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6 (일)

[이명수의 사람그물] 박근혜식 계산법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한겨레

이명수
심리기획자


대통령 박근혜의 기이한 행태에 대한 의문이 많았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뒤에는 더 그랬다. 어떻게 저렇게까지. 그의 불우한 과거사와 콤플렉스 등에 대한 심리분석이 경쟁하듯 언론에 넘쳐났다. 도움되는 측면도 있었지만 옳지 않은 정치적 행위였다.

예를 들어 연쇄방화범이 있다. 그자로 인해 무고한 생명이 불타 죽고 엄청난 재산 손실이 계속된다면 심리분석보다 방화를 멈추도록 하는 게 급선무다. 박근혜는 대통령이라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이용해 전방위적으로 국정을 농단하고 헌법을 유린했다. 연쇄방화범 못지않은 죄악이다. 그런 이가 대통령이란 자리에 있을 때의 공포를 우리는 지난 몇달 동안 피부로 실감했다. 더 이상 방화하지 못하도록 결국 탄핵했다. 그런 뒤에도 기행은 계속되지만 지금은 부아가 돋거나 얼척없다는 생각이 먼저지 공포는 아니다. 이런 희대의 권력형 연쇄방화범이 다시 나오지 않도록 박근혜란 사람의 실체를 꼼꼼하게 들여다봐야 한다는 여유까지 생긴다.

개인적으로 탄핵 이후 가장 황당했던 박근혜의 행태는 두 가지다. 하나는 기각을 확신해서 탄핵 인용에 대한 대처를 전혀 못 했다는 설명이다. 엄밀하게는 안 했다는 당당한 변명이다. 주군의 심기를 거스를까봐 참모들이 탄핵 인용에 대비한 계획을 말조차 꺼내지 못했다는 사실을 전해 듣곤 머리가 띵했다. 김정은이 말할 때 적극적으로 따라 웃지 않았다고 처형당한 당 간부가 있다는 동토의 땅과 무엇이 다른가.

삼성동 집에 아침마다 미용사가 들어간다는 뉴스는 여고괴담 수준이다. 저게 돈이 얼마냐. 외출도 하지 않는데 올림머리를 매일 하는 이유는 뭔가. 혼자서는 머리도 못 감는다는 말이 사실이냐. 그런 여론들이 무성하지만 개의치 않는 눈치다. 조금이라도 신경쓴다면 그렇게는 못한다.

박근혜식 계산법에 따른 자연스러운 행위들이다. 박근혜식 계산법은 말이 제왕적 계산법이지 내용적으론 생떼 쓰는 어린아이 행동이다. 자기 욕구나 자기 생각이 곧 세상이라고 인식한다. 내게 소중한 장난감 구슬이면 그것으로 세상에 있는 무엇이든 살 수 있다고 믿는다. 그게 통하지 않으면 짜증을 내거나 생떼를 쓴다. 퇴행적 행태다. 그러니 ‘자기성’이 온전한 사람은 박근혜의 파트너가 되기 어렵다. 완벽한 시종이나 무분별한 보호자 역할놀이에 충실해야 관계가 유지된다. ‘이렇게 가야 한다’는 어른 간의 대화는 당연히 불가능하다. 박근혜의 현실감각이 젬병인 이유다.

오늘 검찰에 출석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누군가 엮은 것이고 기획한 일이라 믿고 있으니 자신이 구속될 수 있다는 생각은 상상에서조차 없다. 정치적으론 전직 대통령 구속에 대한 설왕설래가 있겠지만 박근혜는 구속돼야 한다. 법적인 형평성, 국민의 70%가 구속을 원한다는 상식과 정의의 측면에서도 그렇지만 개인 박근혜의 치유를 위해서도 그렇다. 박근혜는 신부화장급 올림머리와 미용을 안 하고도 견딜 수 있어야 그때부터 제대로 된 삶을 살 수 있다. 박근혜는 국정을 농단하고 헌법 질서를 무너뜨린 죗값을 치러야 한다. 동시에 혼자 힘으로 빠져나오기 어려운 올림머리 등과 같은 여러 중독의 늪에서도 탈출해야 살 수 있다. 두 가지를 충족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감옥에 보내는 것이다. 그게 본인을 위해서나 나라를 위해서나 다 이롭다. 비아냥이 아니라, 박근혜에게 감옥은 금단 증상을 극복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다. 병든 전직 대통령에게 국가가 주는 일종의 약이다. 박근혜의 구속, 국민의 현실감각도 박근혜의 현실감각도 거기가 회복의 출발점이 돼야 맞다.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주주신청]
[페이스북] [카카오톡] [정치BAR]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