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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매거진M] 퍼렐 윌리엄스, 제작부터 음악까지…진짜 '히든 피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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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영화·패션계를 넘나드는 르네상스 맨, 퍼렐 윌리엄스(43)는 ‘히든 피겨스’의 진짜 히든 피겨스다. 제작자이자 음악감독을 맡았기 때문. 이미 ‘슈퍼배드2’(2013, 피에르 코팽·크리스 리노드 감독)의 수록곡 ‘해피(Happy)’로 전 세계 메가히트를 기록했던 그는 ‘히든 피겨스’에서 또다시 재능을 발휘했다. 장편 영화 제작은 코미디영화 ‘도프’(2015, 릭 파미아 감독) 이후 두 번째다.




LA=이경민 영화 저널리스트

중앙일보

퍼렐 윌리엄스(사진: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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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어떻게 제작자로 참여했나.

A :
“‘히든 피겨스’는 흑인 여성의 이야기란 점에서 내게 각별했다. 흑인 여성들이 과학자·수학자·엔지니어로 나오는 영화가 어디 있나. 슬프지만 그게 현실이다. 게다가 이 영화는 내 고향인 미국 버지니아주(州) 햄튼이 배경이고, 어린 시절부터 매료됐던 NASA에 대한 이야기다. 그렇다 보니 제발 이 프로젝트에 끼워 달라고 빌 정도였다(웃음).”
중앙일보

히든 피겨스 Hidden Figures 스틸 [사진 이십세기폭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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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이 작품의 의미는 무엇일까.

A :
“여성의 사회적 공헌은 그동안 제대로 평가되지 못했다. 가끔은 아예 역사에서 삭제되기도 했다. 세 사람이 수학·과학·기술 측면에서 이룬 쾌거는 지금 우주 탐험을 가능케 했다. 이 영화는 그런 면에서 책임감을 느끼게 했다. ‘히든 피겨스’를 통해 이들을 세상에 알리게 돼 영광이다.”




Q : 2014년 발매한 솔로 정규 2집이 ‘걸(GIRL)’이기도 했다. 여성의 삶에 관심이 많다고 봐도 될까.

A :
“늘 어떤 방식으로든 여성과 친밀감을 느끼며 살았고, 여성에게서 영감을 받았다. 여성들이 내게 미친 영향을 노래로 만들기 위해 애써 왔다. 이번에는 나 한 사람이 아닌 사회 전체에 미친 영향을 생각하며 곡을 쓰게 됐는데, 그건 정말 멋진 일이었다.”
중앙일보

히든 피겨스 Hidden Figures 스틸 [사진 이십세기폭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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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남성 캐릭터에도 충분한 의미를 부여한 점이 인상적이다.

A :
“극 중에서 여성을 추켜세우되 남성을 깔아뭉개고 싶지는 않았다. 우리 사회의 많은 이야기 전개가 남녀 중 한쪽을 영웅화하면 다른 한쪽을 악역으로 만드는 경우가 잦은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NASA에 대해서도 나쁜 이미지를 심어 주고 싶지 않았다. 어찌 보면 그들도 당시의 잘못된 사회 환경에 영향을 받은 피해자였다.”




Q : 프로듀서로서 얼마나 적극적으로 제작에 참여했나.

A :
“미국 애틀란타 촬영지에 종종 방문해 스태프와 이야기를 나눴다. 의상감독 르네 에를리히 칼퍼스의 작업 방식을 보며 많은 걸 배웠다. 옷에 달린 작은 수술 하나로도 캐릭터를 표현하고, 옷매무새를 통해 인물의 생각까지 표현하더라. 이 모든 것이 음악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
중앙일보

히든 피겨스 Hidden Figures 스틸 [사진 이십세기폭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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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이 영화를 통해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고 싶나.

A :
“여성이 대우와 인정을 받고, 여성 리더에게 기회를 주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막말로, 아돌프 히틀러(1889~1945)도 베니토 무솔리니(1883~1945)도 남자였다. 또한 온갖 총기 범죄도 대부분 여성과 상관없는 일이지 않은가. 물론 남성이 무언가를 잘못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저 여성에게 동등한 기회가 필요하다는 얘기지. 미국 사회도 이제 여성 지도자를 맞이할 시기 아닐까.”




Q : 사회 기여에 언제부터 관심을 가졌나.

A :
“처음의 내 커리어 절반은 그저 듣기에 ‘쿨한’ 음악을 만드는 데 쏟았다. 어느 순간 ‘더 의미 있는 일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작업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히든 피겨스’처럼 사회적 변화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데, 그렇다고 작품성을 희생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충분히 즐기면서도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다.”
중앙일보

히든 피겨스 Hidden Figures 스틸 [사진 이십세기폭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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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분위기 메이커' 음악
‘히든 피겨스’에서 음악은 밝고 따뜻한 무드를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1960년대는 흑인에게 암흑의 시대였지만, 영화 속 인물들은 긍정적이고 유머러스하다. OST 작업을 맡은 퍼렐 윌리엄스는, 당시 분위기를 반영한 레트로풍 음악에 소울과 복음성가를 융합해 흥겨운 앨범으로 완성했다.

특히 윌리엄스가 작사·작곡·노래한 ‘러닝(Runnin’)’을 들어보자. 흑인 전용 화장실까지 매일 1.6㎞를 달려야 했던 캐서린의 심정을 유쾌한 리듬에 풀어놨다. “우리는 역사가 될 거야”라고 노래하는 가스펠풍의 곡 ‘아이 씨 어 빅토리(I See a Victory)’도 뭉클한 맛이 있다. 이 앨범에는 자넬 모네, 얼리샤 키스, 메리 J 블라이즈 등 쟁쟁한 가수들이 참여했다. 윌리엄스는 영화음악의 거장 한스 짐머, 벤저민 월피시와 함께 오리지널 스코어도 제작했다. 웅장한 선율에서 우주를 향해 도전을 멈추지 않는 소영웅들의 희망찬 결기를 느낄 수 있다.

윌리엄스는 “셋이 일하며 객관적으로 음악을 만들 수 있었다. 멜로디가 너무 유럽풍이거나 백인 타입의 영웅적 느낌일 때는 토론을 통해 문제를 풀어 갔다. ‘캐서린의 몸과 마음은 이렇지 않았을 것’이라며 캐릭터를 진실하게 음악에 녹이려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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