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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5 (토)

신격호 "어떻게 나를 기소해"…롯데家 전원 혐의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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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타고 법정 출석한 신격호, 상황 인지 못하고 '횡설수설']

머니투데이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롯데그룹 경영비리 관련 1차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마이크를 밀어내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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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경영 비리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95)이 법정에 출석했지만 제대로 상황을 인식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이 회사는 내가 만든 회사고, 주식을 100% 가지고 있는데 어떻게 나를 기소할 수 있느냐"며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다.

신 총괄회장은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김상동) 심리로 진행된 자신과 자신의 아들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2),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63) 등에 대한 첫 공판기일에 출석했다. 재판은 오후 2시 정각에 시작했지만 신 총괄회장은 휠체어에 탄 채 20분 쯤 늦게 법정에 들어왔다. 검정색 코트를 입고 무릎에는 회색 목도리를 덮은 모습이었다.

신 총괄회장은 재판부가 기본적인 인적 사항 등을 확인하는 인정 신문을 진행하자 "이게 무슨 자리냐", "뭐라고" 등의 말을 하며 웅얼거렸다. 재판부는 "재판중이라는 것을 아세요, 모르세요"라고 물었지만 신 총괄회장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답변을 하지 않았다.

신 총괄회장은 재판이 진행 중인 내내 신동빈 회장 등에게 말을 건넸다. 고령인 탓에 발음이 정확하지 않고 일본어와 한국어가 뒤섞인 말을 내뱉어 옆에 있는 변호인도 쉽게 그의 뜻을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신동빈 회장과는 필담을 나누기도 했다.

재판부는 결국 신 총괄회장의 재판은 다른 피고인들의 재판과 분리를 해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재판부는 "처음부터 원활한 재판이 이뤄지지 못할 것을 예상했다"며 "현재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로 정리하고 재판을 분리해서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이후 재판부는 신 총괄회장이 돌아가도 좋다고 밝혔다. 그가 법정에 머문 시간은 30분이 채 되지 않았다.

신 총괄회장은 법정 밖으로 나가면서도 뭔가 말을 하려는 듯 했다. 법정 문 밖에 도착해서는 할 말이 있다는 뜻을 보였다. 재판부는 "할 말이 있으면 (법정에서) 하고 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신 총괄회장은 다시 재판부 쪽으로 이동해서도 횡설수설하는 등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했다.

신 총괄회장은 변호인에게 "이곳이 어디냐"고 물었다. 이에 변호인이 "재판소다. 검찰이 회장님을 기소했다"고 말하자 "무슨 죄로"라고 되물었다. "회사 자금을 횡령했다는 혐의"라는 변호인의 설명에 신 총괄회장은 일본어로 "이 회사는 내가 100% 가지고 있는 회사다. 내가 만든 회사고 주식을 100% 가지고 있는데 어떻게 기소할 수 있느냐. 책임자가 누구냐"고 따졌다. 이 과정에서 그는 마이크를 집어던지는 등 예민한 모습을 보였다.

이 같은 모습에 함께 재판에 넘겨진 신 총괄회장의 세 번째 부인 서미경씨(57), 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75) 등은 눈물을 보였다. 신동빈 회장 역시 손수건으로 눈가를 닦는 모습이 보였다.

이날 롯데그룹 총수 일가는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신 총괄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의 변호인은 "신 총괄회장은 전 생애를 롯데의 성장과 발전이라는 일념 하에 살아왔다"며 "검찰이 기소한 사안에 대해서는 신 총괄회장이 구체적으로 관여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특히 "신 총괄회장이 2000년 이후 자신이 소유한 계열사 주식 3617억 원 상당을 계열사에 무상으로 증여했다"며 "신 총괄회장이 사사로운 이익을 추구했다는 점이 사리에 맞는 일인지 살펴봐 달라"고 요청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에 대해서는 "관련 증거가 정책본부 임원들의 진술밖에 없는 이 사건에 있어 그 진술의 신빙성 등을 세심히 살펴봐 달라"며 "재판부가 명백히 진실을 가려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반면 신동빈 회장의 변호인은 책임을 신 총괄회장에게 넘기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변호인은 신동빈 회장의 '공짜 급여' 혐의에 대해 "신 총괄회장이 모든 가족들의 급여안을 직접 정했다"며 "신동빈 회장이 이를 알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계열사 부당지원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경영 판단'에 따른 지원이었다고 설명했다.

서씨와 신 이사장의 변호인도 각각 "구체적인 사안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한편 신 총괄회장은 신동빈 회장 등과 공모해 롯데시네마 매점 운영권을 서씨와 신 이사장 등이 운영하는 회사에 헐값에 넘겨 롯데쇼핑에 774억 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또 2005년부터 2015년까지 실제 한국 롯데 계열사에서 일한 적이 없는 신동주 전 부회장에게 391억 원의 '공짜 급여'를 지급하는 등 총수일가에게 총 509억 원 상당의 급여를 지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밖에 신동빈 회장은 경영 실패를 무마하기 위해 계열사들을 동원해 롯데피에스넷 주식을 고가에 사들이는 등 계열사에 471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신 총괄회장은 급여 관련 횡령 혐의와 함께 858억 원 상당의 세금을 탈루한 혐의도 받는다.

한정수 기자 jeongsu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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