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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박 전 대통령의 사죄와 반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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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 사상 최초로 헌법재판소의 탄핵 선고로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는다. 소환에 불응해 체포되었던 전두환 전 대통령까지 포함하면 사법 당국의 직접 심문을 받는 네 번째 전직 대통령이다. 검찰은 이날 조사에서 삼성 경영권 승계를 돕는 대가로 뇌물을 받았는지, 최순실씨에게 청와대 기밀문서를 유출했는지, 미르ㆍK스포츠 재단 출연금 등을 강압 모금했는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과 부당한 일부 공무원 인사를 지시했는지 등을 따질 것으로 보인다. 반란 수괴 등으로 구속된 전두환 전 대통령, 기업인에게서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로 조사 받은 노태우ㆍ노무현 전 대통령에 비해 결코 가볍지 않다.

대통령이 퇴임 후 사법 당국의 조사를 받는 일은 더 이상 반복되지 말아야 할 불행한 역사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경우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수사 과정에서 현직이라는 특권을 이용해 검찰, 특검 조사에 불응했고 탄핵 심판 중 헌재 심리에도 출석하지 않았다. 지도자로서 앞장서 지켜야 할 사법적 절차를 무시한 행태는 우선 비난받아 마땅하다. 다른 관련자들이 구속돼 재판까지 받는 마당에 대통령 불소추 특권이 사라진 뒤에야 부득이 조사에 응하는 행태 역시 구차하기 짝이 없다.

범법 혐의의 시시비비는 검찰 조사와 향후 재판을 통해 가려지겠지만 박 전 대통령이 설사 혐의를 부정한다 하더라도 전직 대통령의 품격을 생각한다면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여러 차례 거듭한 얘기지만, 우선 헌재의 선고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분명한 ‘승복’ 의사의 표시다. 탄핵 국면 이후 그는 세 차례 대국민 담화를 내고 한 차례 기자회견을 했지만 사태를 수습하려는 발뺌과 변명에 급급했다. 탄핵 선고 뒤 청와대를 떠나면서도 남의 입을 빌려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고 밝힌 게 고작이다. 노태우ㆍ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 소환 때 포토라인에서 각각 “국민에게 죄송하다” “면목 없다”고 말했던 사실을 일깨워 주고 싶다.

사법적 절차에 따른 탄핵과 검찰 조사를 겸허히 수용하겠다는 의사 표시 가운데는 삼성동 자택 주변 등에서 그를 추종해 탄핵 무효를 외치는 세력에 자중하라는 메시지도 담아야 할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의 오기와 그에 동조한 탄핵 거부 세력의 분별 없는 분노로 대선 정국에서 불필요한 갈등이 빚어져서는 안 된다. 비록 현직을 떠났지만 우리 사회의 갈등을 치유할 책임 일부를 박 전 대통령이 여전히 떠안고 있음을 잊지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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