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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다시 부르는 이름 ‘아, 윤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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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3월31일~4월9일 통영국제음악제

탄생 100돌 맞아 윤이상 곡 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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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현대음악의 거장 윤이상. 통영국제음악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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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꽃 흐드러진 미륵산 아래, 570개의 섬이 보석처럼 박혔다. ‘동양의 나폴리’로 불리는 미항 통영.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1917~95)의 고향이다. 봄바다에 출렁이는 남녘 뱃노래는 윤이상 음악의 탯줄. 통영오광대, 남해안별신굿, 승전무 등 풍부한 전통음악은 현대음악 거장의 자산이었다. 그는 끝내 고향땅을 밟지 못했다. 군사독재와 낡은 이념은 그를 할퀴어 ‘상처입은 용’(루이제 린저의 윤이상 대담집)으로 내몰았다.

다시 맞은 봄, 탄생 100돌 윤이상의 음악혼이 꽃망울을 터뜨린다. 3월31일~4월9일 열흘간 통영국제음악당 일원에서 열리는 ‘2017 통영국제음악제’다. 오페라 <류퉁의 꿈>, <첼로 협주곡>, <밤이여 나뉘어라>, <클라리넷 협주곡>, <낙양>(洛陽), <협주적 단편> 등 윤이상의 작품이 어느때보다 풍성하다. 통영은 지금 그리운 이름, 윤이상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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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오른 20세기 대표 거장

1967년 박정희 정권은 ‘동베를린 간첩단사건’으로 옭아 그를 서울로 강제연행했다. 이응노 화백, 천상병 시인 등 34명에게 최고 사형을 선고했지만, 나라 안팎의 거센 저항을 불렀다. 결국 박 정권은 1969년 윤이상을 독일로 돌려보내야 했다.

간첩단사건은 재심에서 무죄가 됐지만, 박근혜 정권은 ‘윤이상평화재단’을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당국은 ‘윤이상 지우기’에 나섰고 작품 연주 횟수도 크게 줄었다. 오죽하면, 가을마다 열리던 ‘윤이상국제콩쿠르’가 좌초 위기에 몰렸을까.

나라 밖에서 윤이상은 동양과 서양음악을 융합시킨 세계적인 현대음악가였다. “서양현대음악 기법으로 동아시아적 이미지를 표현”했고 “한국음악의 연주기법과 서양악기의 결합”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았다.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은 창립 100주년 기념작으로 <교향곡 1번>을 위촉했고, 미국 뉴욕 브루클린음악원은 ‘사상 최고 음악가 44인’ 중 20세기를 대표하는 거장으로 그를 선정했으며, 유네스코는 통영을 ‘창의음악도시’로 지정해 그를 기렸다. 72년 뮌헨올림픽 개막축하곡인 오페라 <심청>, 옥중에서 작곡한 오페라 <나비의 꿈>, 대편성 관현악곡 <례악>, 칸타타 <나의 땅, 나의 민족이여>, 교향시 <광주여 영원하라> 등 수많은 명곡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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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국제음악당 야경. 통영국제음악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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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밤바다엔 윤이상의 오색물결

통영국제음악제는 이달 31일 첼리스트 니콜라스 알트슈태트가 협연하는 윤이상의 <첼로 협주곡>으로 시작한다. 연주를 맡은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TFO)는 스위스 루체른 페스티벌의 사례를 따라 2011년 창설된 악단으로 크리스토프 에셴바흐, 크리스토프 포펜, 알렉산더 리브라이히 등 유명 지휘자가 이끌어 왔다.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단원들로 이뤄진 빈 필하모닉 앙상블은 4월2일 <밤이여 나뉘어라>를 들려준다. 음악학자 윤신향이 작곡가가 경험한 무속의식이 음향적 환상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한 작품이다. 이어 4일에는 최수열이 지휘하는 독일 쾰른 체임버오케스트라가 <8중주>를 연주한다.

1일과 5일에는 오보이스트 잉고 고리츠키, 첼리스트 옌스 페터 마인츠 등 윤이상 작품에 특별한 조예가 있는 독일 연주자들로 구성된 연주단체 ‘윤이상 솔로이스츠 베를린’이 윤이상의 <낙양>, <협주적 단편>,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를 위한 트리오> 등을 들려준다.

윤이상의 오페라 <류퉁의 꿈>은 6일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 시골선비 류퉁의 욕망과 고통을 그린 작품이다. 9일 폐막공연에선 데니스 러셀 데이비스가 이끄는 서울시향이 윤이상의 <클라리넷 협주곡>, <관현악을 위한 서주와 추상> 등을 연주한다. 자세한 일정은 누리집(timf.org) 참조. (055)650-0400.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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