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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흔한 율무·감초가 은밀한 신선 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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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먹기살기

‘초춘’(初春)은 봄의 시작을 뜻하는 말이다. 지난겨울부터 초춘까지는 촛불이라도 켜고 곁불을 쬐야 할 만큼 우울했다. 그러나 지금부터의 초춘은 외투를 벗었으니 몸뿐 아니라 마음마저 홀가분하다. ‘홀가분’ 한마디면 족하다. 서양 사람들은 슈퍼푸드를 선호한다. 폴리페놀, 비타민, 미네랄 등 각종 항산화 물질과 영양소가 듬뿍 들어 있다는 건강음식을 부르는 이름이다. 시금치나 아스파라거스, 호두, 마늘 같은 것들이 봄철 슈퍼푸드로 추천된다. 성분을 따지는 서양식 관점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지난가을에 수확한 알곡식과 봄에 나는 제철 채소면 족하다. 오늘은 평범한 음식을 약으로 사용하는 아주 특별한 비방 하나를 소개한다. 식약동원(食藥同源)이란 이런 거다.

몸을 단련하는 연단술이라는 술법이 있다. 산에 사는 사람(仙)들에게만 전해오는 은밀하고 소중한 비술이다. 그런 연단술의 시작은 지단술이다. 땅에서 나오는 것을 섭취하여 정력과 기력을 강화시키는 비법이다. 계절에 따라 재료가 다른데 봄에는 율무를 쓴다. 단 조건이 있다. 49일 동안 매일 아침식사 전 30분과 잠자기 30분 전 두 차례 먹어야 한다. 먼저 하루 분량 준비물로 율무 한 줌과 마른 감초 두 조각이 필요하다. 한 줌이란 자신의 오른손으로 움켜쥘 수 있는 양이다. 여기에 왼손 새끼손가락 끝마디 크기의 감초 두 개를 더한다. 체격이 작아도 손이 큰 사람도 있고, 그 반대도 있다.

조리 방법은 여기에 커피잔 4~5잔 분량의 물을 넣고 물이 4분의 1 정도가 될 때까지 달인다. 율무감초탕이다. 아침에는 식전 30분에 마시고, 그 찌꺼기를 버리지 말고 밤에 재탕하여 잠자기 전에 또 마신다. 율무는 오행에서 금(金)에 속해서 동양의학적으로 폐경(호흡기계통)과 대장경(배설계통)에 작용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코나 기관지가 약해 여름만 되면 에어컨 냉기로 고생하는 허약체질, 불규칙한 식사 때문에 만성 소화불량이나 변비로 고생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손해 볼 일은 없으니 당장 시작해볼 만하다. 아침마다 부은 얼굴 때문에 고민인 사람들에게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우리 몸에서 금에 속하는 대표적 부위가 바로 피부이니 여드름 치료나 미백 효과는 덤이다. 혈당 조절이나 항암 효과도 크다고 알려져 한때 유행처럼 인기를 누리기도 했던 율무의 숨은 효용이다. 출퇴근 시간이 일정치 않아 식사시간이나 수면시간이 제멋대로인 현대인의 삶은 이런 여유마저 녹록지 않다. 항상 차선책이 있다.

한 줌의 율무와 감초 약간을 냄비에 넣고 흐물흐물해질 때까지 끓인 율무감초죽에다 기호에 따라 약간의 설탕을 타서 먹으면 된다. 그러나 먹는 시간은 지켜야 한다. 오후 3시쯤. 율무가 약간의 한성을 갖고 있어 우리 몸에서 불이 가장 성한 시간에 먹는 것이다. 지금부터 먹기를 시작한다면 여름이 오기 전에 49일을 채울 수 있다.

김인곤/수람기문 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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