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1 (화)

러시아 검은돈 최대 90조원 해외서 돈세탁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서구 유명은행·유령기업 활용

거액의 러시아 불법·범죄 자금이 국제적인 '돈세탁망'을 통해 해외로 빼돌려졌으며, 이 과정에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 주요 은행들이 동원됐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0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렇게 빼돌려져 합법적 자금으로 둔갑한 검은돈의 규모는 최대 800억달러(약 9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가디언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간 러시아에서 거액의 불법 자금이 빠져나와 해외 은행 계좌에 속속 입금됐다. 이 뭉칫돈들은 러시아 국내외 기업 간 자금 결제나 은행 대출·상환 등의 형식으로 자금을 세탁하는 과정을 거쳐 대부분 서방 은행 계좌로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라트비아와 몰도바의 금융·수사 당국이 지난 2014년 수상한 돈의 흐름을 발견하고 조사에 착수하면서 드러났다. 조사 결과 러시아에서 빠져나온 돈은 세계 95개국으로 흘러들어 가 자금 세탁이 이뤄졌다. 가디언은 "이 돈은 범죄 조직과 관련돼 있거나 은행·기업에서 몰래 빼돌린 '검은돈'이라는 것이 수사 관계자들의 결론"이라고 했다.

자금 세탁 조직은 해외 은행과 이름만 내건 '유령 회사'를 최대한 활용했다. 영국에 등록된 유령 기업 시본은 2013년 세무 당국에 신고한 수익이 1파운드에 불과했지만, 이 기업이 관련된 거래가 90억달러에 달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돈세탁에는 영국과 미국 은행들도 동원됐다. 영국은 HSBC와 바클레이스 등 17개 은행이 모두 7억4000만달러 규모의 자금을 거래했고, 미국은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시티뱅크 등을 통해 6370만달러가 거래됐다.

해외로 돈을 빼돌렸거나 돈세탁 과정에 관여한 러시아 인사들은 모두 500여명으로 밝혀졌다. 가디언은 "러시아 신흥 재벌인 '올리가르히'와 주요 은행 관계자, 정보기관인 러시아연방보안국(FSB) 관계자들이 망라돼 있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사촌 동생으로 모스크바 한 은행의 이사회 멤버였던 이고르 푸틴의 이름도 등장한다"고 했다.



[런던=장일현 특파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