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넘기 프로그램을 마치고 나올 무렵 운동장에서는 초등학교 2개팀이 야구 시합을 진행하고 있었다. 둘째가 아쉬웠는지 운동장에서 조금 더 놀고 가자고 하기에 나는 그물망 펜스 뒤에 자리를 잡았다. 타석에 서기 위해 준비 중인 타자와 대기 선수들, 감독과 코칭스태프로 보이는 성인들이 있었다. 선수들의 학부모로 보이는 분들도 옹기종기 모여 경기에 몰두하는 모습이었다.
유독 키가 큰 투수의 팔에서 뿜어져 나오는 볼이 포수의 글러브에 들어오는 순간 들려오는 소리가 초등학생의 것이라 믿기 힘들 정도로 힘차고 강렬했다. 미래의 박찬호·류현진 같은 훌륭한 선수를 보는 것 같아 흐뭇해하는 순간 믿기 힘든 상황이 펼쳐졌다. 앞선 타석에서 안타로 진루한 타자가 2루에 도루를 시도하다 그만 아웃이 되고 말았다. 아웃된 그 선수가 내 앞쪽에 감독으로 보이는 사람의 앞에 서는 순간 심한 욕설과 폭언이 쏟아졌다. 아웃돼 의기소침해 뛰어 들어오는 아이에게 위로의 말은 못할지언정 어떻게 그런 심한 욕설을 할 수 있는지 내 귀를 의심할 정도였다. 아프면 야구하지 말고 병원에 가라며 원색적으로 비아냥거리기까지 했다.
다른 선수와 선수 부모로 보이는 분들이 주변에 있음에도 언행에 거침이 없었다. 언어폭력으로 점철된 그동안의 교육 방식을 짐작할 수 있었다. 내가 30년 전 초등학교 시절 축구부에서 겪었던 것들과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어 보여 매우 놀랍고 우려스러웠다. 지금도 내가 기억하고 있는 그 당시의 공포를 저 학생도 이 순간 느끼고 있을 거란 생각에 화가 치밀었다.
체육 분야의 교육자들은 이처럼 잘못된 훈련과 교육 방식이 성장기 선수들에게 미칠 수 있는 정신적 악영향을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선수들의 미래를 손아귀에 쥐고 있다고 생각하고 몰지각하게 행동하는 일부 교육자들에 대한 감시가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김우진 | 프로퀘스트 한국지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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