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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사설] 차기 정부는 노조·공무원의 공화국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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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의 포퓰리즘 공약이 도를 넘고 있다. 특정 이익집단의 권익을 지켜주겠다는 약속을 노골적으로 반복하고 있다. 문 후보는 지난 18일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 출범식에서 “(집권하면) 공공부문 성과연봉제·성과평가제를 즉각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처음에는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했다가, 사회자가 “즉시 폐지해달라”고 요청하자 “다시 분명히 약속드리겠다”며 ‘즉각 폐지’를 선언했다고 한다. 이날 문 후보는 공무원의 정당 가입과 정치 후원 등 정치활동의 보장, 정부 조직 개편 때 노조와의 협의 등 공노총이 요구한 11대 추진과제에 대해서도 “전면 수용해 집권하면 반드시 관철하겠다”고 못을 박았다. 노조 공화국, 공무원 공화국을 만들겠다는 의도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성과연봉제는 평생직장에 후한 연금까지 보장되는 공무원 철밥통을 흔든 좋은 제도다. 올해부터 사무관급(5급) 전체로 확대됐고, 중앙정부 산하 공기업 119곳은 지난해 말까지 100%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박근혜 정부가 많은 실패를 했지만 공공부문 성과연봉제, 공무원연금 개혁 등은 다음 정부에서 더 강도 높게 이뤄져야 한다. 공무원·노조 표를 얻겠다고 연공서열식 호봉제로 돌아간다면 국민은 속절없이 혈세만 갖다 바치게 된다.

문 후보는 19일엔 경남 창원에서 조선업 구조조정에 대해 “노동자의 고통이 추가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말은 그럴듯하지만 일감 하나 없이 빈 도크만 바라보는 노동자들에게 희망고문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한계 노동자들에겐 최선의 지원과 함께 전직(轉職) 교육, 취업 알선을 포함한 입체적 고통분담 계획을 제시하는 게 현실적이다. 아무리 선거 때라지만 문 후보처럼 가는 곳마다 덥석덥석 상대 요구를 수용하는 정치인도 흔치 않다. 오히려 여론조사 지지율 2, 3위인 안희정·안철수 후보의 상대적으로 신중한 답변들이 돋보인다. 진정 대세론의 주인공이라면 집권 후 국익을 생각하는 큰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그가 진정 생각해야 할 노동자는 비정규직처럼 제도권 노조 밖에서 고통받는 사회적 약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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