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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한겨레 사설] 실행으로 이어져야 할 ‘노동시간 단축’ 국회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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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소위가 주7일 노동시간을 52시간 이하로 제한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의견을 모으고 최종 조율 중이라고 한다. 23일 소위 처리를 앞두고 막판 난항을 겪고 있으나 잠정 합의 자체는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한다.

노동시간 문제는 그동안 근로기준법 조항을 둘러싸고 노동계와 정부·경영계 사이에 해석이 엇갈려 노동계는 ‘주7일 52시간’의 법정 기준을 명확히 할 것을 요구해왔다. 여야의 잠정 합의는 그간의 논란을 정리하고 장시간 노동을 억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우리나라 취업자 연간 노동시간은 2113시간(2015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 2위이고, 경제활동인구 조사 결과로는 2273시간으로 1위다. 우리 근로기준법은 당사자가 합의해도 주 12시간까지만 연장근로를 허용해 주 52시간은 넘길 수 없게 돼 있다. 그러나 노동부가 ‘휴일근로는 연장근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해석을 통해 탈법적인 장시간 노동을 사실상 방조해왔다.

여야는 합의 뒤 시행 시기를 놓고 절충을 벌이고 있다. 즉각 실시와 일정 기간 유예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자 처벌 조항만 유예하자는 중재안도 제시되는 모양이다. 그러나 노사정위 차원에서 노동시간 단축 원칙에 의견을 모은 지 오래인데 이제 와서 또 처벌을 유예한다면 과연 얼마나 실행력을 담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노동시간 단축은 노동자의 삶의 질 개선뿐 아니라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도 적극 추진돼야 한다. 저성장 시대에 노동시간 단축은 사실상 유일한 고용 확대 방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법정 근로시간 단축이 고용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지난 25년간 두 차례의 법정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이미 입증된 바 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올해 1월에 내놓은 ‘노동시간 실태와 단축방안’ 보고서를 보면 현행법을 위반해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장시간 노동자(345만명)에게 주 52시간 상한제를 전면 도입하면 새로운 일자리가 59만~77만개 생긴다는 통계를 제시하고 있다.

최근 민주노총 소속 공공운수노조가 “시간외 근무를 폐지하고 노동시간을 주 40시간으로 단축하자”며 임금감소까지 감내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주목할 만하다. 고용절벽 앞에서 노동시간 단축을 매개로 한 일자리 창출에 정부와 경영계도 좀 더 전향적인 태도로 나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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