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3 (금)

[대선 3대 의제-①돌봄]정부가 놓친 사각지대, 마을 공동체·비영리 단체가 해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노인 그룹홈·육아 품앗이 등 지자체가 공간·경비 지원…협동조합 공급자도 증가세

경향신문

지난해 서울 관악구 건강가정지원센터가 운영하는 공동육아나눔터에 함께 모인 엄마들이 아이들과 학습활동을 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북 김제시에는 국내 최초의 노인그룹홈 ‘한울타리 행복의 집’이 28곳 있다. 홀로 사는 노인들이 부분적으로 공동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이 사업은 2006년 시작됐다. 독거노인들은 마을 안에 집이 있지만, 그룹홈을 함께 이용하며 생활하고 각자 수확한 농산물과 반찬을 가져다 식사를 하기도 한다. 개인 난방비와 식비 절감뿐 아니라 마을 노인들 간 연결고리가 생기면서 서로 안전을 점검하고 정서적 안정감을 얻는 효과도 있다. 지자체는 시설 보강, 참여노인 건강관리 등 전반적 관리와 지원을 책임지는 역할을 한다.

노인장기요양, 국공립 보육시설, 장애인 관련 제도 등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보편적 공공 돌봄서비스가 실시되더라도 사각지대는 발생한다. 어린이집에서 수업이 끝난 뒤 부모님이 데리러 올 때까지 시간이 남는 아이, 전문적 돌봄서비스는 필요없지만 일상적·정서적 돌봄은 필요한 노인 등이 그 예다. 지역사회에서 자생한 마을공동체, 협동조합 등 국가도 시장도 아닌 ‘제3섹터’가 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미 공동체 육아 영역에서는 자발적으로 생겨난 모임이 많다. 서울 중랑구에 사는 조현진씨(43) 가족은 다른 여덟 가족과 함께 ‘오사랑’이라는 품앗이 모임에 참여한다. 4년 전 중랑초등학교 1학년 5반 학부모들이 모여 만든 모임이 아이들이 5학년이 될 때까지 유지됐다. 마을기업인 ‘감성마을’ 공동체 공간에 둥지를 틀고 부모들이 영어와 논술을 가르치며 함께 악기를 연주하거나 여행을 가기도 한다. 학교가 끝나면 아이들은 공동체 공간에서 간식을 먹고 놀거나 공부를 한다. 워킹맘들이 챙겨 보낸 약을 다른 엄마들이 시간 맞춰 아이에게 먹인다거나 하는 식으로 돌봄 공백을 메운다. 워킹맘들은 주말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주민들이 네트워크를 엮어 스스로 돌봄공동체를 만들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역할을 한다. 공간과 필요경비를 지원해주고 활동을 육성하는 방식이다. 서울시의 마을공동체 사업, 경기도의 따복공동체 지원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여성가족부가 각 지역 건강가정지원센터 등을 거점으로 돌봄공동체를 엮는 ‘가족품앗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자생적 마을 돌봄공동체 등에 대한 지원방안도 모색 중이다.

과도한 경쟁, 돌봄노동자의 저임금, 이에 따른 서비스 질 악화 등의 부작용을 낳고 있는 영리 위주 민간 돌봄서비스의 대안으로 사회적 협동조합 형태의 돌봄서비스 공급자들도 늘고 있다. 2013년 사회적 협동조합 인가를 받은 ‘도우누리’는 비영리를 모토로 재가요양과 노인돌봄, 시설돌봄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영리를 추구하지 않는 만큼 시설 직원 임금은 서울시에서 가장 높고, 요양보호사들에게도 다른 업체들보다 시간당 1000원가량을 더 지급한다. 민동세 도우누리 이사장은 “공공성을 띠고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직들이 늘어나면 시장이 공정해지는 데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돌봄정책은 어디까지나 중앙정부에 의한 보편적 제도여야 하고, 그 사각지대를 최대한 없애야 한다”며 “다만 세밀한 수요가 충족되어야 할 부분이 있기 때문에 지역사회 등 제3 영역의 역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 경향신문 SNS [트위터] [페이스북]
[인기 무료만화 보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