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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잊고 있었다..中에 취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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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있었다. 중국이 사회주의라는 것을', '취해 있었다. 중국과 중국 관광객의 달콤함에..'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를 보면서 든 단상이다.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우리는 중국이 사회주의 국가라는 것을 잊고 살았다. 중국이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 만으로 너도나도 '차이나'를 외쳤다. 중국인의 손길이 닿는 곳은 호황을 누렸고, '땡큐 차이나'라는 말이 경제 분야 곳곳에서 나왔다. 여행업, 면세점, 화장품, 엔터테인먼트 업계 등이 대표적이다.

중국 주재원을 지낸 기업 임원들을 만날 때마다 들은 공통적인 얘기가 있는데, '중국인이 우리보다 더 자본주의적 사고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새로운 자본주의(?)를 경험한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일까.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인가요?' 라는 질문이 네이버 지식백과에 나온다. 그런데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엉뚱(?)하게도 이렇게 돼 있다. "결론부터 먼저 말하자면 중국은 '공산당이 지배하는 자본주의 국가'입니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은 정치적으로는 공산당 일당이 주도하는 사회주의, 경제적으로는 '시장 사회주의 국가'입니다."라고 나와 있는 것이다.

이같은 답의 출처는 전국사회교사모임이 쓴 책이다. 중고등학교의 일부 사회 교사들이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과 다르게 중국을 자본주의 국가로 설명하고, 이것이 네이버 지식백과에 버젓이 나와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한국 여행상품 판매 전면 금지령을 내리고 초등학교 학생들에게까지 한국 제품 불매 운동 구호를 외치게 할 수 있는 나라가 바로 중국인데, 우리는 어느 순간 이를 잊었을 뿐 아니라 일부에서는 왜곡된 인식을 갖기까지 한 것이다.

머니투데이가 지난 9일자 1면에 다룬 '유커(중국인 관광객)의 거품'은 우리 경제가 부지불식간에 중국 관광객의 거품에 취했다는 것을 보여줬다. 2008년 금융위기 때만 해도 면세점 고객의 70%는 일본이었는데 2010년부터 중국인 고객 비중이 점차 늘기 시작해 2012년 처음으로 중국인 관광객 매출 비중이 일본인을 제쳤다. 이처럼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유커 바람'이 시작됐고, 동시에 본격적인 '면세점 전성기'가 도래해 2016년 중국인 고객 비중은 전체 80%에 달할 정도로 늘었다. (유커의 거품.."2008년 면세점 고객 70%는 일본인이었지만…" 기사 참조)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에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업계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우리가 잘했다기 보다는 중국인들의 부가 커지면서 그들이 우리나라와 우리 제품을 찾았고, 우리 시장의 규모를 키워줬다. 물론 우리가 노력하거나 잘해서 이뤄낸 부분도 있지만 유커 바람은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은 거품이었다. 거품은 필히 어느 순간 꺼질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중국의 보복 조치가 그 시기를 앞당겼다고 봐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중국이 보복 조치와 관련해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5일 중국 소비자의 날 고발 프로그램에서 우려와 달리 한국 기업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하지만 사드 배치가 이뤄지면 중국의 조치는 더 세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주재원 출신의 한 기업 임원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중국의 조치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으로 미국과 중국의 힘 대결이 한동안 계속될 수 밖에 없고, 사드 배치와 관련해 타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오는 5월 새 정부가 들어서면 우선적으로 중국과의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해야겠지만 G2 사이에 낀 우리가 찾을 수 있는 방안이 별로 없다는 게 문제다. 따라서 경제적으로 유커가 거품이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장기화에 대비해 차분하고 냉정하게 대응할 수 밖에 없다. 원론적인 말이지만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경제 체질 개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 출발은 지금부터라도 사회주의 국가와의 경제 협력 한계를 제대로 인식하고 거품에 취하지 않는 것이다.

중국 때문에 비록 지금은 힘들지 몰라도 중국 하나 때문에 우리 경제가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경제 주체들이 가져야 한다. 우리는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도 헤쳐 나갔다. 경제 주체들이 함께 노력해 경쟁력을 높인다면 이 고비를 넘기고 또 다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머니투데이
채원배 산업2부장 cwb@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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