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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기자 24시] 주총 소외된 국민 주주…또 다른 불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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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올해 주주총회를 앞두고 의결권 자문기관이 최고경영자(CEO)뿐 아니라 사외이사·감사 선임안에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는 기사가 나간 후 상장사들로부터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회사 입장을 설명하거나, 의결권 자문기관 의견을 반박하는 내용은 일견 이해가 갔다. 하지만 일부 상장사들은 의결권 자문기관의 반대 의견을 묻거나 심지어는 전혀 말도 안 된다는 식으로 공신력을 의심했다. 언론이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든다'는 식의 반응이었다.

당연한 결과였을까. 올해도 대부분 안건들이 줄줄이 주총을 통과했다. 의결권 자문기관의 반대 의견은 '공염불'이 됐다. 올해도 국민연금을 포함한 자산운용사·보험사·은행 같은 기관투자가들은 주총에서 거수기 노릇밖에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물론 기관투자가들이 의결권 자문기관의 결정을 꼭 따라야 한다는 법은 없다. 하지만 상장사의 태도에서 주총이 여전히 의례적인 행사에 그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의 주인은 주주다. 주주총회는 주주가 기업 경영에 개입하는 최종 의사결정 기구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여전히 오너와 경영진의 이익을 주주 가치보다 우선시하는 모습이다. 또 국민 주주 다수의 재산을 위탁 관리하는 기관투자가들은 대리인으로서 책임 있는 개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주주와의 불통은 상장사에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주주가 기업 경영과 관련한 정보에 무지하고 개입하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 대기업에 대한 국민 감정도 점점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대기업들이 일방적으로 뭇매를 맞는 원인 중 하나도 이 같은 불통 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물론 기관투자가들도 할 말은 있다. 상장사들이 정한 주총 일정이 하루에 몰려 있어 개별 안건들을 일일이 검토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또 기관투자가들에게 상장사는 자산을 맡기는 주요한 고객이기도 하기 때문에 독립적인 의사결정이 어렵다.

최근 제정된 스튜어드십코드가 이 같은 불균형을 바로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기관투자가들은 더 이상 방관자에 그치지 말고 투자 기업에 제약을 가하는 것이 주주를 위한 본연의 권한이자 의무임을 인지해야 한다. 또 기업 경영진과 이사회도 의사결정 과정에서 기관투자가들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열린 자세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증권부 = 배미정 기자 soya1116@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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