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간 문제는 그동안 근로기준법 조항을 둘러싸고 노동계와 정부·경영계 사이에 해석이 엇갈려 노동계는 ‘주7일 52시간’의 법정 기준을 명확히 할 것을 요구해왔다. 여야의 잠정 합의는 그간의 논란을 정리하고 장시간 노동을 억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우리나라 취업자 연간 노동시간은 2113시간(2015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 2위이고, 경제활동인구 조사 결과로는 2273시간으로 1위다. 우리 근로기준법은 당사자가 합의해도 주 12시간까지만 연장근로를 허용해 주 52시간은 넘길 수 없게 돼 있다. 그러나 노동부가 ‘휴일근로는 연장근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해석을 통해 탈법적인 장시간 노동을 사실상 방조해왔다.
여야는 합의 뒤 시행 시기를 놓고 절충을 벌이고 있다. 즉각 실시와 일정 기간 유예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자 처벌 조항만 유예하자는 중재안도 제시되는 모양이다. 그러나 노사정위 차원에서 노동시간 단축 원칙에 의견을 모은 지 오래인데 이제 와서 또 처벌을 유예한다면 과연 얼마나 실행력을 담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노동시간 단축은 노동자의 삶의 질 개선뿐 아니라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도 적극 추진돼야 한다. 저성장 시대에 노동시간 단축은 사실상 유일한 고용 확대 방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법정 근로시간 단축이 고용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지난 25년간 두 차례의 법정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이미 입증된 바 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올해 1월에 내놓은 ‘노동시간 실태와 단축방안’ 보고서를 보면 현행법을 위반해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장시간 노동자(345만명)에게 주 52시간 상한제를 전면 도입하면 새로운 일자리가 59만~77만개 생긴다는 통계를 제시하고 있다.
최근 민주노총 소속 공공운수노조가 “시간외 근무를 폐지하고 노동시간을 주 40시간으로 단축하자”며 임금감소까지 감내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주목할 만하다. 고용절벽 앞에서 노동시간 단축을 매개로 한 일자리 창출에 정부와 경영계도 좀 더 전향적인 태도로 나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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