)가 인천제철을 인수하면서 꿈은 또 미뤄졌다. 2대 고 장상태 회장은 눈을 해외로 돌렸다. 그는 인도네시아 베네수엘라 등 해외에 고로제철소 설립을 검토했다. 특히 베네수엘라가 유력한 후보지로 부상했지만 차베스 집권 후 잇단 국유화 조치에 꿈을 접었다.

3대 장세주 회장은 2001년 취임 후 제철소 유치 열의가 강했던 브라질을 최종 후보지로 낙점하고 2005년 제철소 건설 사업을 공식화했다. 그는 2012년 브라질 CSP제철소 기공식에 참석해 "브라질에 제철소를 지어야겠다고 결심했던 꿈이 이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프로젝트 착수 11년만인 지난해 6월 12일 CSP제철소는 첫 쇳물을 뿜어내며 가동에 들어갔다. 당시 고로 화입식에서 장세욱 부회장은 "CSP제철소는 고로제철소를 만들겠다는 3대에 걸친 꿈의 실현"이라며 감격했다. 그리고 지난 17일 지구 반대편 적도부근에 위치한 CSP제철소에서 생산한 슬래브 5만8751t이 49일·1만9378km의 긴 항해 끝에 당진항에 도착했다. 지금까지 슬래브를 외부에서 조달하던 동국제강으로서는 역사적인 순간이다.

22일 동국제강 당진공장에서 열린 슬래브 입고 기념행사에서 장 부회장은 "불가능은 없다는 '퍼스트펭귄(First penguin)'의 자세로 CSP프로젝트에 도전했고 마침내 글로벌 철강벨트를 완성했다"며 "자체 슬래브 조달과 외부 판매를 통해 매출 증대와 시너지로 지속적인 흑자경영을 달성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장 부회장은 수감 중이라 행사에 참석하지 못한 형님(장세주 회장) 소식을 전했다. 장 부회장은 "지금까지 147회 면회를 갔다. 자문도 구하고 잔소리도 듣는다"며 "어제(21일)도 면회를 갔다. (오늘 행사에 참석 못한데 대해) 크게 내색하지 않았지만 마음 속으로 섭섭해 하셨다. '니(네)가 잘하니까 됐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CSP제철소는 축구장 1372개(660만㎡) 크기로 고로 높이만 110m에 이른다. 총 사업비는 55억달러로 동국제강(30%), 브라질 청광석 회사 발레(50%), 포스코(20%)가 힘을 합친 글로벌 프로젝트다. 동국제강은 이 프로젝트를 총괄 기획했고 포스코는 고로 기술을 전수하고 제철소 건설을 지원했다. 발레는 철광석을 공급한다. 제철소 운영은 3사가 공동으로 한다.

1년에 300만t의 슬래브를 생산할 수 있으며 동국제강은 몫은 160만t이다. 동국제강은 최대 60만t을 들여와 당진공장에서 고급 후판을 생산하는데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올해는 CSP 생산량 273만t 중 146만t을 사용할 예정이다.

[당진 = 문지웅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